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라카미 하루키다.
아주 가볍게 즐겁게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귀여운 책이다.
낯가리기가 심한 하루키에게 이렇게 살짝유머러스한면이
있는 줄 몰랐는데 일본에서 파는 소금사이다 생각이 났다.
짤 것 같은데 의외로 맛있고 땡기는 청량한 맛…
며칠 전 아들이 "엄마, 하루키는 어떤 소설가야?"
하고 내게 물었는데 뭔가 뾰롱나듯이 내가 선뜻
그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하고 말할 지적 수준이
못되었다. 하지만 하루키는 일본을 나직히 잘 표현
하는 작기이고 어찌보면 가장 일본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어딜가나특징적인 인간부류가 있다.
예를 들면 그의 책에서도 나왔듯이 아주 거만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소통이 안되는 어리석은 사람,
그리고 늘 공정한 사람. 그 중에 하루키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쑥쑥 넘어가는 재미나고 박진감이 넘치는 폴 오스터
소설이나 시드니 셀던 소설과는 다른 또 다른 묘사와
계속 읽게 만드는 중독성은 반드시 갖고 있는 작가라고.
그리고 왠지 모르게 시대적으로 좀 잘 맞추는 사람이라고.
이 짧은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내 생각이
또 하나 정리되었다.
그는 호기심도 많지만 상상력이 상당히 풍부하다.
그 많은 상상력으로 글을 쓸 때 토픽은 바로바로 순간적
으로 떠올라 토픽이 궁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또 다른 매력은 그도 잠깐 떠오른 순간적 토픽을 적어놓지
않으면 계속 잊어버리곤 한다는 것이다.
왠지 그 부분이 더더욱 인간적이라는.
어느 숲 속료칸 같은 곳에 갔을 때 처음엔 하루키의 차림새를
보고 허름한 방에, 대충 친절을 베풀더니 다음날 주인이 알아보고
초호화스럽게 대접을 했을 때 아주 불편했단다.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냥 놔두는 게 좋은, 대접받길 원하는 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웃음이 나고 어느 식당에서는 첨에 밥값 계산을 못할지도 모를
손님으로 그를 분류했다는 주인의 말에 웃고마는…그런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