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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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향해가는혼무라에서 고우진자를 둘러보던 중에

만난 캐나다 여성이 있었다.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사진을

찍던 그녀와 부딪힐 뻔 했을 때 그 날씬한 모습으로 살포시

웃어주던 미소가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유난히 송충이가

극성이라 걸핏하면 여기저기 떨어지고 옷에도 가방에도 툭툭

소리까지 내며주황색의 몸으로 소름돋게 다가오는데 그저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던내 눈에..캐나다 그녀가 어울리지않는

콘크리트 바닥에 홀로 기어가는 송충이를 조심스레온 손을 모아

병아리 들듯 가볍게 안아올리더니 손바닥에 놓고 풀이 많은 곳으로

가서 아기를 놓아주듯 다소곳이 풀 위에 올려주던 모습을 봤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존경심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바로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후광까지 아우라를 만들며 빛났음을

말해 무엇하리오~~ 왜 나는 거기까지는 안되는 걸까?

죽었다 깨어도 송충이를 그렇게 부드럽게 미소 띄며 잡지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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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가 넘는 7월.

하얀 면으로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호두같다는 생각을

잠시했다. 그리고 그호두가 얼마나 여문지 잠시…

그 여문 손으로 못하는 게 없으니 새삼 질투가 인다.

왜 신은 한 사람에게 다양한 재능을 주신걸까?

이건해도 너무해~~ 얼굴도 예쁜데 왜 손재주까지 주고

거기에 왜 요리에 대해서도 품격이 느껴지게 하느냐

말이야말이야~~ 인간에게서 음식에서 느껴지는 품격을

먹은 날이었다. 그러니까 어제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 호두처럼 여물고 단단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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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아주 작은 평수의 집.

다리가 심하게 불편한 남편.

의사직업을 가진 남편.

그 남편을 너무나 사랑해서 매일 남편에게 애교를

부리고 어딜가나 내 남편~~내 남편~~ 하는 여자.

늘 웃는 얼굴에 자그마한 것에도 어찌나 감사함을

표하던지 상대가 민망하게 웃게 만드는 여자였지.

요리를 못하는 것 조차 예쁘던 여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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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게장이 큼지막하고 좋아보이는 투명박스에

배달되어왔다. 그녀가 보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주소를 확인해보지 않아도 담박에 안다.

겨울엔 할머니들이 손수 다 깐 굴을 사서 두 박스나

부쳐주던 그녀, 손수 농사지은 땅콩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고 그 땅콩에 대한 설명을 길게 늘어놓던 여자.

암선고에 실망스런 눈빛으로 살만큼 살았다던 말에

내가 더 살아야지 하자 신이 데려가면 그냥 따르겠다고

했던가, 치과의사인 남편마저 똑같이 농부스럽게 만들어

병원을 접고 시골로 가서 농사를 짓고 마는 그녀.

한 번도 그녀가 사치스럽거나 비싼 의복이나 가방을

사는 걸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날 만나면 단 한 번도 내가

밥값 한 번 내지 못하게 하던 사람, 손수 만든 퀼트가방

외에는 본 적이 없고 늘 화장기없이 수수한 차림.

모르긴해도 아마 나보다 100배는 부자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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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푸나무

    2013년 7월 4일 at 11:24 오후

    풀해서 빴빳하게 만든 냅킨들….
    그게 다리미질 안하고 손으로 토닥여서
    그렇게 만듯하게 만든것이 더 정겹드라구요.
    종가의 위엄…ㅎ
    못지 않은 리애교…ㅎ
       

  2. 김삿갓

    2013년 7월 5일 at 1:19 오전

    저같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저는 이곳에 송충이는 없어서 못해봤지만 비오고 난후
    집 콩크리트 보도로 기어 올라온 지렁이들을 손으로 집어 다시 땅에다 놔주고 거꾸로
    가뭄철엔 거의 말라 비틀어진 달팽이들을 주워 스프링클러 가 있는 풀밭에 놔주곤
    하는데요. 여지껏 무신자 이지만 한국서 어렸을때 자라며 불교의 영향 떄문이 아닐까
    생각도 하지만 가만 생각 해보면 그넘들도 다 먹구 살랴고 태어 났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 이지 않을까도 생각 됩니다.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ㅡ벅 ^______^   

  3. Lisa♡

    2013년 7월 5일 at 5:03 오전

    푸나무님.

    저도 다리지않음이 또 그대로
    좋더라구요.
    그 구겨진 게 또 매력이라네요.
    마소재도 그렇고 면도 그렇고 말이죠.
    암튼 재미난 세상이죠?   

  4. Lisa♡

    2013년 7월 5일 at 5:03 오전

    삿갓님.

    저도 지렁이나 달팽이는 만지고
    그렇게 할 수 있어요..근데 송충이만은
    정말 자신없어요~~아직 덜 다가갔나봐요.   

  5. Hansa

    2013년 7월 6일 at 2:12 오전

    송충이는 밟아죽여야 하는데.. 하하
    캐나다 여인이 착하군요.

    살며 암 같은 궂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큰 행운인가 합니다.

       

  6. Lisa♡

    2013년 7월 6일 at 9:22 오전

    요즘은 온갖 병이 다 많아서요~~

    무서운 세상이예요~~ㅎㅎ   

  7. 욘사마

    2013년 7월 11일 at 4:07 오전

    나오시마에서는
    송충이도
    예술로 승화되는군요~ㅎㅎ   

  8. Lisa♡

    2013년 7월 11일 at 8:48 오전

    아무렴요~~그런 멋진 여성이

    그리 흔하진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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