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면서 그것도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작은 차를
빗길에 몰면서, 것뚜 한계령을 넘으면서 운전대를 잡고 한 손으로
사과를 우거적우거적 먹는 여자를 어째~~하루에 사과 두 개, 오이 한 개.
처음에 곰배령 길에 마지막에 비포장도로가 심하다는 정보를 입수.
오언니에게 언니 차로 가자고 했다. 아무래도 휠이 생명이라는 내 차는
휠에 기스가 갈 확률이 100%라 엊그제 다녀온 이가 내 차는 안된단다.
그래서 탄 언니의 차는 (처음엔 뒷좌석에 앉았다) 승차감이 맞지않아
타자 곧 불편함과 울렁거림과 불안함이 엄습했다.(몸부림 시작)
그러던 말던 언니는 사과에 오이에 삶은 계란에 태연하게 흡입시작.
쳐다보던 나도 그 예의 참을 수 없는 식욕에 동참을 했다.
우리는 주문진을 거쳐서 가기로 했던 것..소돌해변 아주 예뻤다.
소돌해변을 들러서 주문집 해변의 유치한 어느 횟집에서 식사를 한 우리는
비가 오는 가운데 밤에서야 초행길인 곰배령으로 향하게 되었다.
아무 의심도 없이 엉터리 주소를 입력한 오언니를 무턱대고 믿으며.
(믿을 여자가 못된다. 가오리 반찬이 나와도 그게 뭔지 모른다, 이 나이에)
인제로 향하는 비오는 길은 정말 겁나게 쓸쓸했다.
베스트드라이버라도 되려는지 그 작은 차로 꼬불탕한 길을
내 몸과 한 몸이차라면서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무적의 오드리.
내 워낙 운전을 험하게 하고 자칭 베스트 또라이버라 자신감을
좀 가졌는데 장난감 같은 차로 저렇게 겁나게 운전하는 여자..졌다.
어쨌든 우리는 서로 길을 잘 아는 척 하면서 곰배령이라는 글판이
보이는 길로 접어 들었고, 으시시하게도 컴컴한 가운데 우리만
뎅그러니 어두운 빗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밤의 길은 평소 낮의
거리에 비해 2-3배는 멀게 느껴지는데 비까지, 게다가 불빛에 비치는
도로에 깔린 그 많은 개구리들은 도저히 베스트 또라이버라도 피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스칠 때마다 가슴 한 쪽이 좀 쓰렸다.
두~~~~둥!
도착….어머…여기가 아닌가벼?
깜깜한 강원도 인제 골짜기의 밤에 우리는 두리번두리번했지만 아무도 읍따.
차의 기름은 한 눈금, 전화기 두 대의 밧데리는 17%, 19%.
대략난감했지만 그게…죽기 아니면 살기에 예약한 펜션에 전화했다.
좋게 말하면 무공해적인 인간, 나쁘게 말하면 약간은 띨한 아저씨(60대 후반)왈
10분 거리란다. 게다가 주소를 다시 물으니 엉터리로 가르쳐준다(30분 소요).
띠용~~~~~~이게 뭥미?
우야던동 우리는 공포와 습한 분위기와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급경사 거의
70도에 견주는 펜션(거기서 조차 헤맴)에 당도…담배를 피면서 방을 안내하는
아저씨의 찌든 담배냄새에 잠시 기절하다가, 겁나 딱딱한 침대에 누웠다.
산책길 같은 곰배령에서 내려갈 때 혈당 떨어진다고 달라던 사탕.
어쨌든 잠은 자야겠는데 차에 떨고, 길에 떨던 내가 피곤해서 어쩜
코골지 모르니 먼저 자라니까 이틀간 잠을 못잤다면서 바로 잠속으로
잠수하던 그녀, 세상에…그 이쁜 목소리로 또렷한 잠꼬대를 두 번씩이나.
