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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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나온 아들이 설국열차를 꼭 보고싶다고 한다.

어찌어찌 한군데서 아직 하는데 하루에 3번 정도한다.

낮에는 두 번, 밤에 또…그래서 12시30분 영화를 보러

갔는데 미리 예매하기엔 아들이 새벽에 들어와 곯아떨어져

깨워서 볼건지 말건지 묻기가 곤란했다. 그렇다고 미리

예매를 하려니 또 못본다고 할까봐 이래저래 예매를 못했다.

오래전에 했던 영화이고 볼 사람 다 봤으리라 예상하고

예매 못한 걸 위로 삼으며 영화관에 도착, 오 마이 갓…

남아있는 표는 앞자리 3좌석 뿐인데 것뚜 뚝 떨어진 자리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그거라도 달라고 했다.

눈치를 봐서 뒷자리 즉 연인석이 비면 거기 앉자고 아들을

꼬셨는데 마뜩찮아하는 눈치다. 워낙 FM에다 엉터리 요령을

싫어하는지라 눈치가 보였지만 아마도 뒷자리는 빌거야 라며

앉았는데 이런 날 왜? 뒷자리까지 다 차는거야. 쫒겨났다.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않았고 나는 기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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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보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역시 인생에는 반전이 있다더니 일상에도 이런 생뚱맞음이.

설국열차를 두 번 보면 아마도 그다지 재미없을 거라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앞자리라 눈을 위로 치켜

뜨다보니 눈알이 아프고 삼백안이 아닌 사백안이 되려했다.

그것도 몇 분 후, 어둠에 익숙해지는 눈처럼 점점 느긋하게

즐기게 되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영화

두 번보니 처음보다 더 나았다. 아들의 말대로 심볼이 곳곳에

등장하고 감독이 의도한대로 관객이 몰라볼 뿐 재미있다.

처음보다 두 번째가 재미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

틸다 스윈튼의 입술주름이 매우 신기한 연기로 보였고, 무지

막지하게 가득 차 있던 도끼든 살인부대들이 미리 연어의 배를

가르며 도끼에 피를 묻히는 장면도 새롭게 보였다.

곳곳에 장치된 여러가지 상징들을 제법 즐기면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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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아들과 나는 요즘 유행하는 ‘진격의 거인’에

대한 줄거리를 이야기하면서 모든 것이 상징하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사회의 모든 질서나 자리에 대해 그리고

‘진격’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길 했다.

아들은제법 진지했다.

그러다 진전한 이야기 중에 미술이야기가 나왔다. 무하전에

대한 이야기와 고갱 전에 대한 이야기 중에 둘째가 세잔을

인상파라고 했다는 것인데 자기 생각은 다르다고 한다.

오히려 세잔을 큐비즘적 작가로 치고 싶다고 한다. 실험적인

면에서? 나는 그가 후기인상파라고 둘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아니란다.그리고 현대미술은 데미안 허스트

같은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고 기존의 미술관념을 깨는 게

현대미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하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아들이 이제 내 아들이 아닌게여~~(Mc을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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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이 마음에 든단다.

그들의 영화는 기존 영화랑 다르고 매우 특별한 것이

등장하고 새로운 뭔가를 보여준단다.

그러면서도 제이미 벨이 빌리엘리어트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얘기해주었더니 놀랜다.

이럴 때 엄마가 한 가지를 자랑스레 말할 수 있다니.

무하전에서 다 보고 나와서 마음에드는 책을 팔기에 사면서

"이 책들은 어떤 것과 관련된종류만 모아놓고 파는가요? " 하고

묻자 아르바이트생들이 자기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다만

대표님이 팔라고 하는 것만 진열해놓았을 뿐, 잘 모른다고 수줍어

하면서 말하더란다. 질문을 피하고 싶어하면서.

아들 말이 파는 사람들이 그런 걸 제대로 말하지 못하냐고 이상하단

식으로 갸우뚱한다. 아들 말을 듣다보니 나도 이젠 제대로 알고

말하지않으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특하면서도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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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무무

    2013년 9월 20일 at 1:33 오후

    전에는 애들이 저에게 묻곤했던 것들이 요즘엔
    되려 저를 가르쳐주고 알려주더라고요
    다 큰거죠 ㅎㅎ
    결혼시켜봐요 나이랑 상관없이 더 철이 들고
    의젓해지던대요 든든해요 많이 ㅎㅎㅎ   

  2. Lisa♡

    2013년 9월 20일 at 1:40 오후

    무무님.

