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 오는서울은 늘그렇듯이 내겐 안정이다.
미끄러지듯 도로에 깔린 불빛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짧은 여행, 긴 여운이 주는 약간의 피곤함을 즐기는
나 자신을 문득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옆의 아들도.
나이도 잊고, 잊고픈 건 다 잊고 60시간쯤 행복했다.
날씨만큼 뜨겁고 들뜨는 열정만으로도 거기에 추가된
까칠한 아들과의 시간도 한 몫을 단단히 함은 물론이다.
3번째 나오시마.
그리고 거기 그 자리에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심어주던
테시마.
하늘색 하늘에 하얀 구름색과 바람의 소리마저 피부로
느껴지고 만져지던 곳.
그냥 10배쯤 더 느꼈을까? 20대의 나보다.
더 즐거웠던 것은 준비기간 며칠간이 더 재미있더라는
후문이 있었던 여행이었다.
여행 후미에
‘리사, 난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거든요’
하는 분이 나타났다.
조블러 4명에 아들, 그리고 미술사 멤버들 6명.
거기에 고양이로 유명한 작가, 나중에 따로 오신
4분 중에 친구끼리 오신 두 분이 앗~~~나를 알고 있었고
내가 올린 포스팅을 보고 오셨다는 것이다.
그 분은 한사님의 팬이었다.
"레깅스 안 신고 오셨나봐요?"
허걱——아니 나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그래서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정신을 번쩍하게 한
써프라이즈가 있었던 여행이었다.
조블러..세상은 이래서 살고싶어진다니까.
게다가 막강 조블러 두 분이 동행한 여러모로 든든한
여행이었다.
Anne님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보이던 오~~~두리(혀를 약간 굴려야 함)님도.
시카고 가실 때까지 두 분 우정 더 빛나시구요.
지안님과 두 번째 여행을 떠났다.
지난 번 처음도 나오시마였다.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그섬세함은 늘 함께 하는 언니라
받기만하면서도 늘깊은 감사를 하지못했다.
배울 점이 많은 분이면서 젊은 센스를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불문 같이 있으면 신선하고 멋지다.
알아주는 사람과 같이 느끼면서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건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마움이다.
이런 사람들을 제 곁에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이다.
오래된 마을의 골목길을 함께 걸었다. 조그만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내게 어쩌면 그렇게 골목을 외우냐고 한다.
북유럽쯤인가 벽안의 주근깨 여자 둘이 촬영 중이다.
행복했던 건 차가운 우동과 같이 마신 나마비루와 오뎅튀김.
음……..언제나 빼놓을 수 없는 미각여행.
글을 잘 쓰려고 하지않아 좋다고 한다.
구태여 오자가 있고까불어도 봐줄만 하단다.
그리고 매일 바쁘게 써서 좋은 글이 아니라도 재밌단다.
가끔 정보도 있다니 고맙다.
난 자신을 잘 안다.
잘 쓰는 글을 흉내내고 싶지도않다.
그저 나대로 나답게 내 멋대로 쓰는 것이다.
그래도 내블로그를 들어오고 자주 오시고
혹은 즐겨찾기에 두신 분들께 미안한 건 사실이다.
언니, 더 잘 써야 할까요?
가끔 올리고 신경써서 쓸까요?
아니란다. 그냥 그대로 하던대로 하라신다.
아무래도 그 대답을 내가 제일 편해하겠지?
두 손 모아 고개숙인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진심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재밌거든요.
푸나무
2013년 6월 19일 at 12:58 오후
아 저것도 저리 찍어놓으니 넘 이쁘다….
사실 미술관…..걷기 좋았죠.
최고라고 해도 전혀 손색없을 여행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사님과 같이 이야기 할 때
정말 재미있었어요. 쵝오! ㅎ
Lisa♡
2013년 6월 19일 at 1:47 오후
푸나무님으
그 예리함 분위기.
