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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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 ‘해변의 카프카’ 연극표가 생겼다고 보잔다.

약간의 고민 끝에 포기하기로 했다. 물론 책은 읽

었지만 오랫만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는 기분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그날 딸이 처음으로

고등학생을 가르치러 학원강사로 나가는 날이다.

물론 아르바이트 시간강사이지만 처음 나가는 날에

교통도 어중간한 학원이라 내가 데려다주고 데려오

고 싶다. 평소에 잘해주지 못하는데 그 날만이라도

괜히 엄마흉내를 내고 싶어지는 것이다.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 미도 흔쾌히 알

았다며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고등학생들보다 더

작고, 얼굴도 더 어린 선생이라 걱정도 되기도 하

지만 이틀간 밤에 수업준비를 하는 걸 보면서 그

책임감이라는 게 내게도 느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성실함에는 내 아이들이 단연 엄마와는 격이 다르다.

약속시간이나 시간준수, 책임감 이런 부분에 아마도

타고난 듯 하고 그런 사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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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길러본 적 없죠?"

-네.

"좀 기르실 의향이 있나요?"

-네?

"늘 짧은 머리만 하다보면 헤어스타일에 거의 변화가 없잖아요"

-맞아요.

"지금부터 기르시면 9월이나 10월엔 그래도 단발은 되겠네요"

-단발요? 저는 긴 머리가 제게어울리지않는다고만 여겼어요.

"아니예요, 적당한 단발길이 정도면 좋겠는데요"

-머리가 가늘어서 기르면 처지기에 엄두도 내질 못했어요.

"맞아요, 그러긴 한데 윗머리를 층을 내고 살리면서 아래만 기르면 됩니다"

(므흣)

턱선 아래로 내려가는 머리스타일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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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녹스 커피잔 세트를 산다고법석을 떨고 세트로

탁상시계하며 유난을 떨던 때가 엊그제 같다. 어제

쓰지도 않던 커피잔 세트를 선에게 주어버렸다.

그 잔에 커피 두 번이나 마셨을까? 왜 여자들은 그릇,

구두, 핸드백 따위에 약한 것일까? 실용적인 면보다

그때 기분에 따라 유행에 따라 생각없이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나에 대한 실망이 자주 생긴다. 로얄알버트나

그 부류의 잔들도 이미 모았다가 내 손을 떠난지 오래다.

참으로 쓸데없이 굴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라도

하며 사는 게 인간적인 것이라도 되는 것일까? 아님

마음에 허해서 그리했나, 별의별잡념이 들지만 그래도

또 이딸라나 로스트란드에는 눈길이 또 간다.

그릇에도 유행이 있는 것일까?

요즘은 무늬가 없는모던하고 격조있어뵈는 그릇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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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시는데 이렇게 차림이 야하시나…..?ㅎㅎ"

수퍼 아줌마의 말이다.

-여름이나 조므 야해도 되지않나?

"그래도 오늘은 좀 야하네~~~"

-못봐서 그렇지 제가 가끔 야하기도 해요.

그리고 딸에게 엄마 야해? 하니 딸이 아니란다.

전혀.

그래 나 레깅스 한 번 신었다.

또 요즘 유행한다는 앞이 약간 더 올라간 치마 입었다.

그랬더니 야하단 말 듣네.ㅋㅋ

하긴 낮에 압구정에서 앞이 휙 올라간 치마를 그냥 맨다리에

입은 여성을 둘이나 봤는데 젊었지만 그닥 이뻐보이진 않는다.

천박해, 천박해!

거기다 긴 롱레이스 치마에 위에는 브래지어식의 상의만 입고

어깨와 등을 다 드러낸 여성도 봤거든.(파티장 가는 건 아니던데)

뭐, 여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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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나를 찾으며...

    2013년 6월 12일 at 1:01 오전

    하나도 유치하지 않아요.
    보기 좋아보이는데요.저는!
    저도 아마 그랬을 듯!ㅎㅎ

    요즘 아이들!
    엄마들 발랄하게 해 다니는 것 좋아하더군요.
    글케 입으셔도 하나도 안 어색해보이실

    리사님!^*   

  2. 나의정원

    2013년 6월 12일 at 6:54 오전

    그러니까 사진 올리시라니깐요!
    엄정한 심사로 공정하게 평가해 드릴께요. ㅎㅎㅎ…

    따님이 좋은 경험을 많이 하네요.
    젊은 날의 경험은 돈 주고도 못사쟎습니까?

       

  3. 벤조

    2013년 6월 12일 at 10:32 오전

    제가 처음 블로깅 시작했을때(98년)
    리사님 통통 튀었어요.
    자기 세대의 리더가 되는 것도 보기좋아요.ㅎㅎ
       

  4. Lisa♡

    2013년 6월 12일 at 10:36 오전

    나찾님.

    고마워요.
    용기와 격려를 끊임없이.
    남편왈, 무슨 자신감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5. Lisa♡

    2013년 6월 12일 at 10:37 오전

    나의정원님.

    알았습니다.
    심사가 엄정하지 못할듯
    왜냐면 잘 나온 사진을 올릴테니까.

    딸은 오늘도 삼성동에 과외하러.
    좋아해요..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요.   

  6. Lisa♡

    2013년 6월 12일 at 10:37 오전

    벤조님.

    감격~~또 감격~~

    그나저나 2세의 2세 소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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