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늦가울과 어울리는 남자
백건우의 독주회가 있었다.
그는 중후함을 뿌리며 약간은 살이 붙은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헀다.
모두 숨 죽인 가운데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바로
80분의 쉼없는 연주를 시작했다.
레퍼토리는
슈베르트 ‘4개의 즉흥곡
D.899 Op.90 No.1.2.3.4’
D.780 Op.94 No.2.4.6’
D.946 No.1.2.3’
으로 100분을 소요할 것이라는 안내와는
달리 80분 동안의 연주였다.
3번의 앵콜박수와는 상관없이 끝났지만
아무도 앵콜을 원하지 않았다.
80분간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누구도 앵콜을 원할 수 없었다.
사인을 받고 있는 동행자 李모여사.
나와 늘 연주회 동반자이다.
독문학 박사라서인지독일 작곡가에 대한
아니 독일 가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슈베르트의 즉흥곡은깊이 있는 아름다움으로
워낙 잘알려진 곡인데 연주회동안 그 유려하고
아름다운 서정적 선율에 넋을 잃었다.
옆자리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빼고나면 완벽한.
얼마 전에 상영한 ‘아무르’에서배경음악으로 나와
아름다움을 더했던 곡이고, SF영화 ‘가타카’에서도
배경음악으로 나왔었다. 수많은 배경음악과 함께
그 유명함은 더했던 곡으로 흔히들 12개의 손가락으로
쳐야한다는 말이 있는만큼 난이도가 있는 곡이다.
듣고 있노라면 차분해지면서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사이의 오래된 연인같은 곡이다.
나도 오랜만에 백건우 가까이 있고파서
그의 슈베르트 즉흥곡 CD를 사고 말았다.
근래에 그가 섬을 돌면서 연주회를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백건우 대신 알프레드 브란델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