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숟가락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사흘 밤낮을
꼼짝 못하고 끙끙 앓고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밥 한 숟가락에 기대며
여태
살아왔다는 것을
—————서정홍<반 한 숟가락에 기대며>
라고 문자로 보낸 사람, 따뜻한 그녀.
하지만 나는 먹는 건 어떤 상황이라도 잘 먹고 있다.
그것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가끔 나는 나를 때려주고 싶다. 쥐어박거나, 차거나.
아침부터 부지런히 그러니까 7시에서 시작해 11시가
되도록 부엌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신명난듯 했다.
먼저 세탁기 앞의 세제부문인데 너무 많은 세제 종류
가멋대로 쌓여 있었다. 비슷비슷한 것들이 쓴 채로
혹은 새 것 그대로 먼지가뭉쳐진 바닥들도 보이고
이렇게 둔지 꽤 되는데 아직도 언제나 그대로 인채.
속은 미식거리는데 일을 하니 오히려 잊고 좋았다.
일단 안 쓴 세제들을 구석구석 서랍에 몰아넣다보니
장의 구석구석에도 그대로 새로운 세제들이 포장마저
그대로인채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이렇다. 때로는 아주
야무지게 굴다가도 찾지못해 또 사고마는 부분도 있다.
정리를 하고 나니 세탁기 앞이 말끔해졌다. 도우미
아줌마가 있지만 수박 겉핥기식이라 손톱밑 가시같은 건
내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그게 주부라는 거지.
정수기 휠터를 갈러 온다기에 또 싱크대 아래를 열어
몽땅 꺼내어정리를 했다. 때가 끼고 찌든 부분에는
시누이가 권해 준 ‘청소박사’를 썼다.너무나 잘 진다.
깨끗이 닦은 자리에 버릴 건 버리고 신문을 깔았다.
거기에도 날 비웃듯이 사고 또 사온 수세미와 행주와
솔과 손장갑과 식칼이 포장지도 그대로 쌓여 있었다.
먹지도 않는 설탕 여러 봉지와 부침가루 등이 거기에.
이제는 이러면 안될 것 같다. 이건 해도 너무하다.
세상에 2006년 기한인 꿀이 한 병 비닐도 안 뜯고 거기
떡하니 버티고 있으며, 치킨수프와 토마토 캔 등…
다 버리고 꿀은 그래도 쓰지싶어 놔두었는데 피부 맛사지
라도 해야지 그냥 버리기엔 양심이 허락치 않는다.
이번에 알게 된 명언 한 마디–옷장에서 옷을 찾지 못하는
여자는 부엌에서도 마찬가지다.
타도하자! 타도하자! 타도하자! 나를~~ 이런 나를.
한 칸씩 죄다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냉장고는
물론 냉동고도, 딤채도..하나씩 죄—–다 해치우자.
한 번 먹지않은 것은 놔둬도 먹지 않는다. 단 고춧가루
말고 쵸콜렛이라든가, 떡이라든가…등등
아낌없이 버리고 말자. 텅 빈 채 살고 싶다.
미국에 있다 온 아이들은 특히 한국 주부들의 냉장고를
이해하지 못한다. 가득 찬 냉장고를 열면 난리다.
날진에서 나온 후레쉬 보틀을 몇 개 샀다. 좀 더 오래
신선하게 보관이 가능하고 투명해 뭐든 잘보인다.
입구도 크고 정리에도 도움이 되지싶다. 환경홀몬도
나오지 않는 제품이라 아주 마음에 든다.
특히 야채를 넣으며 싱싱한 채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아침 일찍부터 일을 하니 하루 일에 지장을 주지도 않는다.
자주 이렇게 부엌을 다 뒤짚어 엎어야 하겠다. 기다려라~
나의 부엌아!
지안(智安)
2013년 7월 16일 at 1:45 오후
나 일등!
솔직담백한 이런글 너무 조스므니다!
재미도 솔솔하고 내가 청소하는 그런기분?
