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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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도 오늘에야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우디 알렌 감독이라는 것만으로도 봐야했던 영화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가 배경으로 뉴욕은 화려한 햄튼과

팜스프링스, 롱아일랜드, 맨하탄 5번가배경으로, 샌프란시스코는

그야말로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나온다. 딱 한 번 외교관의 새 집은

트래주어 아일랜드가 한 눈에 보이는 대단하고, 근사한 부촌이었다.

극과 극을 대비시켜 생의 계층 구분과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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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

비비안리와 마론브란도가 나온 영화 이후, 1995년에 제인시모어와

알렉볼드윈이 나온 영화에 스탠리 역으로 지금의 할 역인 알렉 볼드윈이

출연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할은 줄줄이 여성이 엮이는 부자로, 옥션에서 드비에 장인의 보석을

경매로 사서 부인에게 선물하는 놓치기 싫은 남자 역으로 나온다.

그는 여자들이 선망하는 남자로 신분상승의 발판이자 속물 중에 속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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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블란쳇이 맡은 우아하고 욕망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어 하는 재스민(극 중 본명은 자넷)은 허영덩어리로 인간의

습관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내가 만일 땡전 한 푼없이 된다면 어쩔것인가. 아마도 파출부나

호떡장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재스민처럼 책임질 그 누구도

없다면 더욱 홀가분하게 최선을 다해 살 수 있을 것이다.

주위에서 망하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과거 이야기만 하거나,

식사도 호텔에서만 하려하고, 질질 끌리는 밍크를 영화배우처럼 입고

수퍼를 누비는 사람이 있다. 과거에 자신이 누린 부귀영화를 결코

잊지않고 그 속에서 헤매이긴만 하며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한다.

한때 누린 호화로운 삶을 인생에 그런 부분이나 경험이라도 하게

해준 신께 감사드릴 것 같은데 실제로 닥치면 그게 힘든 모양이다.

땡전 한 푼없으면서도 일등석을 타고, 팔면 중고가 1000만원은 받을

에르메스 버킨백을 시종일관 들고 다니며 사넬자켓을 어울리지도 않는

장소에 입고 벗어나질 못한다. 습관의 무서운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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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디숍, 영화에서는 지미추 구두, 에르메스 가방과 스카프, 랄프로렌 악어백, 샤넬 자켓과 목걸이.

루이비통 여행가방, 까르띠에 시계, 드비어스보석, 16세기 빈티지가구점..등등 최고의 명품만 나온다.

처음 할과 재스민이 만난 장소도 최고 상류층들만 간다고 하는 마사드 빈야드 섬이다.

케네디 일가의 별장이 있고 미국 대통령들이 휴가때마다 간다는 섬이며 오바마 대통령도

4번이나 찾던 곳, 특히 케네디 쥬니어가 부인과 경비행기를 몰고 가다가 바닷속에 빠져

죽음으로 뉴스를 장식했던 그 섬이다. 그 섬에서 만났다는 자체가 부의 상승을 예고하는

장면이다.처음 들은 노래는 블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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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래도 사기를 쳐서 벌던, 남을 등쳐서 벌던 그 돈으로 기부를 많이 했고부자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한다. 마치 그게 면죄부라도 되는 냥…진정한 미국 부자들이 하는 흉내는 죄다

내어 보려고 했던 자기를 토로한다. 그녀는 입양으로 키워진 자매로(자넷, 진저)둘은 서로가 태생부터 다르다고

여기면서 살아왔다. 밑바닥 인생을 선택한 진저는 언니와 자기는 진작 다른 삶을 살 수 밖에 없다고 여긴다.

여기서 인간이 어떻게 자기 삶에 대해 판단하고 그 판단에 의해 살아가고 대인관계를 맺는지 보여준다.

진저는 자기외 비슷한 남자 칠리를 만나 아웅다웅하면서 척박하게 살아간다. 그런 모습을 보는 재스민은 그들은

그저 인생을 실패한 루저라고 생각하고 경멸한다. 그런 루저들의 모습에서 영화보는 관객도 그저 웃고만다.

어울리지않는 어떤 모임에서 루저같은 작자가 계속 상황판단을 못하고 격떨어지게 굴며 같은 통속으로 치부한다면

어색한 일이긴 하다. 아래 사진의 칠리와 그 친구의 모습에서 또는 말투에서 우디 알렌의 유머가 있는데 어찌보면

참으로 허망하고 슬픈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도 어쩌면 웃기고 있는 판단일지 모른다.

누가 누구를 판단하고 잘 산다고 할 것인가. 하지만 개념없이 산다는 건 문제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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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누리며 호화롭게 살던 그녀에게서 부가 빠져나가자 멘탈붕괴가 온다.

