야산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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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정신을 바로 차려야 했다.

뒷산에 콘파스로 인한 피해로 인해 복구해달라고

요청한지 어언 몇2년만에시에서 비용이 나왔고

공원조감도가 나왔다길래 설명회에 참석해보니

그냥 조용한 야산을 공원이라는 명목하에엄청난

계획을 갖고 설명회를 하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길을 3-4군데 내고 (멀쩡한 산에) 휴계소를 만들고

체육시설을 넓게 할당하고, 좋은 나무들을 놔두지않고

거기에 억새밭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깜짝이야.

며칠간 내 개인적인 생활을 할 시간이 없었다.

등기부등본을 떼고, 지적도를 보고, 조감도를 보고

구청직원들과 통화에, 만남에 지쳐서 아까는 쓰러질

뻔 했다.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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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공원인지 이해가 안되고 우리 주민들이

바라는 건 그냥 가만 놔두는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우리는 다만 쓰러진 나무들을 정리하고 그 빈 자리에

채워주기만을 바라는 것이고 홍수를 대비한수로만

정확한 자리에 친화경적으로 해달라는 것 밖에는 없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딱! 해당하는 자리에만

해주고 그 주변의 더 황폐하거나 더러운 곳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조화를 생각지 않고, 오래갈 수종을

고려치 않아 보이고, 단지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목적만

보이는 게 심상치 않았다. 종일 꿩이 울고, 고라니가

다니고 온갖 새들이 다 지저귀는 이 아름다운 야산에

정자를 만들고 길을 내고…어처구니가 없었다.

물론 모든 민원을 다 들어주기도 뭣하고 얼토당토않는

민원도 골치 아플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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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의 수로를 보러 다니고, 나무 수종을 계획하고

혼자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해서 겨우 나무만 심어주고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차원으로 해결이 났다.

표정이 안좋은 것은 물론이고 대하는 태도가 시덥잖다.

제대로 이 산이나 산길에 대해 모르는 게 분명하고 가까이

도룡뇽 서식지에 대한 것도 그 주변의 메타세콰이어가 얼마나

아름답게 서식하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전세계가 가장 아름다운 지형으로 꼽는 곳이 원시림이고

제주 올레길도 인위적인 부분을 지금 깨없애느라 난리를

치는 판국에 가만있는 자연을 파손하고 인공적인 시설물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딸이 갓 미국서 들어왔건

말건 밥을 먹거나 말거나 며칠간 뛰어다녀 우리가 원하는대로

일단은 해결을 봤다. 그리고 직급이 높은 공무원들의 태도가

구청장보다도 더 권위적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우리 구의구청장은 훼손을 가장 싫어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겸손하기 이를데 없다. 그것만 생각하다가 카리스마인지

권위적인지 모를 공무원을 만나니 그 앞에서 쩔쩔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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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돌며 느낀 점은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면 정말

아름답고 잡초도 그 군락이 무시하기 어려울만치 예뻤다.

아까 동네를 돌다가 관리소장이 그늘의 잡초무리를 마구

뽑으려 하고 있어서 제지하고 그냥 두라했다.

요즘은 잡초도 작고 하얀 꽃이 맺힌 없애기 아까운 게 많다.

갈수록 야생화나 잡초에 눈이 간다.

야생화를 집 주변에 심을 계획을 갖고 있다.

은방울꽃을 비롯 제비꽃 군락도 좋았고 이름모를 자잘한 꽃들이

어쩌면 그리도 예쁜지 한참을 들여다 보게 된다.

논에서 잡초를 뽑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벼와한 논에 살게 된 것을 이유로

‘잡’이라 부르기미안하다.

–이쁘기만 한데–이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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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리나아

    2013년 5월 8일 at 3:48 오후

    아휴..그런일로 …!
    수고했어요. 홧팅.!!!
       