요런 재미에 방문객들이 요래 바글바글..ㅎㅎ
김진아
2013년 7월 16일 at 2:13 오후
있는데 더 …좋다고 하는 것, 물론 욕심이 안 난다면요. 그건 거짓말이구요.ㅎㅎ
그래도..쌓아 놓고 쓰질 못한다면 그건 정말 아니라고 봐요.
전, 제게 필요하지 않다면 주로 쓸 사람에게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성당에다 가져다 놓아요.
옷..같은 것도 필요 이상의 것은 사실 없어요.
물론 집 안에서 입는 옷과 외출복의 세 분류 정도는 구분하지만..그 이상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부엌정리는 3개월에 한 번씩은 점검할 겸하여 정리하는 것이 저는 좋았어요.
김삿갓
2013년 7월 16일 at 8:57 오후
리사님 편도선염 많이 나아 지셨는지요?
그래도 남아 도는게 모자라는 것 보단 낮지요. 저희는 워낙 없이 살다 보니…
냉장고 나 찬장이 저 절로 정리 되여 있는 상태… ㅋ
어제는 캘리포냐 수도 새크라멘토 근처에 있는 로스빌 허브(hub) 이란델 기차로
약 2시간 반 걸려 갔었는데 기차역이 얼마나 큰지 길이가 약 11킬로 조금 넘습니다.
그곳은 캐나다를 포함 미국 북서부 쪽 기차들이 매일 자기들 화물차들을 끌고와 (두당
100-150대 정도) 서로 교환 하는 곳으로 밤새도록 기차들이 여기 저기 가지각각 방향
으로 움직이는 곳인데 어떤 곳은 둥근철길들 어떤길들은 곧 바로 또 어떤 길들은 각도
로 그 기다란 기차 (2킬로 정도 ) 들이 서로 제각기 움직일떄 보면 정말 장관 임니다.
아주 거대한 구렁이 나 용 같은 괴물들이 꿈틀 거리며 움직이는 듯 한 느낌을 주곤
하지요. 그리고 가끔 가단 같은 방향으로 달리게 되면 장난 삼아 서로 경주도 하며
욕도 하며 (노동일이라 어쩔수 없는 것 같음) 하다 못해 다들 들을수 있고 녹음 까지
되는 무전기 에 대고 장난들 치며 스트레스 해소 들을 하는 참 희한한 경험을 해봤습니
다. 참고로 기차들의 한대 평균 길이가 17-23 미터 정도 되고 100-150 대 정도를 연결하
니 보통 2킬로 미터 정도 됩니다. 그래서 그곳에 기차가 도착할때 자회사 SUV 택시 가
머리쪽 옆으로 따라 붙어 와서 저희들 내릴떄 까지 대기 하지요 그럼 저희는 그걸 타고
사무실로 가서 서류일 처리를 간단히 하고 다시 그 SUV를 타고 돌아 가는 기차로 가는
구조 입니다. 기차역이 얼마나 큰지 기차서 사무소로 갈땐 기차길을 나와서 그냥 시내 도
로를 이용 하여 왔다 갔다 합니다. 사무소을 들어 갔을떄 재미났던 일이 또.
거기서 일하던 어떤 백인 여자 (40-45 정도 로 보였음) 가 들어오는 저 보고 대뜸
결혼 했냐고 물어 보더구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반문을 했더니 저기 사누이들 둘
37 과 39 살 먹은 노 처녀들을 시집좀 보내려 한다고 스마트 폰에 있는 사진을 보여
주며 어떠냐고 ㅋㅋ 사진을 봤는데 하나는 갈색 머리 하나는 블론드 머리의 미인들
사진들이…솔직히 잠시나마 속으론 와 마눌만 없었다면 한번 해볼만도 도 생각이
들 더군요. 다시 제 정신으로 돌아와. 저렇게 멋진 미인들을 놓치게 된데 대해서 미
안 하다 고 정중히 거절 하고 굿 럭 하며 지나쳤는데…. 와 들어 오는 사람중 싱글 같은
사람 만 보면 물어 보던데 또 그런 미국 사람은 처음 보네요. 요즈음 보기 힘든
미국 사람들의 가족적인 면을 보는 것 같아 흐믓은 하더 군요.
