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면회를 가서 구내매점을 가게 되었다.
군인매점이라서인지 시중보다 좀 저렴했다.
뭐라도 하나 건져야겠다는 심리에 고르고 고른 게
튀김가루 한 봉지다. 아들은 그것조차 못마땅해했다.
자기는 내무반 애들 줄 거 잔뜩 사가면서 나는 왜?
내가 튀김가루를 들고 외부로 나가는 게 걸리면 어쩌
려는지 하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카운터에 물었다.
갖고 나가는 건 아무 무리가 없다고 한다. 짜아식.
아들 면회는 너무나 힘들다. 4시반까지 영내에서 면회
실로 정해 둔 곳에서 꼼짝 못하고 아들을 바라보면서
앉아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럼 아들은? 그 애는 아무
문제가 없다. 스마트 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아침 10시에 자리 잡으려고 미친듯이 이층으로뛰어
올라 간 내 행동이 무색하게 자리가 텅비어 있었다.
제일 좋은 자리? 어떤 자리? 전기 콘센트 옆자리다.
아들 둘이 왜 어벙하고 융통성이 없는지 오늘재확인.
남편이 아들이 먹고프다는 피자를 시키기 위해 군 앞의
이름없는 피자집이아닌 D 또는 J 피자를 시키려고 전화
번호를 물으려전화를 하는데 속이 터지려했다. 도저히..
느린 말투에 제대로 맥을 짚지 못하고 우물대는 폼이
순간 전화기를 확 나꿔채고픈 유혹이 발동했지만 참았다.
"여기 수원 세류동 공군10전비 면회실인데 배달은 되나요?
배달까지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하면 되는 일을
"어…..여기가…그러니까…그…공군…..세류동인데
어…..10전비…..요….네?…..그게……예?……"
남자들 다 이렇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아 답답해. 두 아들이
왜그런가 했더니 바로바로 정답은 핏줄에 있었다.
오빠가 산에서 밤을 잔뜩 주워왔다.
가족들 먹으라고?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밤을 주워가서 다람쥐들이 나중에
먹을 게 없을까봐 주워다 사람없을 때 다시 가서삽으로
땅을 파고 그 속에 심으려고 한다.
그러면 다람쥐도 파먹고 못찾으면 다시 그게 자라 나무가
무성하게 자랄테니까…다람쥐들도 자기가 묻은 밤을 70 % 만
찾을 수 있다고 하니 그렇게 묻어두면 알아서 찾아먹겠지.
‘징게맹개 외얏밋’이라는 말이 눈이 버번쩍 뜨였다.
책을 읽다가…가끔 그런 단어들이 있다.
그런데 ‘징게맹경 외애밋들’이라고 찾아야 한다.
김제의 너른들판을 말하는데 김제 만경평야라 김제와
만경을 시골말로 징게맹경 이라고 발음한 것이다.
지평선이 보이지않는 너른 들판이라고 한다.
거기에 물을 대는 저수지가 벽골제인데 그 인근에 있는
산이름이 ‘신털미’라고 한다. 이름들이 어쩜 그렇게 이쁘고
정다운지 조용히 혼자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한다.
징게맹게, 징게맹경, 신털미…신을 털어서 지어진 이름?
김정수
2013년 10월 14일 at 1:28 오전
면회실 생각납니다. 저는 성남비행장에서 근무했었지요.
휴가 때 말고는, 집사람이 3년간 매주 면회왔었습니다.
대단하죠? 정말 감사하죠…
아드님이 군복무 잘 하기를 기도합니다.
빈추
2013년 10월 14일 at 1:39 오전
10전투면..ㅎㅎ
군대라는 느낌도 안 들텐데요. 뭐.
1번국도변에 있는 시내 한복판 부대니까요.
그런데 피자는 시키셨어요?
이름있는 피자가게가 있을려나요 근처에.ㅎ.
지나다니다보면 면회실 특A급으로 잘 만들어 놨던데요.
외출 안되면 손가락 빨아야하는 면회실도 흔하거든요.
푸나무
2013년 10월 14일 at 4:51 오전
그 오빠 진짜 멋쟁이시다…
조금 전 산에서 아주 작은 새끼 다람쥐를 보았는데
너무 작아서
산은 너무 크고…
아이고 니 삶도 그리 편치는 않겠다..
생각했거든…
다람쥐 먹이 생각하시는
푸나무
2013년 10월 14일 at 4:53 오전
멋쟁이 리사오빠 브라보…ㅎ
산에서 쓰는 댓글 .
Lisa♡
2013년 10월 14일 at 8:34 오전
정수님.
서울공항에 게셨군요.
우리도 그리로 파견되길 원했는데 어학병 TO가
안나서 하는 수 없이 수원으로..ㅎㅎ
소속은 수원인데 파견근무한다네요. 오산으로.
즐기고 있더라구요.
신병대기소에 있는 기간이 지루하다고..(노니까요)
Lisa♡
2013년 10월 14일 at 8:37 오전
빈추님.
10전비요?
군대치곤 편하긴 해요.
피자 이름있는 피자 얼마든지 가능.
미리 주문하고 가서 찾아와도 되고
배달되는 곳도 있어요.
Lisa♡
2013년 10월 14일 at 8:37 오전
푸나무님.
오빠 멋쟁이죠?
속깊은 멋쟁이.
오늘 간송 다녀왔어요.
가실거죠?
주로김홍도 위주더라구요.
푸나무
2013년 10월 14일 at 9:57 오전
근데 그런가?
마이 브라더에게서도 전화기 뺏고 싶을 때 많거든…
그래도 내가보기엔 그집 아들래미
어벙이나 융통성이없느게 아니고
정직하고 점잖은거임.
울아들도 어벙이스트라…그래서…나는 저리 순수하니 사랑받겠지 한다우.
남자들 다그러나봐…
Lisa♡
2013년 10월 14일 at 10:22 오전
푸나무님.
요즘 남자 아이들은 어벙하고
여자 아이들은 날쌔고…
남자가 좀 치죠?
큰일인데~~ 알아서들 살겠죠?
쁘띠뽐므
2013년 10월 21일 at 3:01 오후
다람쥐들을 위해 밤을 다시 심어준다니 넘 좋네요 밤이나 도토리 너무 많이들 주워가서 동물들 먹을게 없다고 들었는데 그런 방법은 생각 못 했어요.. 저도 기회되면 꼭 해봐야겠어요..
Lisa♡
2013년 10월 21일 at 3:33 오후
뽐므님.
그런 방법이 있더라구요.
저도 저의 오라버니땜에 알게 되었지요.
애국자가 따로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