    추석 어땠어요?
    아이들 다녀갔죠?
    올렸어요?
    가볼께요.
    ㅎㅎㅎ
    아들들이 어른스러워지니 한켠으로
    섭한 마음도 없잖아 있지만 결국 그렇게 자라버리는 게
    이치이다보니 의젓해지는 아들이 듬직합니다.
    무무님 아드님이야 아주 효자중에 효자더만요.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3. 말그미

    2013년 9월 20일 at 3:31 오후

    두 번 관함하는 분도 있는데
    한 번도 못보았어요.
    아드님이 휴가를 나왔군요?
    얼마나 반가우셨을까 싶습니다.
    이래저래 이번 추석은 더욱 바쁘셨을 듯.

    귀대할 땐 또 얼마나 서운하실까 싶어요.
    많이 의젓해졌겠지요, 더 남자답게?…   

  4. Lisa♡

    2013년 9월 21일 at 1:17 오전

    말그미님.

    휴가인지 너무 자주 보는 것 같아
    군대보낸 어미의 짠한 마음은 그리
    많이 생기지 않습니다. ㅎㅎ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시죠?   

  5. 나를 찾으며...

    2013년 9월 21일 at 4:28 오전

    이 집 분위기 정말 맘에 들어요.ㅎㅎ
    아드님의 발전엔
    모종의 리사님의 취향이 발단이 되었을 수도 있지요.
    또,
    따님께서 미술 전공이라 그러시질 않으셨어요?
    그러니 당연,,ㅎㅎ

    자제분들하고 소통의 틈이 없는 분들이 많은 가정들이 얼마나 많은데요.ㅎㅎ

       

  6. Lisa♡

    2013년 9월 21일 at 8:25 오전

    나찾님.

    글쎄 아들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고 하니
    주변에서들 많이 의아해해요.
    보통 미국에 있어도 카톡으로 대화를 많이 하고
    무얼하고 무얼보고 학교에 명사가 누가오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걸 보고 친구가 놀래더라구요.
    진짜 좋은 쪽으로 이상한가봐요?
    자랑같네요!!!   

  7. 나를 찾으며...

    2013년 9월 21일 at 10:42 오전

    아~물론 자랑하셔도 되지요.

    어휴! 전 제가 쓴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철컥! 자물쇠를 채워버렸네요.

    요즘 소통의 틈이 벌어진 가정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리사님 가정은 그러시질 않아 분위기 엄청 좋아보인다는게 그만..
    어케 저러게 댓글을..ㅉㅉ

    ㅎㅎ^^*   

  8. Lisa♡

    2013년 9월 21일 at 11:38 오전

    댓글이 뭐 어때서요?

    좋은데 말입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좋은데
    자칫하면 엉터리 정보를 줄까봐 걱정이지요.   

  9. 푸나무

    2013년 9월 21일 at 2:01 오후

    경훈이….

    생각이 틔어있네…제법. 아주아주…
    리사님은 좋거타. ㅋ   

  10. Lisa♡

    2013년 9월 21일 at 2:09 오후

    푸나무님.

    갸가 은근 까칠해서
    뭐 잘못 대답할까봐
    말할 때 겁나요~~~ㅎ   

  11. 벤조

    2013년 9월 22일 at 7:48 오후

    나는 딸들과는 대화가 되요. 그런데 아들과는…
    아이들이 저 나이에 나는 뭘했나? 생각하며 자책합니다.
    한국말로 저렇게 잘 소통이 되니 얼마나 좋을까…
    리사님 자녀들은 한국, 미국의 좋은 점을 다 갖고 있는가봐요.
    (그 비결을 책으로 내요. 다른 박사님들처럼…ㅎㅎ)
       

  12. Lisa♡

    2013년 9월 23일 at 7:25 오전

    벤조님.

    딸들과 대화가 되면 됐지요.
    아들은 장가가면 저도 안될지도.
    큰 아들만 저랑 대화 좀 해요.
    효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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