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원장이 병원 점심시간에 자기동네
관리실로 오라고 했다.
가보니 나를 위해 자장면 배달을 시켜 놓았다.
늘 웃는 얼굴에 겸손함을 갖춘 의사아줌마.
약간 불은 자장면에 따로 담긴 짜장을 몽땅 부어
버린 것이 나의 실수였다.
어찌나 짜던지 표시내지 않느라 혼났다.
겨우 잘 하지 못하는 젓가락질로 반 쯤 먹었을 때
젓가락질에 능숙한 그녀가 거의 그릇을 비웠길래
나도 그만 젓가락을 놓고 말았다.
오랜만에 배달시킨 음식을 먹으니 신선한 감동마저
일어나면서 식사 후 나를 데리고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꽃에 대해 설명해주는 그녀를 보자니 더욱
작은 감동이 일어났다.
나보나 10살 이상은 더 연상인 그녀.
부부의사.
경제적으로도 나보다 훨씬 나은 그녀가
병원에 들어가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자
집에서 점심을 드신 남편이 차를 몰고 그녀를
태우러 나왔다.
"안녕하세요~~~~^^* 제가 팬인 거 아시죠?"
하고 내가 말하자 겸연쩍어하시며 웃는다.
날더러 먼저 차를 타고 가라며 차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머뭇거리며 먼저 가시라고 사래짓을 했다.
내 차를 보여줄 수 없었다.
그들의 한 대 있는 차가 너무나 낡고 오래된 차였기에
그 앞에서 떳떳할 수 없었다.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그 낮에..빨간 개철쭉 앞에서.
나는 사방에 철쭉이라고 하는 울긋불긋한 꽃들이
이맘때면 어딜가나 반기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연스레 핀 것 보다는 인위적으로 애써
꾸며서 피게 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철쭉은 대부분이 개철쭉인데 나는 물철쭉을 더 좋아한다.
부드럽게 하늘거리는 물철쭉을 산에서 만나면 그리
청순할 수 없다. 그 철쭉이 간혹 피어있는 마당이나
집을 만나면 그 주인의 안목이나 마음씀이 고와보인다.
엊그제 동네 다른 빌라에서 얻어온 비비추를
주차로 인해쓸모없는 가장자리 땅에 심었다.
첫 날은 풀이 죽은 잡초마냥 지쳐있더니 오늘
아침에 나가보니 이틀만에 완벽한 싱싱함을 자랑한다.
비비추는 흔하고 잘 퍼지고 어떠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서 빽빽하게 퍼진다.
그리고 그리 보기에도 싫지 않다. 공연히 울긋불긋
촌스럽게 꽂아논 듯한 것보다 그냥 초록이나 연두로만
가득한 정원도 아름다울 수 있다.
내일은 산수국과 제라늄과 은방울 꽃을 사러 가까운
화초장에 나가볼까 한다.
decimare
2013년 5월 11일 at 9:22 오후
화초…사셨나요?
Lisa♡
2013년 5월 12일 at 2:43 오전
오늘…..야생화 파시는 분과 연락이 닿았어요.
김술
2013년 5월 13일 at 8:16 오전
비비추…
꽃에 무지해서
그게 무슨 피카츄같은 것인줄…
Lisa♡
2013년 5월 13일 at 9:04 오전
비비추는 하얀 꽃이 피는 푸른 잎 식물.
엄청 흔하고 잘 자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