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이 집들이랍시고 둘러앉았다.
말이 없다.
시선 둘 곳도 마땅치 않다.
음식도 뭔가 어색하고 궁합이 맞지않다.
돼지고기 수육에 호박샐러드에 연어회.
그리고 야채샐러드에 참깨소스.
공부가주? 사실은 38년산 로얄살루트를 뜯겠다더니.
그래서 선물로 훼라가모 넥타이까지 사들고 갔구먼.
속았다.
손님들의 궁합도 맞지않아 침묵이 계속된다.
견디기 힘든 어색함이 계속되다가 결국두 사람이
피곤함을 핑계로 먼저 일어서겠단다.
어찌나 속이 뻥 뚫리던지.
그러나 그 때 나도 일어나서 가야했다.
38년산 구경도 못하고, 꾸역꾸역 18년산 살루트인가를 먹다가
오늘 종일 속만 쓰리다.
가기 싫은약속은 가지 않아야 한다는 걸 실감한 날.
가끔은 약속을 지키는 이가 바보가 되기도 하고, 돈을
빌려준 이가 되려 욕을 먹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법칙에서 행운을 얻는 이는 늘 나중에
나타나서 어우르는 사람이다. 그리고는 다들 핑계를
수긍하면서 격려를 하게 된다. 그 격려 끝에 욕을 먹는
사람은 이유있는 부당함에 화를 낸 사람이 되고만다.
이상한 날이다. 정말 인간의 종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외로워지고 싶다.
두리뭉실 살아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도 다음 주에 꼭 가고픈 행사가 있는데 아들의 수술이
날짜 변경되면서 바로 그날 입원이 잡혔다. 큰 수술은
아닌데 수, 목 꼼짝없이 병원에 있어야 한다. 병이거나
걱정스런 수술이 아니기에 내 일이 방해받는 게 아쉽다.
뭘해도 존재감이 없는 이가 있고
뭘해도 어색한 이가 있는가하면
어지간하면 다 튀는 이가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그래서 튀지않는 사람이 좋다.
만약 내가 존재감이 없는 이가 된다면 편할까?
때로는 앞에선 이보다는 뒤에서 숨어있던 이들이
이득을 챙길 때가 많고, 존재감이 없으면 손해도 안보는
경우가 있다. 어색한 이는 대체 뭘까? 요즘 집중하는 고민이다.
어리석고 순진하고 바보같은 이들이 꼭 앞에서 튄다.
그러다가 늘 손해보곤 한다. 그게 바로 나다.
한때 친구들 중에 혹은 관여하는 작은 사회일원들 속에서
혼자만 삑사리나게 세련되었다거나 혼자만 엄청 부자라던가
이런 이유로 외로워지는 경우가 있는 부분을생각한 적이
있는데 어제 한 교수님이 그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
갑자기 소낙비가 내렸다.
나는 비가 좋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는 더 좋다.
비를 맞고 뛰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버스를 타고 내리거나 지하철에서 나왔는데 비가 마구 쏟아질 때
우리의 자세는?
아줌마 네 명이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길을 유유하게 걸어간다.
이유야 어떻든 멋지다.
나도 그렇게 비를 맞고싶다.
슈에
2013년 6월 21일 at 9:56 오후
리사님^^
비를 홈빡 맞고 같이 걸을수있는 마음이
보통 궁합은 아닌듯 한데요.^^
Lisa♡
2013년 6월 21일 at 10:22 오후
오랜만 슈에님.
잘 생긴 아들들은 잘 있죠?
비를 홈빡 맞고 걸어가는
아줌마들 모습을 보니 걱정보다는
외려 나도 끼고 싶다는 생각을
차 속에서 하며 바라봤답니다.
갈수록 터부 시되던 모든 것에
나 스스로 허용함을 보고 놀래죠.
슈에
2013년 6월 21일 at 10:49 오후
우리애들 잘 지내요.ㅎㅎ 댕큐^^
거의 한달을 놀다왔는데 요리도 잘하고
이제 자주 훌쩍 떠날수 있을꺼예요.
집에서 독립해보는 연습 철저히 시키고
직장잡으면 내 보랠려해요.
큰애는 직장 다니는데 약아서 안 나간다고 하고..ㅎ
둘째는 이학년 인데 졸업하고 직장 잡으면
나가겠다고 벼르고 있답니다.
나갔다 들어오더라도…해보고 싶은거 하라고 할 예정 이구요.^^
Lisa♡
2013년 6월 22일 at 1:01 오전
아이들 다국적적으로 키웠으니
지구 어디에 가더라도 ok.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