그것도 잠들만 하면 한 번,새벽녁에 또 한 번(발까지 차면서).
게다가 눕자마자…나 못 잤다.
분명히 요조숙녀는 아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뭐 그러는 나도 피장파장).
1. 미리 예약한 날짜를 언니의 착오로 급 변경.
2. 미리 찍어두라고 했던 네비게이션의 주소를 오인.
3. 자신의 잠버릇을 전혀 모르고 살았음.
아침 10시에 입장을 해야하기에 9시 15분에 출발을 해서 진동리의
고요함을 감동어린 함성으로 깨뜨리며 곰배령 초입에 진입(그때부터 이길인가?
아니면 저 길인가로 시작된 인간 네비녀들)
길을 잘 안다며 (그 밤에 갔다고) 네비를 찍지않고 갔던 당돌녀.
10시면 10시 10분전에 도착해야는 줄 알고 막 뛰어가니 딱 10시다.
그 비포장 도로는 우리를 춤추게 했고, 주차장 아저씨는 삐진 표정으로
빛의 속도로 통과해서 마구 진입하는 우리를 향해 3000원 받으러 뛰어오고
생난리도 아니었다. "언니, 주민증 챙겨~~~" "어머…어머…앗!"
그런데 아뿔사..미리 예약을 다 해두었다던 펜션 아줌마가 완죤 ..
까칠한 탐방소 아저씨들이 우리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언니는 주민증 찾느라 오지도 않고, 얼굴도 안 비치는 중)
이거이 뭔 일이랑가 말이여~~
어머, 좀 잘 찾아보세요. 이름으로요~~~~세상에 다른 펜션예약자로
올라있었는데 듣보잡 펜션이었다. 아무튼 애교섞인 고양이의 슬픈 눈으로
쳐다보니 노란탐방객 패스를 준다. 언니는 그걸 받자마자 또 아무렇게나
배낭 속에 집어 던져 쑤셔넣는다. "언뉘…..가방에 달아 밖으로!"
4. 탐방객 명단의 오류.
그리고 …. 숲이 모든 걸 치유해주더라구.
내려와서 강선마을 초입의 작은가게에서산야초전과
막걸리 한 잔씩, 그리고 산야초 전에 반한 우리는
막 꺽어서 해주는 당귀전을 다시 한 접시 콜~~~~!!
저질체력으로나마 뒤지지 않으려고 열쉬미 따로 와 준
오드리의노력은 뭐 직접 보지않고는 모른다.
곰배령은 내가 볼 때는 그저 산책로 수준이다.
사실 한 시간 반이면 충분히 올라갔다 내려 올 정도?
오언니에겐 4시간 정도?
금강초롱을 찍어서 제일 먼저자랑질을 했더니 ㅂㄷ님왈,
"내가 찍은 금강초롱 색이 더 예뻐요" 한다.
칫, 하고 집에와서 보니 진짜 그렇다. 그래서 안올린다고요.
나 삐질 줄 아는 여자라구요….. ㅎㅎ
지나다보니 홀아비바람꽃이라는 이름도 보이던데.
나의 건장하고 우람한 다리.
추울 걸로예상하고 긴바지와 고어텍스 상의까지 다
갖고 갔으나 무용했다는 것. 아직도 더웠다. 21~26도 사이.
그리고 나는 산에서 친구가 빠진 친구의 팀들을 만났는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녀들을 알아보고 내가 물어보니 맞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들 만나다니..서울서는 못보다가 곰배령에서.
친구에게 약올리기 위한 인증샷 한 컷.
올라올 때는 언니의 베스트 또라이버 실력을 또 유감없이 발휘를
했는데 깜빡 (지난 밤 잠을 설친 까닭으로) 졸다보니 한계령을
마구 돌고 있었다. "왜 일로 가?"
"몰라, 이리로 가래….! ㅠ.ㅠ"
요즘 고개 넘는 차가 어딨다구, 결론은 그리로 가야하는 거였다.
