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을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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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가야해..간다간다하면서 미국에 부쳐야 하는 돈을 아직

입금하지 않았다. 자꾸 잊고마니 오늘은 기필코 적어두자..또

ING 생명에도 가야해, 그래 적자..빨간 볼펜으로 책상 달력에

기입하다보니 하나 더 있었는데 아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체

이런 난감함은 탈피는 커녕 더욱 잦아지고 있는 실정이잖아.

일단 1,2,3 번호는 세 개 적어두고 두 개만 기입해두고 나중에

기억이 나면 다시 적어야겠다. 꽤 합리적인 결론인가? 후후.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모두 잊고마는 이 성실한 건망증을 어째?

방금도 건망증 단어가기억이 나질 않아 한참을 헤매다 원위치

했는데 먼저 치매, 기억상실이라는 단어만이 떠올랐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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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를 하러갔다. 늘 가면서 부담스러운 건 오늘은 어떤 두피

제품을 권하던 절대 사지말아야지 하는 각오를 하고간다. 허나

일단 담당미용사를 만나고 나면 혹여 이상한 약을 바르거나 커

트라도 밉게 할까봐 말을 던지면 수긍하고 만다고나 해야할까?

유학보낸 아이가 볼모라 가디언에게 잘 하게 되는 것 처럼 미

용실에서도 내 가는 머리카락이 결국 볼모인 셈이 되고만다.

오늘도 여지없이 머리에 뭐 바르는 제품은 있습니까? 한다. 아~

네 지난 번 여기서 권해주셨던 것 아직도 그대로 있답니다. ^^*

결국 파마 전에 머리카락이 탱글거리게 나와야 한다면서 힘없는

머리카락 탓을 하며 5만원 추가 파마 전에 뭘 한다는데 정말로

거절할 구실이 없는 것이었다. 남들보나 약한 머리결에는 정말

돈든다. 뭐하나 잘못타고 나면 그게 다 돈덩어리이고 세상에는

돈을 발라서 더 나아지지않는 경우는 잘 없다. 하긴 성형으로

얼굴 망치는 사람은 여럿 봤다만 피부나 머리카락은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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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언니가 사진을 한 장 보여준다.

"이 사람 어때?"

사진 속에는나이 든 제법 강해보이는 사각형 얼굴의 여성이 있다.

-언니 이모 아냐? 누군데?

"친구야"

아, 그렇구나. 근데 나이 제법 들어보인다.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미인인 줄 알아, 만나면 말 조심해"

뭐시라~~~증말?

"응, 엄청 혼자만 최고인 줄 알아"

뭐시라~~~ 그 나이에 아직도 그런 여성이 존재한다는 말?

너무 부자란다. 그래서 명품을 온 몸에 감고 다닌단다.

백화점에서도 완전VIP란다. 근데 근데말야…정말 촌스럽다.

뭐가 촌스럽냐고? 그런데서 명품이나사서 감고 다니는 그 자체가.

(나 왜이러니~~~촌스러움을 좋아하면서 말야,근데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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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왜 내 맘에 안들까 나는 그녀를 만나면서 늘 그게 고민이었다.

나보다 못난 것도 아니었고,내가 기죽어서도 아니었다. 그럼 그게 뭘까?

탁!(무릎치는 소리)

어제 드뎌 알았다.

그녀는 남의 모순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정답이라는 사실에 묶었던 무거움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다.

인간은 누구나 모순을 갖고 있다. 또 모순이 없다면 그닥 매력이 없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순을 발견한다고 해도 이해하고 감싸주고 그럴 때 비로소 인간관계가

좋아지고 편안해 지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늘 그 모순만을 꼬집어 뜯고, 밝혀내고, 깍아 내리면 그게 뭐 대단한 양 굴던

그녀였기에 어딘지 모르게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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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인디고

    2013년 10월 12일 at 9:25 오전

    리사님 글을 읽으니
    바로 옆에서 조근조근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리사님 방이 항상 붐비나봐요
    그것도 딱 내한테만 해주는 이야기 같아ㅎㅎ
    수천명이 듣고 있는데 나 원 참…
    .

       

  2. Lisa♡

    2013년 10월 12일 at 10:55 오전

    인디고님에게만 해주는 이야기라고 치면 안될까요?

    후후후–인디고님 방에 가서 한참 놀다가 왔습니다.
    아직 따끈따끈한 글을 다 읽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3. Grace

    2013년 10월 12일 at 1:47 오후

    늘 명쾌하신 리사 님의 글…

    오랫만에 들어와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4. Lisa♡

    2013년 10월 13일 at 12:10 오전

    오랜만이죠?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합니다.
    어디로 가는 시간인지 잡아두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거긴 초겨울.
    여긴 초가을.
    단풍이 물들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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