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체적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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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끼리 싸우는 줄 알았다.

아침에..여자들이 여러 명 한데 수다를 동시에

떠는 것처럼 새들도 한꺼번에 대여섯 마리는 될까?

갑자기 지지배배어쩌고저쩌고왁자지껄까르르~~하며

떠드는 것이었다.

어머..쟤네들도 저렇게 떠드는구나.

마치 오페라 부파의 1막 마지막 장면처럼 동시에 각자

소리를 내면서 무슨 말인지 모를 중창을 하는 것 처럼.

그러나 여자들 떠드는 소리에 비해 정말 유쾌하고 듣기

괜찮은 모처럼 본연의 즐거움을 주는 소리였다.

어제물김치를 좀 사느라 섰던 줄에서 (한 시간을 섰다)

뒷편의 30대 초반의 여자 두 명, 머리가 많이 아팠다.

한 번도 쉬지않고 집안 이야기며 떠드는 통에 나중엔

멀미가 나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새가 한 시간 떠들면

그때도머리가 아플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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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사오고 나자 곧 E언니가 김치가 너무 맛있다며

포기김치를 4조각, 즉 한 통에 해당하는 걸 준다.

아침에 온 가족들이 다 맛있다고 야단들이다. 진짜 맛난다.

그러다보니 일부러 줄을 서가며 사온 김치를 넣을 때가 없다.

뭐든 빈익빈부익부가 맞다. 김치도 많을 땐 넣을 곳이 마땅찮고

넣을 곳이 비면 김치가 없다. 혹은 다른 음식재료도 마찬가지다.

넘칠 땐 어디서든 더 들어오거나 모르고 더 사게 된다.

지난 번 아들이 2박3일 나온다고 과일을 잔뜩샀는데 그게 반도

못먹고 한 두개만 먹고 갔다. 나머진 어쩌다 다 먹지 못해

상하거나 시들었는데 매번 하는 짓이 이런 식이다. 그래도

또 추석에두 아들이 며칠씩 있으니 손이 커서인지 또 잔뜩 샀다.

옆에서 보던 이가 그렇게 많이 사냐고 놀랜다. 나는 주로 박스채로

잘 사는 편인데 메론의 경우는 상하면 써서 못먹는데도 또 미련한

짓을 하고 만다. 그 몇 천원 깍아주는 맛에 미련곰탱이 짓을 한다.

나 왜 이러니? 알면서도 못고치는 버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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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랙스 무하처럼 우리 일상에 많은 영향을 끼친 화가는

드물다. 나는 사실 그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지금 나는 그에게 매료되었다. 요즘 전시회를 가면 어지간해서

도록을 사지 않는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도록을 펼쳐들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사버렸다.

오늘 아이들을 예술의 전당으로 내몰았다.

지브리전을 동시에 하기에갔다하면 6시간은 소요될 듯 하다.

보통 전시회를 한국에서만 할 때는 그 알맹이가 부족한데

일본을 거쳐 들어오는 전시회의 경우 대단히 볼거리가 많다.

22일까지 하는 무하전과 지브리전도 정말 봐야할 전시회다.

지금, 서울에선 고갱전과 무하전, 그리고 지브리전을 같이 해서

볼만한 전시회가 3개가 열리고 있다.

고갱전과 무하전은 이 추석연휴에 꼭권하고픈 전시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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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문화에 대해 좀 무감각한 인간형들이다.

젊은 청년들을 제외하고는(그들은 연애상대가 가자고

하면 밤새 공부도 하고 알아보고 기꺼이 따라가기에

좀 발전하기도 한다. 어떤 여자를 만나냐에 따라)

거의 문화적 수준은 최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일하랴, 가장으로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그런데

신경 쓸 시간이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말짱 핑계다.

어릴 적 부터 습관이 되질 않았고 그런 소소한 매력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게 전 세계적으로 남자가

평가절하되고 여자가 급 부상하는 이유이다. 그래도 깨닫지

못하는 게 남성들의 대부분이고 어딜가나 전시회나 문화공연은

여자들만의 천국이다. 기껏해야 나이 든 히끗히끗한 머리의

초로노인들이 자리를 제법 차지하긴 한다. 나이든 사람보다

사실은 젊은 이들이나 3-40대들이 그래야 하는데 말이다.

지금의 서울시청 자리가 최고의 현대미술관 자리라던 교수님의

말씀이 뼈저리게 다가온다. 젊은 직장맨들이 점심시간에라도

잠시 들려 작품을 통해 자기성찰을 할 기회를 갖고 문화를

느낀다면 나라적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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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김정수

    2013년 9월 19일 at 2:23 오전

    동감하고, 공감합니다.
    오랜 전에 본 클림트의 ‘키스’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 평생 눈에 남아 있습니다. 파바로티의 관이 광장으로 나갈때 흐르던 ‘생명의 양식’은 고교 시절 멸동 필하모니에서 들었는데 지금도 귀에 울립니다.

    무엇이 이리 바쁜지, 그림도 음악도, 시도 가까이 하지 못하고 사네요.    

  2. Lisa♡

    2013년 9월 19일 at 2:35 오전

    정수님 정도면 완전 만점이지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도 아른들도
    남자들 특히 정말 문화와 담 쌓고
    살아가는데 남자들이 여성에게
    눌려지내게 되는 원인같아서 한 말입니다.
    제가 아들이 둘이나 있다보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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