오색으로 오니 자연히 그 길이 나왔고 당연한 결론이었다.
"리사야, 내가 드뎌 너를 데리고 예전에 혼자 가서 먹었던 장줄루이
공원 앞의 기사식당을 데려갈 수 있게 되었네~~~근데 왜 안보이지?"
지났다고 우기는 내가 무색하게도 조금가니 그 식당이 보인다.
나 같으면 절대 혼자 들어가지 못할 트럭적인, 남성패거리적인,
담배냄새가 날 것 같은 적인, 우왁스러운 식당에 데려갔다.
가까운 군대의 병장급들이 엄청 오고갔다. 서로 경례를 부치면서.
(요즘 내 시야엔 군인만 보인다) 결과는 맛있는 제육복음을 먹고
배를 두드리는 정도가 아니라 때리면서 차를 탔다.
참….나…어찌나 귀엽던지, 그리고 어찌나 비현실적이던지, 또
그야말로 소설적인 건 빼놓으면 말이 안된다.
아….광주간 이야기 써야해~~
이따~~
김술
2013년 9월 12일 at 12:30 오전
ㅎㅎㅎㅎ
안그래도 비가 오길래
곰배령서 고생하시겠다 싶더니…
사과드시며 운전하시는 분이 오드리님?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다른 이미지 ㅋㅋㅋ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곰배령 여행길이 그러셨던거 같군요.
세분의 여인중에
리사라는 이름이 제일 잘 어울리는 분은…
푸나무
2013년 9월 12일 at 12:44 오전
머여 마지막 사진…
회나무열매여?
잼있다..
잼있어..
아주 잼있어. ㅎㅎ
난 루님 금강초롱운 금방 알겠던데
리사 금강초롬은
이게 금강초롱이야 아니면 그냥 초롱꽃이야….섬초롱? 하며 대답 안했지…ㅋㅋ,
아 나도 산에 가야지..
요이 땅 하고..
Anne
2013년 9월 12일 at 12:55 오전
푸나무님. 회나무하고 회화나무하고 달라요? 우리동네 회화나무열매는 저런 빨간색 근처도 안 갔던디?
리사와 오드리, 누가 만환지 이제 알았네. ㅎ
근데 다리 사진, 저런 각도로 사진 찍는거 오데서 배웠소?
Hansa
2013년 9월 12일 at 1:13 오전
오, 매우 현실적이며, 비현실적인 얘기이군요..
처음 도입부는 그야말로 ‘귀곡산장’ 분위기였어요.
산중 밤길에 엥꼬 당할까 조마조마.. 하하
리사님 등산화가 꽤 편해보이는데요. 브랜드가 궁굼합니다.
요즈음 뒷산 산책용 등산화를 들여다보고 있거든요..
오드리님 맨위 사진은 좀… 하하
Lisa♡
2013년 9월 12일 at 6:11 오전
술님…오드리님 블로그에 가보세요.
글도 아주 잘 쓰고 쌈빡합니다.
그리고 자기 사진을 자주 올리니까 거기
예쁜 얼굴 확실하게 나와있답니다.
거기서 다시 보기하세요.ㅎㅎ
그리고 저 얼굴고 자주 올리니 아시잖아요.
알면서~~괜히~~칫!
Lisa♡
2013년 9월 12일 at 6:12 오전
푸나무님.
회나무인지 모르고 마구 눌렀는데
촛점이 ㅎㅎㅎ…제가 그래요.
그리고 그래요~~~흑흑
내 금강초롱은 초롱이 아니여~~
으흐흑~~~내 이럴 줄 알고 안올리는 겨.
그때 아이폰으로 보낸 거 빗속에 경사가 안맞았단 ‘
말이예요~~~흑흑
Lisa♡
2013년 9월 12일 at 6:13 오전
앤님.
저 각도.
내가 들고 비스듬히 찍으면 되옵니다.