그리고 사람좋아보이는 말투.
오랜만에 보니 더더욱 젊어지신 듯.
아무튼 뒤풀이합시다.
Anne
2013년 6월 20일 at 12:20 오전
리사님 덕에 연결된 여행으로 먼 길 온 친구에게 좋은 선물하고 또 좋은 분들 만나게 되어 너무 감사했어요. 충만한 3일 이었습니다 ^^
말그미
2013년 6월 20일 at 2:57 오전
사물을 무겁게 보지 않는 시선이
부담 없어 편해요, 리사 님.
여행을 자주하셔서 부럽습니다.
아이들 학교 다니고 결혼하기 전이 황금기라고 한다네요.
6년에서 10년 사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이 황금기군요.
충분히 즐기시길…
아이들이 결혼을 하면 마음이 바쁘고
마음 쓰이는 곳이 늘어납니다.
지안(智安)
2013년 6월 20일 at 8:18 오전
리사~
나 돌아왔어!
조블이 그립기도 했어.
그건 그렇구
이렇게 공개적으로 날 띄워도 되는겨?
난 절믄 그대들 앞에선 맨날 쫄거든.
Why? 젊음은 권력이니까..
인생은 배신의 연속이래나 뭐래나 누가 그러더군.
不可近不可遠이 나의 못토.
난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까워서 매일 못만나구 가끔 만나.ㅎㅎ
오랫만에 돌아 오니 정신이 혼미해져서 또 중언부언!
여행 포스팅종결자 리사가 있으니 난 쓰나마나 쓰나미..ㅎ
Lisa♡
2013년 6월 20일 at 8:48 오전
Anne님.
와우~~방가방가.
정말 여기서 다시 뵈니
뒤풀이하는 기분입니다.
비단님만 들어오시면 되겠어요.
푸나무님이 테이프 끊으셨네요.
미리 알려주지않아 제가 서운했을 수 있어요.
만약 그런 행동있었다면 용서 플리즈!!
아무튼 부산에 무사히 안착하셔서 좋습니다.
또 뵈요~~
Lisa♡
2013년 6월 20일 at 8:51 오전
말그미님.
제가 오늘 느낀건데요.
인생에서 제일 잘 살고 똑똑한 이는
마음이 착한 사람같아요.
착하게 살려해요.
그리고 사실 말그미님 말씀처럼 무겁게
대하진 않습니다.
그게 건성거리기도 하고, 또 자신이 진지하지
못한 면이 많기도 하고, 삶을 쉽게 바라보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좀 진지해지고 무거워져 볼까해요.
Lisa♡
2013년 6월 20일 at 8:53 오전
지안님.
컴백을 축하해요.
그래도 여행기 올려봐요.
색이 다르잖수.
저도 불가근불가원을 좋아합니다.
사람 자주 만나는 거 썩 권할 게 못되거든요.
Hansa
2013년 6월 21일 at 2:12 오전
까칠한 아들, 60시간 나오시마..
파란하늘, 하얀구름, 바람소리.
행복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군요.
20대보다 10배쯤 더 느끼셨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하하
Lisa♡
2013년 6월 21일 at 5:01 오전
한사님.
팬분이 함께 했답니다.
ㅎㅎㅎ
부산에 사시는 분이세요.
아들과 딸을 보내려 예약했다가
딸이 못가서 제가 대신 갔는데
아들 손 좀 많이 잡았지요..ㅎㅎ
리나아
2013년 6월 21일 at 8:03 오후
세번씩이나….. !
으음.. 그렇군요…… / 부러워서……
Lisa♡
2013년 6월 21일 at 10:24 오후
세 번이 아니라
10번도 갈만한 곳이지요.
그리고 그 주변의 섬들이
다 프로젝트화 되면서 작가들이
빈 섬에 완전 한 해 50만이 오는
관광지로 만들어 봤고 그게 과하거나
유치하거나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 정말
부럽고 놀라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