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방송 몰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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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나 콩이나 귀리거나 잡곡밥을 하느라 씻다보면

때론 물 위에 몇 개가 둥둥떠서 버려질 때가 있는데

더러는 이상이 없는 콩도 가볍게 붕떠서 물에 떠내려

갈 적이 있다. 어느 날은 아무 것도 안뜨는 날이 있나

하면 어느 날은 아주 많이 버려질 때가 있다.

속이 비거나 썩은 잡곡들이 물 위에 떠서 무게감없이

물에 떠내려가서 버려진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몇 개

안되는 곡식알갱이들이 그리 아까우니 소탐대실의 표본

이다. 되도록이면 안 떠내려가게 손으로 휘리리 젖거나

건져보거나 하면서 대체 나만 이러는 걸까? 하는 생각

이 들면서 이게 주접인가 싶을 때도 있다. 야채가 썩거나

색이 변하는 것보다 곡식에 더 연연하게 되는 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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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K팝스타를 보게 되었는데 늘 아이들이 봐서

건성으로 보거나 예사로 봐왔는데 재방송을 잠깐보다가

박진영이 출연자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걸 보면서 솔직히

좀 놀랬다. 보편적인 사고를 뛰어넘는 발언을 하기 때문

인데 출연자들을 보는 눈이나 설명에서 남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고 있는 그에게서 나도 남다른 그를 본다. 인문학적

견지가 뚜렷하고 소양이 넘치는 걸 보니 그가 어지간히

독서를 많이 한 인간으로 보이면서 그냥 유명해지는건 절대

아니구나 싶었다. 보편적인 것에서 확실히 차이가 나는

장점을 가진 사람을 뽑는 매의 눈을 가진 그를 보면서 더욱

그의 팬이 되는 걸 느꼈다. 소위 뭘 좀 아는 애~~라는 말이

떡 어울리는 그런 남자였다. 매순간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균형감이 있는 괜찮은 남자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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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13회를 한 ‘응답하다 1994’ 재방을보느라 정말

다른 건 일절 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예전에 ‘성균관유생들’과 ‘아내의 자격’ 이후 처음이다.

재미있고, 너무 웃기고, 또 삶의 여러 요소들을 젊은 시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신선하고 발랄하다.

주변에 응사(줄인말) 열풍이 불어서 딸도 그렇고 온통 웃음바다다.

이 작가가 일박이일이나 꽃보다~나 모두 집필한 작가라고 하는데

뛰어난 작가적 소양이 충분한 사람이다. 그 시대 즉 1994년의

많은 사건들과 감정들이 오고가는데 누구나 이 드라마를 보면

추억에 젖거나 그 사투리에 웃음이 나오고 만다.

독서도, 블로그도, 다 잠시 접고 며칠간 드라마에 빠져 밤늦도록

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주로 1시 이후나 2시에 잤으니

아침마다 가뜩이나 잘 붓는 얼굴이 보름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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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을 갔는데 야채쌈과 약밥, 그리고

토마토 엑기스와 포도즙을 들고갔다. 그랬더니

같이 간 친구왈, 너 이렇게 먹으니 건강하구나.

정말 오래 살겠다 하는 것이다. 거기에 꿀같은

군고구마를 먹으며 양지바른 성 뒤편의 마른 풀밭에

앉아서 점심의 한 때를 즐겼다.

세상은 고요하고, 주변에서식사하느라 들리는

웃음소리나 후루룩 차 마시는 소리 외에는 그저 자연이다.

따스한 겨울햇살과 멋지게 늘어지고 무성한 소나무의

자태를 보자니 세상 부러울 것 없다.

세상에서 뚝 떨어져 나와서 자연 속에 묻혀 사는 삶이

그저사회에서 나간자의 삶이 아닌, 정말 풍요로운 삶이구나

싶은 마음이 절로절로 드는 날이었다. 가까이 남한산성이

있음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자연스레 김훈이 머물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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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푸나무

    2013년 12월 4일 at 1:54 오전

    남한산성 부럽고
    응사는 한두어번 봤는데 사투리가 재미났음,
    그리고 곡식은 나두 그럼 더내려 가믄 너무 아까움….

    아 그리고 또ㅡ 아랫글에 운동 세네시간…
    나는 바로 집앞,
    두시간….
    해야하나…
    요즈음은 하면서도
    해야하나… ㅎ 공감

       

  2. 김삿갓

    2013년 12월 4일 at 3:32 오전

    곡식은 건조의 조건에 따라 뜨는 거니 급히 만들지 마시고 둥둥 뜬 상태로 30분-1시간
    정도 나두면 저절로 가라 앉습니다. 그때 씻으면 잘 되지요 넵. 아 물은 불은 걸 감안
    해서 손목 바로 아래쯤… ㅋ

    아 남한산성도 가보고 싶네요. 근데 저는 맘이 싱숭생숭 해지는 봄이 더 좋을듯.