오늘도 또 낙서질 하고 갑니다. 언제가 재미있는 야기 있으면… 하셔서.
목 아픈거 빨리 나시고. 좋은 시간 되세유!! ^________^ 구~우벅!!!
Anne
2013년 7월 17일 at 1:01 오전
청소도, 정리도 리사식으로, 리사스럽게 … ㅎㅎㅎ
푸나무
2013년 7월 17일 at 5:51 오전
맞아 지안님 말씀대로 내가 청소하는기분….
그래서 시원해짐….
집이 적으면 비교적 자주 청소해지는데…ㅎㅎ
김술
2013년 7월 17일 at 9:16 오전
본인 스스로를 때리고 싶으실 때
언제든 연락해 주십시요.
아주 오리지날 좌빠로 한 명 보내드릴테니…
부엌 정리하시고 또 시름시름 앓는다시면
정말 아니되시옵니다.
Lisa♡
2013년 7월 17일 at 12:55 오후
지안님.
조스므니까?
저도 덩달아 기분이 업뎃되었스므니다.
아고 비에 이상은 없으신지요.
오젯밤 비 많이 올 줄 알고 걱정했더니..
요즘 저는 창문을 거의 닫고 습기를 막고 있지요.
빗소리 못듣는 게 아쉽지만.
Lisa♡
2013년 7월 17일 at 12:55 오후
진아님.
3개월만에 한 번씩?
으아~~~난 그거 못해요~
그래도 약 6개월만에 한 번은 해보려구요.
사실 일 년도 더 넘었거든요.
창피하네요.
진아님은 워낙 바지런하니까.
Lisa♡
2013년 7월 17일 at 12:58 오후
삿갓님.
아주 재미있습니다.
특히 괴물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연상된다는 부분에..
박수를 보내구요, 사무실의 그 여자분요.
아마도 오지랍도 넓고 따스한 성격일 겁니다.
삿갓님이 좀 젊어 보이죠? 게다가 동양인들 어리게 보니까.
체격도 좋으시잖아요.
ㅎㅎㅎ…..운동으로 다져진.
2킬로미터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제가 미국서 본 기차들 엄청나게 길어서 쳐다보다가
한 눈 팔다가 다시보면 그때까지 가고 있더라구요.
아무튼 멋집니다.
Lisa♡
2013년 7월 17일 at 12:59 오후
앤님.
으흐흑….그동안 너무 게을렀나봐요.
좀 더 부지런하게 살려구요.
Lisa♡
2013년 7월 17일 at 12:59 오후
푸나무님.
맞아요…
집이 크긴 합니다.
그게 단점이 될 줄이야.
Lisa♡
2013년 7월 17일 at 1:00 오후
술님..알았긴한데 제 주변에 오리지날 좌빠들
엄청 많으니 괜찮으어요.
그리고 때려줄 사람도 좀 있긴 해요.
날 미워하는 이 좀 있어요.
특히 우리동네 이모씨라고 막대기같아서 맞으면 아파요.
Hansa
2013년 7월 17일 at 2:08 오후
리사님,
언젠가 소비자보호원에서 테스트한 액체세탁세제의 가성비에 대한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리큐가 세척기능면에서는 최고였지요..
인터넷 or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구입하면 여타 액체세제 가격이더군요,.
그래서 요즈음은 리큐만 씁니다.
Lisa♡
2013년 7월 17일 at 2:43 오후
어머나 고맙습니다.
저희집이 애들이 많아 빨래가 잦거든요.
아마 저리많이 발견된 세제도 곧 고갈될 겁니다.
리큐요~~?
잘 알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