제가 본래 만화적이거든요.
오언니는 소설적이구요.
소설속의 비현실적인 여성입니다.
Lisa♡
2013년 9월 12일 at 6:14 오전
한사님.
맨 위 사진 귀엽잖아요.
개구장이 소년처럼……
언니 얼굴이야 익히 아니까요.
저런 귀여운 사진 올려도 늘 웃는 얼굴에
상큼하고 예쁜 말씨지요.
그리고
제 신발은 머렐 것인데 무게가 거의 없어서
신고 다니는데 등산화같지 않고 가벼워서
좋아요. 트레킹화라고나 할까요?
저걸 신고 안나푸르나까지 갔답니다.
봉쥬르
2013년 9월 12일 at 6:20 오전
사진으로나마 두분 만나니 무지 밥갑슴미다아~
어쩜 저리 젊고 예쁜지!
마구 부러워요.
두분 우정 영원하시길~
오드리
2013년 9월 12일 at 8:36 오전
한사님, 걱정마세요, 저한테도 리사님 못나온 사진 있거든요. 확 풀어버리죠뭐.
그런걸 자업자득이라고 하던가요? ㅋㅋ
오드리 이미지 돌려둬…….
오드리
2013년 9월 12일 at 1:02 오후
봉쥬르님, 리사님만 젊어요.
예쁜건 나구요. 우웩
ㅎㅎ
Lisa♡
2013년 9월 12일 at 1:33 오후
봉쥬르님.
방가방가….
반갑습니다…저두요.
언니가 저를 싫어하더군요.
이번에 마음을 알았습니다.
오링테스트라고 해봤는데 제 이름을
말하니 확 손가락이 풀려버리더라구요.ㅎㅎ
Lisa♡
2013년 9월 12일 at 1:34 오후
오드리님.
허걱스~~~~
무쪄~~너무 귀여운데…..이상타~~~
개구쟁이 머슴애같이 나왔잖아….
젊은 건 나 맞아.
이쁜 건 언니 맞구.
무무
2013년 9월 12일 at 11:04 오후
<저질체력의 소유자>보다 이 글이 훨씬 더 생생하고
재밌고 중계력(?) 짱입니다 ㅎㅎ
마치 제가 곰배령에 동참 한거같은… ㅎㅎ
Lisa♡
2013년 9월 13일 at 8:17 오전
무무님.
맞죠?
제가 운전하면서 사과를 먹는 언니를 찍은 것도
너무 잘 한 거 같습니다.
상당히 귀엽지 않나요?
곰배령에 동참했다고 느껴진다니 정말 기분이 업됩니다.
해즐 것도 없는데 중계력이라도 있다시니….므흣~
김삿갓
2013년 9월 22일 at 3:04 오전
((((휘~이익 ♬♬~ ♬~~휘~익!!!) 다리 사진 보면서… ㅋ 정신 없이 먹고 살려다 보니
추석인지도 모르고 타지를 돌다 어저께 집에 와서 긴장감 풀려 푸~억 자고 이제사
인터넷 들어 와 밀렸던 글 보고 갑니다. 추억에 남을 만한 좋은 여행 하신것 같아
읽는 저도 재미 있었고요. 사과 드시면서 운전… 저는 틴에져때 샌프-엘레이 기록
세우려고 직행 하느라 가면서 소변 본적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무척 어려 웠던 기억이
있네요. 운전 하며 바지를 벗으려 하니 머리가 차 천정에 닺아서리..ㅎㅎ 마시고 빈
오랜지 주스통 (1리터 정도 짜리) 에 딱 맞게 나왔는데 넘칠까봐 조바심 때문에 볼일
보고 나도 개운치 않았던 생각이..ㅋ ^__________^
추석 잘 보내셨지요?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_^
Lisa♡
2013년 9월 22일 at 4:53 오전
ㅋㅋ…..읽는데 숨이 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