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향기로 시작했다.
내 좋아하는 꼼데가르송의 스토리를 잠깐 읽으면서
나무냄새가 난다는 향수를 사야겠다는 의무감마저
만들어보는오후였다.
아니 선물로 받아보면 어떨까 .. 하다가..
나무향으로만 모은 향수의 향이 코 끝에 번지기도 하는
착각을 하면서 창 밖의 나무들을 바라보니 그저 푸르다.
그녀의 나무향은 브라운과 거친 마띠에르를 연상시키는데.
듣고 읽어도, 맡고 보는 것도 자기 취향대로 보고 맡고
만지고 좋아하고 느끼는 거다.
바깥에선 아이들 소리가 아직8월인듯 여운을 남긴다.
둘째는 어젯밤에 집으로 왔다. 내가 조관우의
가성에 매료된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니 아들은
무표정한 채 자기 의자에서 컴퓨터 화면만을 응시
한 채, 엄마를 전혀의식하지않고 태연하다.
금요일에 나와서 화요일에 들어가는 군인. 그것도 자주.
군인인지, 군무원인지 모른다는 말이 딱이다.
슬리밍하게 남성복을 만들었다는 디올옴므의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의 수트를 둘째가 입는다면 아주 멋질텐데
하는 상상을 잠시했다.
나는 스키니가 어울리는 남자 아이를 두었다.
에디 슬리먼의 옷을 입기 위해 그 거대한 칼 라커펠트가
43키로의 감량을 몇 달 만에 했다니 정말 옷에 대한
아니 미에 대한 집념은 대단하다.
길들여진다는 건 정말 무섭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다정하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건 어찌보면 행복한 일일 수도
있지만 때론 고독에 가까이 가는 길이기도 하다.
길들여지길 즐긴다면 행복감이 젖어들 수도 있기도 한,
더러는 내 침대가 내가 길들여지는 건지, 내가 침대에
길들여지는 건지 구분이 안되고, 펑퍼짐한 나의 옷에
내가 길들여지는 듯 하고, 들러붙은 옷은내게 옷이 길들여지니
누구 누구를 길들이는지모른다.
한 때는 강아지처럼 길들여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적 인간보다 차분하게 길들여진 인간이
더 살기는 편하다. 하지만 모든 예술의 창조성 뒤에는
제 멋대로인 야생적인 힘이 있어야 되는가봐.
예술 하지마?
조관우.
콘서트를 갔다.
지루함이 먼저 찾아오진 않을까 내심 걱정도 했다.
나는 그에 대해 이렇다할 평가라든가 생각도 없이
그냥 가까이서 하니까 의례적으로 예매를 하고 기다렸다.
심지어는공연시작 시간조차 모르고 있다가 부랴부랴 갔다.
가성의 마력.
그가 지닌 마력은 그가 내는 가성이었다.
TV에서 본 가성? 나가수에서 본 그의 열창?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파괴적인 가성이었다. 많이 놀랬고 매료되었다.
눈을 감고 감상하며, 그가 멋쩍게 웃기는 개그도 즐거웠다.
마지막에 그가 부른 ‘꽃밭에서’와 ‘늪’은 이 가을을 적실거란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예전엔 모르겠는데 내성적이면서
은근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성대결절에 목핏줄이 끊어져 수술후, 3개월만의 첫무대인데
성공리에 끝났고 그는 제 목소리를 찾았다.
김진아
2013년 9월 1일 at 2:38 오후
다행이네요…수술 후 젓 무대…그의 목소리..
조관우의 ‘늪’을 특히 더 좋아하는지라..ㅎ
^^
Lisa♡
2013년 9월 1일 at 11:00 오후
실제로 듣는 것과 방송에서 보는 차이가
이렇게 큰 사람은 처음입니다.
오히려 방송이 더 나은 경우가 많거든요.
윤색되어 나오기 때문에 말입니다.
멋진 목소리를 가졌더군요.
전성보다 가성이 멋진.
지안(智安)
2013년 9월 2일 at 11:16 오전
소리꾼 조통달씨 아들 목소리가 어련 허시것소?
노래 좋아요!
난 종편 드라마 청담동 살아요를 조관우때메 봣죠.
어리버리한 매니저역할이 어찌나 욱기던지..
Lisa♡
2013년 9월 2일 at 11:25 오전
아 저도 그때 조관우 나오는 거
몇 번 봤는데 그 어리버리함이
여전히 본인 것입디다.
아..목소리 장난아니었답니다.
좋은날
2013년 9월 3일 at 6:24 오전
경기도 퇴촌 강가 토담집.
그 뒷방에서 붕어찜 안주삼아 마신 술이
대책없이 취하는데
어디선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조관우의
꽃밭에서..
그 시절의 젊은 날이 떠옵니다.
가을 갈무리 잘 하셨기를요.
Lisa♡
2013년 9월 3일 at 2:52 오후
좋은 날님.
그 강가 토담집 저도 가본 집인듯 해요.
아…붕어찜 먹은지도 오래되었군요.
꽃밭에서…좋치요.
그리고 늪은 정말 심금을 울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