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의 첫번째 편지에는 두서없는 작은 깨알들만이 내 눈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그 속에 한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한 줄기 바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어’
쳇…문학적 표현? 하고 말았다. 오늘 연달아 또 반가운 편지다.
어제는 보자 곧바로 가위로 오려서 재빨리 봤는데 오늘 것은 천천히
여유를 두고 아끼면서 보려고 펼쳤다. 글이 좀 커졌고 문장도 좋다.
아들은 둘째에 이어 어학병이 되었다. 어학병이 되는 대신 자대배치를
어쩌면 못받고 본부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면서 그게 걱정인 모양이다.
하지만 엄마인 나는 너무나 좋고 기분이 업된다.
오늘 편지에서 눈길을 끄는 문장은 "엄마, 나도 이제 음료수 한 캔과
과자에 영혼을 파는 군인이 되었어’ 라는 문장과 ‘ 지금까지 살아 온
날들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계기가 될거라 생각해’
이 부분이다. 뿌듯하기까지하다.
지금까지 내가 베풀면서 살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갈수록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
요근래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아주 마음에 든다.
오래 가고 싶은 이들이다.
복을 받는 게 눈에 띄게 보이고 느껴진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늘 내가 이익을 보는 기분으로
나보다 나은 인간형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부끄럽다.
박웅현이 튄다면 이철수는 정말 진지하고 도인같다.
내가 튄다면 은희는 깊고 사려깊다.
내가 철이 없다면 옥경언니는 점잖고 철든 인간이다.
내가 언니라면 미선은 말없는 시스터이다.
김홍희가 인간적이라면 탁재웅은 세련된 마인드까지.
내가 귀엽다면 지안님은 귀여운 유머인간이다.
내가 살이 포동포동하다면 비단님은 귀엽고 포동거린다.
내가 엄마라면 딸은 어머니 같다.
며칠 간 우울함이 아들의 편지로 휙 날아갔다.
아들은 내게 기쁨조다.
아이들이 미국에 있다보니 학교스케줄을 맞추다보면
어학병 시험을 칠 기회가 거의 없어 포기하고 있었다.
둘째는 그냥 카투사가 되어 그런가 했더니 거기서 몇 번의
시험을 쳐서 성적과 면접을 거쳐 어학병이 되었고
첫 째는 훈련소 입소 후, 바로 어학장교들이 내려와서
시험을 치고 면접을 보고 그 자리에서 엄청난 칭찬을 들으며
며칠 후 바로 어학병으로 발탁이 되었다.
한국에 있으면서 시험을 보고 어학병으로 뽑히면 같이 훈련받는
동료들이 모두 어학병이라 인맥이 장난이 아니라고 들었다.
아들들은 그 인맥들과 같이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좋다.
좋은 인맥들과 같이 합류 못해 아쉬움? 그런 건 없다.
어디서나 자기하기 나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Hansa
2013년 8월 23일 at 12:10 오전
큰아드님이 군생활을 잘하고 있군요.
남 아들이지만 참 의젓하게 보입니다. 하하
푸나무
2013년 8월 23일 at 1:06 오전
경훈이….
아무리 봐도 무지 복많으셔.
리사님은….
Lisa♡
2013년 8월 23일 at 1:29 오전
한사님.
아직 훈련병이지요.
처음엔 솔직히 후회가 밀려왔다고 해요.
군입대 자체에 대한 회의가 생겼나봐요.
조교들이 욕하는 부분…ㅎㅎ
지금은 다 괜찮고 군기도 잡혔다고 해요.
잘 보낸 것 같습니다.
Lisa♡
2013년 8월 23일 at 1:30 오전
푸나무님.
여태 복짓고 살았나봐요.
이제 복이 들어올 차례인데
그래도 계속 지을 건 지어야죠.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하구요.
Anne
2013년 8월 23일 at 5:03 오전
‘포동거리는 것’과 ‘포동포동’의 차이점이 뭔지?
논문 나올 거같아요 ㅎㅎㅎ
김술
2013년 8월 23일 at 5:25 오전
군에서 훈련받을 때는
천하의 망나니도
인간이 되고 효자가 되지요.
제대하면?
말짱 도루묵!
아드님이 그렇다는건 아니고…ㅋㅋ
Lisa♡
2013년 8월 23일 at 10:33 오전
앤님.
글쎄요.
직접 보고 설명을 드려야. 해요.
살을 만지면서..ㅎㅎ
Lisa♡
2013년 8월 23일 at 10:34 오전
술님.
제 아들도 그럴 가능성 100% 입니다.
지금 그리 효자인 줄은 모르겠답니다.
아로운
2013년 8월 24일 at 5:25 오전
ㄱ ㅎ, ㅈㅎ, 두 아이가 다 군에 갔군요.
소중한 시간에 좋은 경험하고, 또 훌륭한 동량지재 (棟梁之材)가 되어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님은, 조국의 부름을 받은 ‘대한의 여자’ 에 당첨 되셨습니다.
Lisa♡
2013년 8월 24일 at 7:12 오전
아로운님.
막 전화를 받았어요.
ㄱㅎ인데 관제어학병이라네요.
ㅎㅎㅎ
대한의 여자라고 하시니 뭔가 힘이
솟구치면서 팔뚝이 굵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로운
2013년 8월 24일 at 7:36 오전
어학병 찾아보니 시험도 어렵고, 아주 스마트한 인재들 이더군요. 축하드립니다.
근데, 관제 ( gov’t controlled ? ) 어학병은 뭔지요? 우리말이 점점 어렵게 느껴집니다.
팔뚝 굵어지는 거 말고, 갑자기 얼굴이 팽팽해 진다거나, 젊은 애들이 쪽지를 준다거나, 뭐 이런걸로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았을텐데… ㅎㅎㅎ
농담입니다. 건필하시고!
Lisa♡
2013년 8월 24일 at 8:23 오전
관제만으로도 엘리트들만 가는 곳이지요.
비행기 오르내리고 하는 거 관장하는 일인가?
저도 자세히 모른답니다.
그런데 관제는 완전 최고라고 하더라구요.
거기서 어학병업무를 주로 본다고 하는데 모르지요.
뭔지..관제 자체가 영어라 그런가..해요.
여기선 어학병으로 뽑히면 일단은 엘리트 중에 엘리트지요.
영어만 잘해서도 안되고 국어 실력도 갖추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