    고요함… 저는 가끔 잔잔한 물의 대형 호수 한 가운데 가서 엔진 끄고 누워 있으
    며 고요함을 느낌니다. 찰랑 거리는 물소리만 들리는데… 보온병에 갖고간
    커피 한잔 마시며 뽀식이 한대 때리는 게…. 황홀 감 그 자체입니다. ^_________^
    그런데 그것 보다 더 고요… 아니 적막이란 소리가 더 났겠네요. 바로 기차 지나가고
    난 굴속의 적막은 어찌 말로 표현을 못 하겠네요. 기차가 이세상의 모든 소리를
    끌고 나가는 듯한 느낌… 그러니까 소리가 무슨 힘에 의하여 뭉쳐서 나가는 걸
    느낄수 있는데 마지막 판엔 마치 영화에서 귀신들 나올떄 나오는 소리 같은게 들리다
    조~용~~ 고~요~~ 휑~ 컴컴 나씽!! 그리곤 나의 발걸음 소리 만 처벅!! 처벅!!!
    발소리가 울리기 때문에 꼭 누가 뒤에서 쫗아 오는 느낌. 으시시!!! 그래서 혹시나
    하며 가끔 뒤도 흘깃 흘깃 돌아 보며 두리번 두리번… 내 발소리에 기분 나빠 담배
    한대 꼰아 물고 (회사 방침에 어긋 나지만) 속으로 박일남 씨가 부른 노래 한 곡조!!!
    "고~햐앙이 그리워어도 못가느은 시인세에!!~" 카면서…ㅋㅋ

    저도 박진영 좋아 합니다. 원더걸스 비데오 참 잘 많들었다 생각 됩니다.
    (그비데오서) 하는 짓이 꼭 제 후배 친구 하는 행동 비슷해서 더 좋아지지
    않았나 합니다.

    나중에 고국 나가서 살게 되면 길가에서 저 붕어빵 장사나 함 해봐야 겠네요.

    구럼 리사님 언제나 좋은 시간되세유!!! 구~우벅!!! ^________^   

  3. Lisa♡

    2013년 12월 4일 at 1:43 오후

    푸나무님.

    응사 보세요.
    너무 재밌습니다.
    사투리도 재밌고 스토리도 재밌고.
    운동요.
    하루에 30분씩이라도 하면 좋은데
    저는 헬스장을 가지 않으면 그게 안되요.
    푸나무님은 평소에 북한산도 자주 가시고
    그 정도면 되었어요.   

  4. Lisa♡

    2013년 12월 4일 at 1:44 오후

    삿갓님.

    터널속의 모든 소리를 기차가 끌고 나갔다는 표현이
    너무 좋으네요.
    어디서 써먹어야 할 듯해요.

    붕어빵 장사 같이 동업해요.   

  5. 김삿갓

    2013년 12월 4일 at 4:55 오후

    저랑 동업을 하시면 돈 못 벌어요. 저는 그저 거리에서 배고파 방황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자선사업 비스므리 하게 할 생각인데… 저도 무료한 시간 때우면서….^______^.
    오늘 부터 또 산업 전선에 뛰어 듬니다. 그럼 좋은 (?) 사진들 계속 많이 부탁
    드리며… 좋은 꿈 꾸시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 하시길…. 구~우벅 ^_______^   

  6. Lisa♡

    2013년 12월 5일 at 6:13 오전

    ㅎㅎㅎ   

  7. 나의정원

    2013년 12월 5일 at 8:09 오전

    저도 요즘 응사앓이 보는 재미에 폭 빠졌는데…
    나정이 배우자로는 누굴 응원하시나요?
    전 쓰레기가 무심한 듯 아껴주는 행동이 맘에 들어 응원 중인데, 칠봉이 팬도 만만찮않아요?

    아마 영어회화를 이렇게 되돌려듣기로 했음 벌써 동시 통역사 하고도 남을텐데, 어찌나 사투리가 들어왔다 안들렸다 하는지, 컴으로 재방, 삼방, 사방으로 돌려보니, 제 자신이 웃기기도 해요.ㅋㅋㅋ…   

  8. Lisa♡

    2013년 12월 5일 at 8:13 오전

    나의 정원님.

    저는 정우요.
    칠봉이 좀 약해서요.
    아무래도 정우로 봅니다.
    1997도 그랬고 말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보는 아줌마들
    어쩌면 좋아.
    끝나면 무슨 재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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