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새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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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갑자기 아들의 어릴 적 사진을 보내왔다.

실물보다 못나왔다고 생각했던 사진이건만 지금

보니 너무나 귀엽고 영리해 보인다.

이번에 온 조카가 자기 딸이 지금 5살인데 이 아이만큼은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도아이들이 3살에서 5살

때 더 이상 자라지 않고 그 시간에 머물러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무수히 많았다. 너무나 귀한 시간이었고 깨물고

싶도록 귀엽고 예쁜 아이들의 나잇대라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바램을 갖고 남을 터이다. 가끔 세상이 무섭고 불안해

질 때면 왜 내가 아이들을 많이 낳아서 그들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힘들까 미안하다…하는 심정이 되지만 그래도 아이들

덕분에 행복하고 철도 들고 세상사는 맛도 난다는 걸 기억한다.

새벽에 일어나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그 아이 친구들이 보내달라고

페북에 올린 편지들을 일일이 카피하면서 그 어린 우정들에 부럽기도

하고 그들만의 언어에 행복해지기도 했다. 좋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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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우드스탁에서 초원생활을 하고 있는 조카네에 들른

시누이가 조카네 뜰 숲에 굴뚝새가 낳은 알을사알짝 찍었다.

4개의 알인데이 사진은 그저께 왔고 어제 드뎌 고물고물하는

새끼들의 사진이 또 보내왔는데 너무 어두워 분간이 안되어

못 올린다. 굴뚝새 이름도 예쁜데 크기도 작으마하다.

넓은 접시같은 그릇에 설탕을 풀어 현관에 달아두면 굴뚝새들이

날아와 조롱조롱 앉아서 설탕물을 찍어 먹는단다.

조카는 말도 마음껏 타고 여러 마리의 개를 기르며 한없이 사는데

누나는 명문대를 나와서 그러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 간단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적당히

벌고 있으며, 아빠가 보완해줄 능력이 실컷 되는데 뭘그리 안달이야?

그 아이 한 명 정도는 그렇게 살게 내버려두면 안돼?"

하는 문자를 보냈더니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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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생활비를 적게 쓰는 E언니가 늘 밥은 먼저 산다.

내가 내려하면 화를 내기까지 한다. 나이 많다고 늘 내냐?

지안님도 가끔 만나면 내가 돈 내는 꼴을 못본다.

그럼 나도 나보다 어린 동생에게는 늘 사란 말이야?

그건 말이 안된다. 서로가 한 번씩 내면 되는데 아니면

만날 때마다 각자가 내던지. 그 언니는 늘 돈을 아껴쓰고

알뜰하게 사는데 늘 밥값을 계산하고 김치를 담아주고무얼 하나

주지못해 안달이다. 내가 인덕이 많은 건 알지만 뻘쭘해진다.

가까이 사는 k샘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지나치게 잘 해줘서 몸 둘바를

모르게 하기까지 한다. 내 아이들에게도 엄청나게 베푸신다.

며칠 전에도 어느 분이 귀한 효소를 보내왔다. 되려 내가 보내야

할 판에 거꾸로 그 쪽에서 보내온것이다. 거기에 강원도 맛난

토실포실한 감자까지 한 가득해서..나는 늘 받기만 하는가?

이렇게만 살면 좋기야 좋치만 말야. 타고난 인덕이랄까.

신세 갚을 일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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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조카딸은 나를 이모할머니라고 불러야 한다.

그런데 제 보기에 할머니 같지않은지 이모라고 부른다.

가끔 이모 할머니라고 해놓고는 혼자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더러는 왕이모라고도 부르고 서울이모라고도 한다.

이 아이는 사진을 찍으면 단 한 장도 같은 사진이 없고 그냥

밋밋한 포즈라고는 없다. 늘 난리포즈를 잡고 찍는데 누구에게나

애교가 장난이 아니다. 야단이라도 칠랴며옆구리에 살짝 안기며

눈웃음을 치거나 "나 귀엽지요?" 한다. 부산 아이인데 서울에

오는 순간 완벽한 서울말을 해서 놀랍기도 하다.

