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빠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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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24일 이브와 성탄절인 오늘 가족들과는 다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내게 그리 큰의미의 성탄절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었다. 딸은 친구와 부산으로 가고 남편은 일이 바빠서다.

그런데 이게 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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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인 어제 신은 나를 시험에 빠지게 하였다.

딸의 친구중에 성아라고 남자아인데 여자친구보다 더친한

친구가 있다. 천사같은 아이로 요즘 아이들의 속됨과는

거리가 먼 정말 바라만봐도 흐뭇해지는 아이다.

얼굴도 보송보송한 털이 가득하고 성당에선 늘 복사로 봉사를

하고 입가엔 늘 미소가, 인사성은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공부는

물론 잘해 서울대를 너끈히 들어간 아이다.

딸이 한국에 나오면 제일 먼저 찾아서 밤새 수다를 떨곤하는

둘도 없는 친구인데 그 아이가 백혈병이라는 것이다.

아득해지고 앞이 보이지않을만치 눈물이 흘러 종일 우울했다.

그 엄마는 또 평생을 봉사를 하며 살아온 천사표 엄마다.

다문화가정을 돌보고 성당일이라면 늘 먼저 나서서 하고

남을 배려하고 예쁜 얼굴에 보기만해도 성스러워지는 타입이다.

신이 왜 그런 고통을 그들에게 주는지 정말 시험에 들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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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암병동이 따로 생기고 처음 암병동을 방문했다.

무슨 암병동이 그리큰지,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리도

병에 시달리고 있구나 싶은 게 온전함만으로도 감사하게 된다.

내가 간 목적보다도 암병동이 큰 이유는 그만큼 암환자가점점

늘어난다는 것인데 그리도 의학이 발달하고 달에 인간이 가는

이 세상에 암을 퇴치하지 못해 이렇게 고통받는구나 싶어 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싶어지는 회의감이 든다.

다른 모든 것이 최첨단을 걷는데 암인자 제대로 박살내지 못하니

그렇게 무서운 병인가 싶어 공포심도 인다.

요즘은 세 명 건너 한 명이 암환자라고들 한다.

주변에 갈수록 암환자가 늘어난다.

남의 일만이 아니고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공포인 것이다.

암병동은 모두의 얼굴들이 거의 굳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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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이지않은 사람에 대한 특별한 얘기를 듣는 건

아주 신나고 호기심 발동하고재미난 일이다.

젊은 부부의 대단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오언니에게서

들었다. 나도 그렇게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었던 적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그 젊은 부부는 돈을 모아 몸에

문신을 하고, 결혼할 때 양가에서 단돈 일원도 받지

않았고 지들끼리 알아서했으며 처음시어른을 만나러

오는 아이들이 보드를 타고 핑그르르 돌면서 착지를 한

후, 인사를 올렸다는 것이다.

그 하나만 봐도 그 다음 이야기들은 상상을 불허한다.

들으면서샘솟는 우물의 물이 흘러나오듯 점점 신기하고

즐겁고 그 아이들의 삶속에 빠지는 기분이다.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서 새로운 스타일로 사는 아이들에

대해 나는 정말 동경하는 눈빛이 된다. 젊어서 그리 사는

것도 진작에 권하고 볼 일인 듯 여기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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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Hansa

    2013년 12월 25일 at 2:37 오전

    메리 크리스마스! 리사님

    순한 아이, 쾌유를 기원합니다..

       

  2. Lisa♡

    2013년 12월 25일 at 2:45 오전

    고맙습니다.   

  3. 소리울

    2013년 12월 25일 at 3:11 오전

    오늘 살아있음에 중점을 둔다면 다 같은 것이라 ..
    우리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이니..
    오늘만 집중하고 살라고 하면 기적도 찾아오게 된다고 봅니다.
    살아있는 거적같은 날들을 즐기시라고…
    우리 모두도…
    메리 크리스마스!!!   

  4. Lisa♡

    2013년 12월 25일 at 3:25 오전

    소리울님.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 살아있음에 절로 감사하게 됩니다.
    기적이 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5. Anne

    2013년 12월 26일 at 3:41 오전

    "뜻" 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 아이의 엄마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어요.   

  6. Lisa♡

    2013년 12월 26일 at 11:26 오후

    그러니까요…

    앤님.
    울고불던 딸이 어제 잠깐 면회하고 오더니
    밝은 모습에 안심이 된다네요.
    엄마는 반쪽이 됐구요.   

  7. 무무

    2013년 12월 28일 at 3:04 오전

    이모가 가져오신 수육과 생굴을 맛나게 먹었고요
    리사님표 고구마 달고 맛있었어요 ㅎㅎ
    조금 더 이야길 나누었음 좋았을텐데 만나자 이별이라
    아쉽던걸요 기대많았던 만남이었는데…..
    ‘또’ 가 있을까요? ^^   

  8. Lisa♡

    2013년 12월 28일 at 3:08 오전

    당연…..

    오리탕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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