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물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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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10월의 끝자락에서 가을단풍은 절정기를 맞고 있었다.

다들 한 번 훑고 지나간 즈음인 것 같은데 이제사.

신기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자연의 색을 내면서.

십이선녀탕을 늘 가본다 하면서 못가봤다. 만해마을에서

잘 때도 거기 지인이 오래 기거할 때도 나는 가보질 못해

오늘에야 드뎌 K샘을 모시고 가게 되었다.

우연하게 이야기 끝에 가게 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길이라고나 할까?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그대로다.

노랑물이 든 숲에서 나도 노랑물이 함께 들여지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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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늘 그대로인채 잔잔하거나 파도치거나 그 모습 그대로란다.

그런데 산은 그렇지않다고 하네.

단풍이며, 봄엔 연두며 여름엔 초록이 싱그러움을 풍기고 겨울엔

메마른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산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어디를 더 좋아하더라?

모르겠다. 점점 답에 대한 확신이 없어진다.

변덕이 심해지고 무엇하나 확실하게 내세울 것이 없어지는 걸 느낀다.

바다는 바다대로, 산은 산대로 다 좋은데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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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으로여행가면 나중에 여기서 살다가 죽어도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곳이 많다. 가는 곳마다 그런장소 투성이다.

근데 속초에 가면 늙어서 속초에 살면서 질리도록 울산바위를

보고 싶은 것이다. 어쩌다 금강산 줄기를 가면 고성에 살아도

좋겠다는 마음이 슬그머니 들고, 남도 쪽으로 가면 가는 곳마다

머물고픈 순간들이어디한 둘이랴.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라더니 자주 간사해지는 걸 어째?

곰배령에 가면 곰배령 사람이 되고싶고, 설악에 들면 설악사람으로

지리산으로 가면 지리산에서 살다 죽고싶으니 참으로 변덕이 죽끓는다.

오늘은 나 늙으면 속초에 살아야지~~하니 옆에서 잘도 살겠단다.

도움은 못될지언정 방귀새는 소리만 하고 있는 당신!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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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찍으면서 오현기씨 생각을 했다.

연전에 내가 찍은 단풍잎 사진을 보더니 연출을 했다길래

걸으면서 연출에 대한 상념에 젖어 슬그머니 웃음과 발길

닿는 곳마다 연출적이라 뭐라 꽁무니를 뺄 데가 없는데

아무래도 이 사진을 보면 또 연출이라 하지싶다.

그래도 뭐…연출은 커녕있는 그대로 다 찍을 수나 있을까.

눈돌리는 곳마다 작품이고 연출인데..잠깐 1시간 정도 걸었는데

크게 멀리 가지도 못했는데 곳곳이 놔둘 수 없는 아까움들이.

십이선녀탕은 어디에 있을까? 아래서 부터 세어서 12개의 탕이

있는 것일까? 복숭아탕이 있다는데 거기까지 가지도 못하고

내려왔다. 살짝 맛보기 걷기를 했던 것, 같이 다니는 사람이

변변찮으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맛만 봐야 한다. 오늘은

사실 나도 발바닥이 무지 아파와서 중간에 쉬고 싶었다. 정형외과에

가도 모르는 이 발바닥의 통증은 아무래도 체중이 문제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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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오현기

    2013년 10월 31일 at 10:25 오전

    오늘자 오늘의 운세에 ‘봉황은 오동나무에 둥지 트는 법’ 이라고 나왔던데 여기 이름 석자 올리려고 그랬나 보군요… 10월의 마지막 추색이 제대로 입니다.    

  2. Lisa♡

    2013년 10월 31일 at 1:36 오후

    아무래도~~
    연출에 대한 한마디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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