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 권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한 권은 G 에게 줄 책이고
한 권은 P에게 줄 책이고, 나머지 한 권은 내가 읽을 책이었다.
폼을 잡고 책을 좀 읽어볼까 하고 꺼냈는데 뭐가 이상했다.
아뿔사~ 1,2권 중에 2권을 들고 나간 것이었다. 들고간 게 아까워
그냥 2권부터 읽었다. 나중에 어찌 짜맞춰지겠지 싶어서였다.
가끔 애써서 들고 갔거나 뭘 했는데 낭패를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도 대충 넓은 도량을 가진 이처럼 표시내지 않고 지내는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상대에게 줄 것을 잘못 갖고 갔다던지
하면 문제가 있지만 나에게만 문제가 있다면 넘어 가야한다.
낭패는 낭패를 부른다고 했나? 장화를 신고 나갔다. 오후 늦게
비가 그친다고 했기에 낮에 걸어다닐 생각에 올해 처음으로…
내가 나가면 그치고, 실내에 들어가면 비가 오고 하더니 급기야
파란 하늘이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니 죽을 맛이지~~
내가 지하철에 자리잡고 앉아 모든 걸 정리하고 편안해질 무렵
다른 역에서 파란 옷을 입은 아줌마가 내 옆으로 탔다. 무심코
책을 보다가지나쳤나 싶어 놀래며, 여기 무슨 역이냐고 묻자
동대문운동장역이란다. 아 네~~고맙습니다.그리고 내가안국역
으로 갈아타기 위해 종로3가에서 내리는데 그 아줌마도 나란히
내린다. 혹시 저 아줌마도 나랑 행선지가 같은 거 아니야?
공연한 상상을 하는 취미가 있는 나로선 흥미가 슬슬 생겼다.
어디까지 같이가나 볼까? 어머, 그 여자도 결국 나랑 같은 3호선
으로 갈아 타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같이 안국역에서 내린다.
앗…혹시 내가 가는 식당에서 저 여자를 만나다면 둘이 어째야지?
그런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데 멀찌기 3명의 또래 아줌마들이 손짓을
한다. 나는 아니고 그럼 옆의 분? 맞았다. 2번 출구 앞에서 만나기로
한 모양인데 습기는 차고 비는 추적거리고 해서인지 모두들 추레하게
젖어있다. 그들 앞을 지나는데 그 여자분이 나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정독도서관 앞의 ‘플로라’
국가대표세프가 한다는레스토랑이라는데~~ 아무도 오지않은
예약석에 혼자 앉아 뭘 시키느냐? 혹은 자리는 어찌 앉느냐를
고민하며 주변을 살피니 남자손님들도 꽤 많다.
한 때의 여성들이 들어와 왁자하게 떠든다. 거슬린다.
나 참 못됐다.
바깥으로 오가는 다리들과 우산들을 보며 거리에서 라는 노래를
기억한다. 앞으로 걸을 때는 조신하게 걸어야지 이렇게 누군가
보고 있음을 명심하리라~~ 곧 까먹고 말겠지만.
세상엔 조심해야할 것들이 넘쳐난다. 다 기억할 수 없음에 감사.
오늘 경복궁 주차장엔 무슨 문제인지 엄청 붐비고 그 결과로
삼청동에서 경복궁으로 내려오는 차선이 꽉막혔다.
근처에선 김환기 100주년 전이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었다.
개인소장의 소품들 위주로 1,2,3 층 모두 전시되고 있었다.
살아계셨으면 올해가 100세 였다.
그렇게 생각하니나이라는 게죽은 후에도 계속 먹는구나 싶다.
옆의 두가헌에는 언제 가보려는지…
김환기 하면 이상하게 나는 김향안 여사부터 떠오른다.
어떡하면 천재적인 이들과 결혼을 했을까 하는 이유다.
두 사람 다 두 번의 결혼이었지만 만날 사람은 만난다는 걸까?
그림 앞에선 핑크색 고운 옷을 입은 어느 여인이 말하길
이 그림은 저 언니의 악어백을 연상시키는 무늬네…그러고 보니
악어가죽같기도 하다. Oil on paper…..신문, 영자신문.
뽈송
2013년 7월 19일 at 2:25 오전
(빨간)장화를 신고 폼 내시려고 했는데 좀 안 됐네요.ㅎㅎㅎ
장화를 신고 안국역에서 정독독서실까지 걸어가셨다면 불편하진 않으셨나요?
어쨌거나 이렇게 동분서주 바쁜 리사님이 늘 멋져보이십니다. 그리고 샘이나구요.
오늘 모처럼 우리집에 오셨으니 내가 더 신이 났지만요…
Lisa♡
2013년 7월 19일 at 11:38 오전
ㅎㅎ—빨간색 아니므니다.
검정색입니다.
그러니 더 깝깝했지요.
무릎까지 오는…
후후 매우 바쁜 것 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시간은 남아 돈답니다.
뽈송님…여름에 건강하시구요.
몇 개 읽어보니 그 마음 이해하고
모두 다들 느끼는 것을 잘 찝오 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