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어렴풋이 깨나보다 했다.
비질소리가싹싹~~거린다.
낙엽을 긁어모으는 소리다.
잠을 깨우긴 했지만 싫지않다.
아침에 나서니 온 길에 노란 은행잎이다.
아름다운 뒷길엔 온통 플라타너스 잎이 뒹군다.
이제 낙엽질 일만 남았다고 누가 그랬는데.
남쪽엔 아직 단풍이 반만 들었다고 했다.
11월은 마지막 이 한 해를 보내는 마무리 차원으로
보면 마지막 달이라고 했다.
12월보다는 11월에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준비를 하는 거라고.
그러고보니 슬프다.
독일에서 온 원두커피 패킹을 어제 개봉했다고
조금 우체통에 넣어둘테니 맛보란다.
이웃에서 온 문자다.
혼자 속으로 흐뭇해한다.
나의 이런 작은 행복 오래 누리면 안될까?
또 가까이 사는 E언니에게 어제 무우생채 부탁했다.
기꺼이 해서 준단다.
나 이런 작은 행복 길게 가고프다.
저녁 후, 걸어서 갈 수 있는 연주회가 여기에 더 부채질이다.
어제는 모스크바 필이 공연을 오늘은 차이코프스키 비창 연주가..
커다란 야망을 갖는 사람도 나름 행복하겠으나
나 작은 가슴, 이러한 행복에 가슴 떨린다.
오래도록, 길게, 자주, 사랑하고픈 순간들이다.
"엄마, 오늘 뭐해?"
딸아이가 매일 묻는 질문이다.
딸은 딸대로 나는 나대로 시간이 맞질 않는다.
같이 부딪힐 시간은 늦은 밤 밖에 없다.
딸은 목요일에 쉰다.
나는 목요일이 가장 바쁘다.
그러니 우린 서로가 아쉬워한다.
아니 딸이 더 아쉽다.
내게 바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자기가 가로수길에서 봐둔 가방도 엄마가 봐줬으면
좋겠고, 같이 닭발도 먹으러 가면 좋겠고..
미안하다.
딸아, 이 엄마가 무지 바쁜 10,11월이네.
어젯밤에ole~~를 무지 부르짖었다.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날 뻔 했다.
공연을 보다가 다른 사람을 좌절시킬 뻔 한
그 감동은 바로 스페인 국립 플라맹고 발레단이다.
내 앞의 베레모 남자 엄청나게 소리질렀다.
멋지게~~올레~~올레이~~
아마도 스페인을 사랑하거나 스페인에서 살다가 온
남자로 보였는데 그의 풍부한 감정이 주변을 더욱
흥분시켰는데 적절한 외침은 정말 필요한가? 맞다.
브라보, 브라보~~~올레~~올레이~~~야호~~악!!
연주회의 경우 마지막 한 음의 감동이 끝나기 전에
브라보를 외치는 건 예의에 어긋나지만 플라맹고 같은
춤의 경우에는 마치자 바로 터지는 우뢰와 같은 박수는
진짜 적절하다. 바로 기립하면서 치는 대단히 열렬한
박수에 손바닥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지안(智安)
2013년 11월 7일 at 10:15 오전
공연 본것 다 올릴수 있음미까?
딸도 잘 못만나는데..
그러니 슬프다는말 곧이 안들림미다..
슬플새 있음미까?
Lisa♡
2013년 11월 7일 at 2:19 오후
지안님.
다 지나간 것도 많은데
함 생각나는대로 올려볼께요.
마니 못올렸네요.
지송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