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진주에서 아들을 데리고 올라왔다.
비로 인해 감동은 덜했던 수료식.
내무반 친구들이 퍽 마음에 들었던 아들이 날더러
16명의 내무반이 먹을 것을 준비해오라고 했는데
아무리 가늠해도 힘들 분위기인데 지들끼리 모임을
가진다니 한 번 수료식에 가본 나로서는 이해가 안되지만
그래도 아들이 원하니 가벼운 걸로 준비해서 던킨 도너스
작은 꾸러미를 16 봉지 만들어 갖고 갔다.
운동장으로 뛰어든 내게 아들이 제일 처음 한 말이
"엄마, 먹을 거 갖고 왔어?"
아무래도 따로 모임은 힘들 듯해서 그 자리에서 나눠
주었더니 다들 좋아한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어느 아빠가 얼음을 채운 박스에
음료수를 잔뜩 갖고 와서 아들들 인기 엄청 얻었다.
훈훈하고 부드러운 수료식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상이 아니다.
고속도로 운전을4시간을 하고 와서 아이들 저녁을
밖에서 먹이고(아들이 먹고픈게 따로 있어서)
그 길로 나만 미리 예약해둔 백건우 연주회를 갔다.
초절정 건강아줌마다.
하루 실컷 돌어다니고 몸살나는 40대 아줌마도 있는데
나는 그 정도는 그냥다반사로 언제 어디서 부터나의
이 정력적인 왕성한 체력이 갖추어졌는지 모르겠다.
인터미션없이 100분 연주한다던 백건우 연주회는 80분을
하고 끝이 났다. 앙코르는 물론 없다.
나는 슈만의 즉흥곡이 이리도 아름다운 줄 조금은 알았지만
오늘 밤 확실하게 알았다.
슈만에 빠진 날이다.
아들은 내무반 친구들 16명과 아주 잘 지낸 듯.
계속 자랑에 오는 차 안에서도 보고싶다고 한다.
내 차는 그 친구들 4명이 타는 통에 실내가 완전
지푸라기로 초토화 되었는데 그러던 말던 연신
내무반 친구들 얘기로 꽃을 피운다. 아이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까닭인지 돈독한 우정이 만들어진 듯.
다른 내무반에 비해 엄청 친하게 지내 격려와 위로를
많이 받은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 차로 한 명은
서울까지 같이 왔는데 아이가 엄청 마음에 들었다.
부모에게 전화를 하는데 너무나 예의가 바르고, 잘 자란
티가 팍팍나는게 정말 욕심이 절로 나는 아이였다.
학교도 S대라는데 어딜봐도 괜찮은 태가 나는 아이다.
부모에게 자랑스런 아들일 듯,다른 한 명은 항공기를
모는 아이라는데 필리핀 항공대에서 알아주는 기술자란다.
겸손하고 귀여운 외모로 아직 애기 같은데 그런 면이
있다니 대단하게 느껴진다. 훌쩍 자란 아이들이 보인다.
군대간 아들이 제일 기다리는 건 엄마도 아니고
콜라도 아니고 쵸코파이도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모두 핸드폰을 기다린다. 제일 먼저
전화로 부탁하는 게 핸드폰을 가져오라는 말이다.
페이스 북과 카카오톡을 하느라 전화를 받으면 곧바로
그 작은 화면에 빠져든다.
탄산음료도 그립고 햄버거도 그립지만 무엇보다 가장
그리운 건 스마트 폰인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아들은 훈련소 생활이 지나고 나니 아주 즐거운 경험이며
군대를 가지 않은 남자들과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왔다며
저으기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힘들지만 해내고 난 후의 그 성취감과 자기들만의 고통을
같이 이겨낸 그룹이 느끼는 돈독함, 그런 것이 만족을
주는 모양인지 처음엔 힘들어 후회도 하였지만 지나고 나니
벌써 그리워진다고 한다. 내가 보니 군대 많이 편해졌다.
promenade
2013년 9월 6일 at 11:01 오후
땀띠군인이 수료를 했네요
그럼 이제는 어디서 근무를 하는건지요
멋진 아들들의 얘기를 들으니 나는 내아들 잘 키우고 있는건지 새삼 찔려서 돌아보게되네요
그나저나 리사님 에너지말이에요
전부터 묻고 싶었는데요 뭘 드시면 그리 기운이 있답니까?
저도 따라 해볼려구요
Lisa♡
2013년 9월 7일 at 12:43 오전
ㅎㅎㅎ…..땀띠가 화석화되어버린 아들.
까만 얼굴이고질적 초상으로 굳어보린 아들.
후후…에너지는 그냥 많이 먹고 아무거나
먹는 게 습관인 제게 내린 신의 선물인듯.
다이어트하지않으탓?
아이고 아들 잘 키울 필요가 뭐 있나요?
될 놈은 아무데나 쳐박혀 있어도 됩니다.
그나저나 더위 가셨쪄?
Anne
2013년 9월 7일 at 3:48 오전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보입니다 ㅎㅎㅎ
추억
2013년 9월 7일 at 4:14 오전
아들이 군에 갔었군요. 전역한 아들을 가진 아버지로서 심정을 충분히 짐작합니다., 얼마나 대견하겠습니까,,,군이란 한국 젊은이들을 어른스럽게 하는 성숙의 장인 것같습니다,
Lisa♡
2013년 9월 7일 at 5:42 오전
앤님.
밝습니다.
아주 씩씩하고 군대에 대한
나라에 대한 생각이 싹 달라졌습니다.
Lisa♡
2013년 9월 7일 at 5:42 오전
추억님.
아들이 벌써 전역을…ㅎㅎㅎ
이제 훈련수료식 했습니다.
공군어학병이구요.
나의정원
2013년 9월 8일 at 4:09 오전
시간 빨리가네요.
당사자는 그렇지않겠지만…
군대는 예전의 군대와 확연히 틀리긴 틀린가봐요.
수료식 축하드려요.
벤조
2013년 9월 8일 at 5:41 오전
땀띠 군인, 정말 장합니다!
리사님 잘난 아들, 과연 나라의 아들이구요.ㅎㅎ
Lisa♡
2013년 9월 8일 at 7:49 오전
나의 정원님.
아들이 설치고 친구 만났다 간다고
일찍 나가는 바람에 저녁식사를 어떻게
하냐고 묻질 못했네요…알아서 먹겠죠?
Lisa♡
2013년 9월 8일 at 7:50 오전
벤조님.
땀띠는 이제 거의 화석으로 남아있고요.
어지간한 땀띠는 이제 별로 걱정도 없더라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