어제 내가 잠깐 만난 t가 결혼생활에 대해 묻자 자기는 삶의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했으며, 나이들면서 늙어가는 외모 부분에서는 그런 면은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녀는 유럽에서 아주오래 살았고 문화적으로 성숙된 삶을 산다.

돈은 별로 없지만 자기 삶을 아주 즐거워하고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비교된다. 비록 한 사람은 영화 속 주인공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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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게 있는 자와 아예잃을 게 없는 자.

그리고 모든 걸 잃은 자와 잃을 게 없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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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부분…미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여.

그들만의 방식에 낯선 재스민.

우아함을 잃지 않으려는 재스민.

아래 두 남자…귀엽기까지 하다.

엄청 단순하다.

연기 정말 제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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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하며, 대사하며, 표정하며

진짜 우디알렌 인간적이다.

이름도 정말 웃음폭발이다.

할과 재스민.

진저와 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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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를 다니는 할의 아들이 나온다.

어려서부터 재스민이 함께 살았다.

아버지가 잘못된 방식으로 부를 이루었음을 알고

(아버지인 할이 하버드에서성공한 사업가로 강의까지했다)

자랑스럽던 아버지에서 치욕적인 아버지가 되었다면서

하버드를 중퇴하고 만다.

친구들 앞에서 부끄럽다는 것이다.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신분상승을 꿈꾸며

한복판으로 나가려고만 한다. 그리고 그 반대 그런 걸 아예

꿈꾸지 않는, 혹은 일찌감치 포기한이들이 등장하여 이 두

가지의 삶을 교묘하게 대비시켜 엮어 놓는다. 마지막까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은 결국…

순애보가 없는 사랑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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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Hansa

    2013년 11월 27일 at 12:02 오전

    케이트 블란쳇의 눈이 파랗군요. 오!

       

  2. 푸나무

    2013년 11월 27일 at 1:15 오전

    다양한 관점으로
    아주 잘슨…멋진 리븁니다.

    그니 내가 맞제..척보면 ..명품이 보이는것,
    나는 하나도 모름….아 루뷔동 가방은 암. ㅎㅎ.
       

  3. 지안(智安)

    2013년 11월 27일 at 1:59 오후

    진짜 재밋다 리뷰..
    한때지만 할같은 부를 향유할수있는
    남자랑 살아보는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봐.
    끝없이 추락해도 리사같은 용기만 있다면..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
    진저 남친과 키작은 그친구.
    진짜 귀여운 남자들임.
    근데 롱밍크 질질 끌고 마트가는 아짐 누군고?
    아.. 영화 뒷담화 하고프다~    

  4. Lisa♡

    2013년 11월 29일 at 10:40 오전

    한사님.

    파랗게 보이디가
    더러는 회색눈으로도 보입니다.
    아마 본래 파랄 겁니다.ㅎㅎ   

  5. Lisa♡

    2013년 11월 29일 at 10:40 오전

    푸나무님.

    미리 푸님과 안님이 멋진 리뷰를 올려서
    다른 관점으로 써보려 했지요.
    능력이 되는대로…헤헤…   

  6. Lisa♡

    2013년 11월 29일 at 10:41 오전

    지안님.

    저도 할 같은 남자 싫지 않아요.
    저는 바람 피워도 참을 것 같아요.
    그 정도 능력이 되는 남자니까요.
    마음 넓죠?
    그리고 밍크코트 질질은 제 엄청 가까운 친구네
    가족입니다. 예전에 정말 잘 살았거든요.   

  7. 아로운

    2013년 11월 30일 at 1:32 오전

    그렇죠, 나쁜 남자들이 언제나 여자들한테는 인기가 많지요.
    주위를 둘러보면 참, 부자가 많구나 생각이 들어요.
    한국서 좋은 차 가진 사람만큼이나 여기서는 개인 제트기 가지고 자기 목장에 놀러가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애들 학교 친구들 봐도 그렇고… 그런데도 애들은 별로 그런거에 큰 의미는 안두더라구요. 그런 애들이 꽤 있어서 그런지.

    If I am what I have and if I lose what I have, who then am I?
    – Erich Fromm
       

  8. Lisa♡

    2013년 11월 30일 at 12:22 오후

    아로운님.

    에리히 프롬 말이 어렵네요.
    대충 알 것 갗긴 한데..철학적임.

    우리 애들의 경우 그런 것에 별로 고나심이 없더군요,
    그 집 애들처럼…아마도 꽤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고
    서로 묻지도 않고 중요하게 생각하지않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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