  2. Hansa

    2013년 5월 9일 at 1:50 오전

    고위공무원 포스 막강이지요.
    워낙 법적으로 확정적으로 보장된 철밥통인데다가
    그 자리까지 올라가며 필요했던 산전수전과 허송 세월이 얼굴에 그려져있습니다.
    그 결과 고압적이지요.(네 따위들이 감히 나에게.. 표정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그 꼴세를 보자면 상당히 비극적이고 코믹합니다.
    21세기에 뭐 이런 인간이 있나, 이런 인간에게 우리세금를 낭비해야하나?
    그런 생각이 팍 들며 상당히 불쾌하지요.
    그런 인간들을 놀리는 방식이 또 있긴 합니다만….
    똥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피하는 게 상식인이지요.. 하하

    애쓰셨습니다. 리사님
    동네 뒷산 지키시느라. 하하

       

  3. 좋은날

    2013년 5월 9일 at 2:36 오후

    친구가 강남구청 고위직입니다.

    15년이 넘어가는 차량을 아직도 달달거리며 끌고 댕기는 친구.

    말 그대로 청렴결백 청백리로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 짓는 단계에서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내 친구만 같이 결백했으면 싶습니다.

    동사무소 나갔다가 하면 순환근무가 마치기도 전에
    구청에서 자꾸 불러들입니다.

    그만치 일을 공평하고 정대하게 풀어간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야 이 나라가 살텐데
    거들먹 거리면서 한 백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줄로 착각하는
    공무원 고위층이 문제입니다.

    트인 생각으로 공무를 처리하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퇴직하면 동네 슈퍼 평상에 난닝구 바람으로 앉아
    막걸리나 마실 동네 아저씨일 뿐일텐데도
    저리 기고만장이 문제입니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날이 곧 닥쳐올진데..

       

  4. 김진아

    2013년 5월 9일 at 3:08 오후

    리사님 화이팅~~!!

    역시..최고세요.

       

  5. 단소리

    2013년 5월 10일 at 1:27 오전

    공무원들은…가시적인 실적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하여 무언가 한 듯한 폼을 내야 하고..
    그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좋은 것 없애고 나쁜 거 새로 처박거나 처바르는 것…
    정말 공무원 숫자를 줄이면 대한민국이 잘 돌아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6. Lisa♡

    2013년 5월 10일 at 1:03 오후

    리나아님.

    그래도 성과가 좋으니 기분은 좋습니다.
    그대로 두고 우리가 바라는 차원에서
    해결을 봤거든요.   

  7. Lisa♡

    2013년 5월 10일 at 1:04 오후

    한사님.

    딱 그런 생각이 마구 들더군요.
    하지만 내가 조금 참아야지 싶더라구요.
    못참을 것도 없구요.
    다들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참 답답하다고 생각들 때가 많습니다.   

  8. Lisa♡

    2013년 5월 10일 at 1:06 오후

    좋은 날님.

    그런 분들이 분명히 많이 계실 겁니다.
    그래서 함부로 뭐라하기도 그렇긴 해요.
    그 중에 저희 오라버니도 들어갑니다.
    청렴결백.
    지금은 은퇴했지만.

    나중에 난닝구 바람에 동네수퍼에서
    앉아서 막걸리를 마시더라도 아마
    곧 죽어도 내가 누군데~~할지도 모릅니다.
    ㅎㅎㅎ

    그 친구분 화이팅입니다.   

  9. Lisa♡

    2013년 5월 10일 at 1:06 오후

    진아님.

    고마워요.   

  10. Lisa♡

    2013년 5월 10일 at 1:07 오후

    단소리님.

    그래도 사회복지과 직원들은
    업무가 과다해 걱정이더라구요.
    거긴 좀 늘려주어야 하겠더라구요.
    밤 8-9까지 연장근무는 보통이라
    보기에 딱해요.   

  11. 무무

    2013년 5월 12일 at 4:20 오전

    대단하신 리사님~! ^^

    박수 쳐 드립니다. 훌륭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12. Lisa♡

    2013년 5월 12일 at 4:46 오전

    완전 성과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쓸데없는 공원을 만드느니
    차라리 그냥 두는 게 낫거든요.   

  13. 오공

    2013년 5월 20일 at 2:34 오전

    리사님, 완전 좋은 일 하셨네요^^*
    전 그렇게 뛰어다니지 못 할 걸 아니
    더욱 리사님이 훌륭해 보입니다.

    저도 야생화가 이뻐서 미치겠어요.ㅎ   

  14. Lisa♡

    2013년 5월 20일 at 10:08 오전

    칭찬 받으니까 기분이 갑자기 업~~!!

    맥주라도 한 잔 해야겠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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