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을 삶아서 두고 먹다가 조금 남은 걸 까서 안보고
그냥 입에 넣고 씹었더니 씁쓸하다. 상한 건가?
나머진 다 괜찮은데 가끔 미리 곰팡이가 속에서 낀다.
내 방 옷장정리가 완벽하게 끝났다. 살 것 같다. 내일
부터는 아들방 옷 정리에 들어간다. 정리하기 전에는
무섭기까지 하더니 정리 후에는 상쾌하기까지 하다.
정리시에 나왔을 수많은 먼지때문에 이불을 일광욕 후,
팡팡 털었고, 시트는 아예 벗겨서 털으니 먼지가 엄청나다.
잘 털어서 세탁기에 돌리는 센스!
하나씩 정리가 끝날 때마다 방은 구석구석 잘 닦았다.
하얀 먼지가 걸레에 묻어났다. 걸레는 요즘 몇 번 빨아서
쓸 수 있는 행주를 사서 걸레로 쓴다. 아주 좋다.
이 가을에 산행을 다녀온 친구가 제비꽃이 있더라고
신기해하면서 이야기한다. 어제 일광욕한 이불 걷으러
앞 정원겸 공원인 나만의 철봉에 갔더니 발 아래 밟히는
것이 모두 돌미나리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봄 여름에 나는 돌미나리가 온 정원 가득하다.
이걸 캐어야 해? 말아야 해? 만져보니 야들야들하다.
전부쳐서 먹어도 딱 좋을..정말 두고 보기엔 아깝다.
하루 시간을 내어서 두어시간 바짝 캐어봐야겠다.
그리고 보니 매실 엑기스를 따르지 않았는데 얼마 전까지
설탕이 그대로 있어 두었더니 어제 베란다 청소를 하며
보니 이제사 설탕이 다 녹았다. 이 번 주에 따라내야겠다.
누군 솔잎차를 만들던데….
오늘부터 독서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오래동안
책과 담을 쌓고 살았다. 정리에 몰입하느라. 정리도
종일 붙어서 하면 빨리 끝날텐데 약속에, 여기저기 할
일을 다 하면서 하니 오래 걸린다. 하긴 먼지에 허리를
폈다, 앉았다 하면서 해야하니 쉬엄쉬엄 하는 게 낫다.
그토록 오래 그냥 살았는데 며칠 더 걸린다고 손해보랴.
뭔 일을 하려고 펼치고보면 재빨리 하지않으면 갈수록
하기 싫어지기에 빨리 하긴 해야한다. 그래도 느릿느릿
해서 며칠동안 그 복잡한 내 옷장 정리를 마치니 살 것
같고, 하루 딱 붙어서 아들 방 옷들을 가려내야 한다.
아들들은 티셔츠가 많아서 그렇게 손 갈 것은 없다.
여자들은 정말 뭐가 그리 많은지 자신의 것을 정리하면서도
진짜 질린다. 속옷도 긴 것, 짧은 것, 여름 것, 봄 것,
겨울 것, 멋내기용, 히트텍….정말 끝이 없다. 스타킹도.
낮에 경언니가 어릴 때 미군부대에서 나온 꽝꽝 얼은
아이스크림이 종이에 쌓여있어 퍼먹어야 하는데 그걸
뭔지 몰라 양은냄비에 넣고 끓여서 먹었는데 상당히
맛있었다고 한다. ㅎㅎㅎ 나도 그 당시 작은 군용깡통에
든 땅콩버터를 먹고 싶어서 손가락을 찍어서 아껴먹던
기억에 절로 웃음이 났다. 모두들 그때의 미군부대용
생필품에 대한 기억들이 있어서 이야기를 하자 왜그리
웃기는지..거기서 나온 분유를 밥솥에 숟가락을 소듬히
부어서 딱딱하게 굳혀서 과자처럼 바싹하게 배여먹던
생각이 나면서 엄마까지 그리워진다. 우리가 동시대를
살았다는 반가움과 그 시절의 이야기에 정이 묻어났다.
귀하디 귀한 바나나 3개를 얻어 엄마 오기 전에 너무나
먹고파 조금만 뜯어 먹고 놔둔다고 했다가 셋 다 먹고
들킬까봐 쫄았다는 이야기에 상상과 함께 웃음이 나왔다.
그 귀여웠을 언니의 표정에 나도 그 옛날 뒤주 속에 넣어
둔 과자를 먹으려고 발돋움하던….아름다운 시절이여.
Anne
2013년 10월 29일 at 1:57 오전
나도
미군부대에서 나온 분유를 네모난 알루미늄 도시락에 굳혀서
칼로 죽죽 바둑판처럼 베어서
캐러멜처럼 먹은 적 있는데…
벤조
2013년 10월 29일 at 5:36 오전
난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고기 종류를 많이 먹었어요.
그래서 데부짱이었어요.ㅋㅋ
좋은날
2013년 10월 29일 at 8:29 오전
딱딱했던 배급우유를 창칼로 썰다시피
얇게 져며서 물을 붓고
밥솥에 쪄내면 기막히게 맛났지요.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의 기가 막힌 미각에
혓바닥부터 속까지 놀라서
변소간 들락거리던 그시절.
자꾸 그리워집니다.
친구들이 자꾸 저 세상으로 가버리는 요즘 더욱.
Lisa♡
2013년 10월 30일 at 10:41 오전
앤님.
다들 분유에 대한 기억들이 있군요.
저도 미군부대하면 분유가 가장먼저
똥ㅎ르거든요.
땅콩버터랑..
Lisa♡
2013년 10월 30일 at 10:42 오전
벤조님.
데부짱이셨군요.
믿어지지 않지만.
고기를 먹었다니 그래도
당시에 잘 나가셨군요.
저희는 고기 한 번도 못 먹은 듯.
Lisa♡
2013년 10월 30일 at 10:42 오전
좋은 날님.
그렇쵸?
그 당시가 가난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고 아름다운
유년이었습니다.
갈수록 많은 것들이 떠나고
그리워지는 것이 많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