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러운 날씨였다.
문경쯤에선 폭설처럼 눈이 쌓이고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일행 중에 한 명이박용래의 ‘함박눈’을 읊었다.
그런 날씨가 경주에 도착할 즈음엔 완벽한 연하늘로 르네의
하늘과 구름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99%는 이영준씨 덕분이다.
얼굴도 모르는 그가 남긴 댓글로 나는 완벽한 여행을 즐겼다.
언젠가 경주를 다녀온 후 블로그에 올린 글에 달린 댓글을
나는 소중하게 잊지않고 메모해 두었는데거기 쓰인 모든 곳을
아직 다 가보지 못했지만 10군데 정도는 영준씨가 추천한 곳으로
다녀왔고 그가 추천하지 않은 장소는 단 두군데 독락당과 주상절리만을
내가 임의적으로 추가했을 뿐, 모두 완벽하게 마음에 들었다.
제대로 느낄 줄 아는 사람과 그걸 공유할 수있는 사람은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아도 함께 보고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촉이라는 것을 흔히들 말하곤 하는데 나는 그 촉이 조금
발달한 편으로 누가 말하면 금새 그것이 내게 맞고 안맞고
하는 것을 알아 차리는 편에 속한다.
나는 그가 댓글에 추천지를 알려줄 때 바로 괜찮은 곳들이라는
걸 알아차렸고 늘 그 이후의 경주를 꿈꿔왔다.
지금껏 경주는 실망과 감탄을 같이 주었으니까 게다가 주변환경은
늘 모든 감각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효과가 대단했으니까.
기껏 잘 지켜온 릉 주변에 깔리 빨간 보도블럭이라든가 폭신한 숲에
길다랗고 엄청난 데크로 무장을 한다든가, 잡다한 장사간판으로
뒤덮힌 공해들은 늘 좋다가 말아지는 감정만을 품게했고 행정적인
모든 면에 실망만을 안겨주는 것으로 마무리했었다.
여행을 하면서 맛집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한데
같이 간 일행 두사람이 워낙 먹는 걸 제대로 못하는지라
요석궁은 아예 근처도 가지 못했고, 일부러 경비를 아끼는
의미도 있어서 두 번의 점심식사 외에는 일체 콘도에서
밥을 해서 먹었다.과일과 커피 등은 갖고 갔으며숙박비와
자동차 경비가 많이들어서 일부러 절약을 했다.
경주는 시내에서 놀지않고 외곽쪽으로만 다녔는데 처음듣는
이름들이 많았으며 천년의 역사는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다
라고 말하면서 돌아다녔다.
역사를 줄줄 꿰는 남편들이 없어서 우리끼리 네이버를 찾아서
李가 늘 낭독을 도맡아했고, 權이 훈수를 두었다.
주로 드라마에서 본 기억들로 두는 훈수…그것도 재미있었다.
기림사에서는 ‘기(祇)’가 무슨 기인가를 두고 한참 궁금했다.
토지의 신 ‘기’로 판명되었다.
얼굴도 모르는 영준씨가 알려준 곳들은 거의가 다 주변을
함께 둘러보는 알토란같은 맛이 있었는데 주변의 풍광과
더불어 가치가 발하는 장소들이었다.
뚜렷하게 이름이 지어진 곳들의 역사적 가치보다 그 주변의
벌판이나 숲, 그리고 지대등이 여러가지를 품을 수 있는
여행으로 이끌어 주었다. 이러니 내가 블로그를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으랴..이런 정보 어디서 얻는냐고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발견한 경주의 보물, 술이다.
화랑.
경주법주에서 나오는 술로 그 퀄리티와 맛, 향, 뒤끝의 개운함
까지 지방 술로 단연 최고이다. 아직 더한 술맛을 못봐서일지도
모르지만 절주를 선언한 내게 화랑은 한 병 더~~를 외치게 했다.
경주에 가면 와인향이 나는 화랑을 꼬옥 한잔 땡기시길…ㅎㅎㅎ
오현기
2013년 11월 30일 at 11:48 오전
정말 촉이 발달 하셨나요? 그렇담 그래비티에서 가장 인상깊은 멘트 하나를 꼽는다면?
지난주말 주상절리, 거문오름 다녀왔는데 경주에도 주상절리가 있군요.
거문오름의 갈대밭과 야생이 참 좋더군요.
Lisa♡
2013년 11월 30일 at 12:15 오후
현기님.
그래비티 그닥 별로라서 기억에 항개도 안남는디..
오래되었꼬,,뭘까 현기님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산드라블록의 허벅지인데요.
엄청 건강미 넘치던…후후후
제주도 가셨을 때 비자림과 방주교회 가셔야 하는디..
이미 다녀오셨죠?
거문오름 곳자왈과 밀림같은 야생좋쵸?
벤자민
2013년 11월 30일 at 1:23 오후
경주법주는 여기서도파는데 엄청비싸요
난 그저 술야기해야 정신번쩍든다니까요 ㅎㅎ
보문단지는 언제한번가봤구만요
그기부근에 골프장이잇던데 야간에도 불을켜고하더라고요
그러니 전력란에 ㅎㅎ
그래요맞아요
문화제와 어울리지않는 주변정비
이거 참 답답해요
Lisa♡
2013년 11월 30일 at 1:46 오후
벤자민님.
호주는 지금 여름?
친구가 호주간다면서 같이 가자던데..
돈이 읍써서..으흐흑….ㅋㅋ
경주법주 괜찮쵸?
비싸겠지요.
약 4배 정도?
그 회사에서 나온 화랑.
한국오시면 반드시 드셔 보세요.
맛나요,
Anne
2013년 12월 2일 at 12:21 오전
기림사는 봄에 가면 참 좋습니다. 아주 큰 산수유, 벚나무가 특히…
감은사지 석탑, 진평왕릉….
좋네요 ㅎㅎ
Lisa♡
2013년 12월 2일 at 12:55 오전
앤님.
기림사 가보셨군요.
너무 좋쵸?
정말 나무들도 좋고 입구도 좋고
저는 대적광전에 반했습니다.
골굴사는 가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