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아침부터 내 눈에는 눈물이 끝없이 흘렀다.
최인호 유고집 <눈물>을 눈물없이 읽기 힘들어서이다.
작가로서 원고지 위에서 죽고싶다는 그가 흘린눈물자국이
선명한 그의 책상 모습이 클로즈업된 사진으로 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사랑하는벗이여’ 라는 말로 시작되는
숨겨진 원고였는데별들의 고향으로 가버린 그의 방을 정리하다
아내가 발견해서 만들게 된 책이다.
고독의 늪에 빠졌을 때 악마적 의심으로 하느님은 정말 계신 것일까?
부터 김수환 추기경의 고독, 도스토예프스키가 사형수에서 살아남아
신을 영접하고 뛰어난 작가가 되는 과정, 톨스토이가 어떻게 신을 만나
부활을 썼는지, 그 외 다수의 우리가 알만한 이들의 신과의 만남 이야기에
눈이 반짝거리다가 마지막 반 정도를 차지하는 그리운 이들의 조사같은
편지글들에서는 그들의 안타까움이 전달되었을까 절로 눈물이 났다.
이렇게 순수하게 많은 이들이그의 부재를 슬퍼하고 아파하는 것은 분명
그가 잘 살다가 간 사람이라는 것이다. 안성기, 이장희, 김재순, 김홍신,
정호승,조경란, 하성란..등등 (권영민의 평론같은 글을 제외하고는) 다들
최인호의 글처럼날 것 그대로의 아픔을 감추지않고 드러내고 있다.
특히 김재순의 편지에서는 정말 눈물이 쏙쏙 빠졌다. 분명 최인호는 순수하고
솔직하고 장난꾸러기적인 면모를 지녔으며 따스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가 김홍신의 권유로 성당에 나가 세례를 받았을 때 많은 주변인들이 종교에
빠질 것을 염려했고 누나조차 미국서 전화를 걸어와 깊게 빠지진 말라고 했다.
그런 그는 모든 천주교인들에게 주보를 읽는 기쁨을 주었고, 철저한 신앙인으로
삶을 다하다가 갔다. 마지막에 그는 주님이 오셨다, 이제 됐다…라는 말을
하고 숨을 거두었다. 우리 청춘의 한자락을 들뜨게 했던 그의 마지막 삶에 대한
절규를 읽으며 정말 인간 모두가가지는 죽음에 대한 부분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저녁에 이 책을 읽은 이와 대화를 잠깐 나누었는데 인간이 죽지않는다면
신을 찾지않을 것이고, 부활을 믿는다면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라는 것과
어떤 영적인 존재나 영혼의 부피같은 것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늘 그렇지만 결론은 없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지만 어쨌든 신의 존재유무를
떠나 신은 우리들에게 안정과 위안을 주는 건 틀림없다며 대화를 끝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모른다고 누군가는 말하는데 나는 간절히 그 경험을 원한다.
김진아
2014년 2월 1일 at 1:42 오전
책상 위에 그대로…펼쳐보지도 않은체로 그대로 있어요,
하루..쉬는 날 읽어야지..그러지만.
그 하루가 쉽지는 않네요.
근데..그 쉽지 않음을 오늘은 늦은 시간에라도 실천해야겠어요.
(곽아람님의 어릴적 그 책이랑 나란히 ..)
Lisa♡
2014년 2월 1일 at 5:56 오전
진아님.
이 책 바로 금방 읽게 됩니다.
완전 잡으면 다 읽게 되어요.
나유미
2014년 2월 3일 at 9:53 오전
나도 최근 최인호의 책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어. 인생의 마지막 비움을 가톨릭적으로 정리한 <인생>, 그리고 불가의 위대한 스승들의 이야기 <할>과 <인연> 모두 모두 감동적이었고 두고두고 힘들 때마다 들춰보고 싶은 책들이야. 마지막 유고집 <눈물>은 동네 문고에 신청해두었는데 들어오는대로 읽어봐야 겠어. 이 책들 강추야!
일찍 떠난 건 정말 아쉽지만 최인호씨는 떠나면서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을 남겨주었네…감사할 따름…
Lisa♡
2014년 2월 3일 at 3:29 오후
정말 강추야.
잘 지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