제 오빠에게 누가 말을 걸거나 귀여워하면 그 꼴을 못보고는 그

사이에 꼭 끼어들어서 수작을 부린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다.

아이들이 어릴 때큰아들이 늘 그랬다. 혼내려하면 내 목을 휘어

감으며 뽀뽀를 해대는 통에 야단도 제대로 못쳐봤다.

애교란 과연 인간에게 필요불가결한 요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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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인회

    2013년 8월 13일 at 3:23 오후

    요즘 우리아이들보면 어린시절 앨범을 꺼내 스마트폰으로 담아 가지고 다니더군요.
    어렸을때 친구아버지께서 하신말씀이 생각나네요.
    밥을 사면 상대방에 가장 잘기억하고 상대가 큰 빚을졌다고 생각한다네요.
    가장쉽게 신세를 갚은일도 밥사는 일이랍니다.ㅎㅎㅎ   

  2. 김진아

    2013년 8월 13일 at 4:03 오후

    할머니라 부르기엔…아이도 머쓱할거예요. ㅎㅎ

    ^^   

  3. 푸나무

    2013년 8월 14일 at 12:01 오전

    야아, 나도 울 아들 어릴 때 사진 한장 오려볼까…
    잘생겻다…
    이뻐..
    지금 얼굴도 여전히 있고……
    군대에서도 아주 주위사람들과 잘지낼것 가터…

    조카도 한귀염 한다요.
    아이들은 은 왜 저리 다 예븐거지?    

  4. 김술

    2013년 8월 14일 at 12:37 오전

    아드님이 앞짱구? ㅎㅎㅎ   

  5. Hansa

    2013년 8월 14일 at 1:45 오전

    굴뚝새,, 예전 우리집 뒤란에도 한마리 살았지요.
    뉴욕 조카네가 행복하게 사는군요.

    리사님 아들, 두상 참 잘 생겼어요. 공부 잘하게 생긴 두상입니다. 하하

       

  6. Lisa♡

    2013년 8월 14일 at 8:45 오전

    인회님.

    그러게요.
    밥을 얻어먹으면 신세진 것 같거든요.
    빨리 갚고 싶고 그러지 않으면 늘 찝찝하구요.
    그게 사람들 심리인가보네요.   

  7. Lisa♡

    2013년 8월 14일 at 8:46 오전

    진아님.

    그런가봐요.
    지들끼리도 물어보고 날더러도
    물어보고 해요.
    할머니…하고 말끝 흐리며 그렇게
    불러야 하냐고.
    그럼 그냥 왕이모라고 불러..하죠.   

  8. Lisa♡

    2013년 8월 14일 at 8:48 오전

    푸나무님.

    저때는 콧등이 푹 꺼져서 조영남 코 되는 줄
    알았는데 코가 커지고 쑥올라오더라구요.
    엄청난 짱구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덜하죠.

    아이들은 정말 귀엽죠.
    저 조카아이는 너무 귀염성이 있어서
    어디가나 밥은 굶지 않겠더라구요.
    정말 휘둘려요.   

  9. Lisa♡

    2013년 8월 14일 at 8:49 오전

    술님.

    쉽게 말하면 처음엔 놀랬답니다.
    아이가 자동차 바퀴로 치면 옆의 둥근 넓적한 부분이 옆모습이었어요.
    앞은 바퀴가 굴러가는 부분 좁은 부분요..거기가 앞 얼굴이었어요.
    심지어는 눈이 양 가로 흘러내렸거든요.
    평평하게 만들려고 일부로 바로 눕혀서 꾹꾹 누르곤 했죠.   

  10. Lisa♡

    2013년 8월 14일 at 8:50 오전

    한사님.

    굴뚝새가 거기에도 살고 있군요.
    그럼 우리 동네도 많을래나?

    울 아들 짱구머리 두상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한마디씩 했습니다.
    공부 잘 할 거라고…ㅎㅎ
    정말 공부는 잘 하더군요.

    둘째는 더 잘 할거라고 하던데
    그건 틀렸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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