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삶을 이루었다.
지은이더글라스 케네디.
출판사 밝은 세상.
‘
‘페트라, 나의 페트라’
나는 계속 걸었다. 베를린 성당, 예술사 박물관, 오페라 극장 등을
지나갔다. 홈볼트대학교 캠퍼스도 지나갔다. 한때 페트라가 다닌 대
학교, 공산주의가 종식되면 건물마다 페인트칠을 새로 해야 하나보다.
동베를린의 상징적이고 음침한 대로인 운터덴린덴은 이제 관광객을
반기는 쇼핑가가 되었다.
구겐하임미술관, 페라리 전시장, 5성급 호텔들, 도시는 이렇게 될
수 있다. 골격은 그대로라도 한때의 모습을 허물처럼 벗어던지고 새
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인간도 겉모습을 바꿀 수 있다. 살을
빼고 근육을 키울 수 있다. 그 반대로 살을 찌울 수도 있다. 옷으로
자기 이미지를 표현할 수도 있다. 부를 나타낼 수도 있고, 자신감을
나타낼 수도 있다. 인간도 도시처럼 겉모습을 싹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을 존재하게 만든 과거의 이야기를 바꿀 수는 없
다. 복잡한 인생의 순간순간이 수없이 모여 이루어진 이야기. 즐거움
과 두려움, 의욕과 무기력, 빛과 어둠.
그동안 살면서 겪은 일들이 모여 존재하는 게 인간이다. 그리고 우
리 인간은 그 모두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결핍된 것, 간
절히 바랐지만 결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 전혀 바라지 않았지만 결
국 가지게 된 것, 찾아내고 잃어버린 것, 그 모두를..
..지금껏 나에게 사랑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페트라를
만나기 전만해도 나는 사귀던 여자에게 늘 내 공간, 사생활,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페트라가
없는 저녁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나는 페트라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하루 분량의 일을 마치려고
낮에는 늘 열심히 일했다. 페트라는 조금도 늦는 법이 없었다.
우리는 언제나 서로를 존중했다. 우리가 함께 하는 생활은 항상
즐거웠다. 우리가 함께 하는 생활은 언제나 즐거웟다. 집안일을
서로 의논할 필요도 없었다. 난생처음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하
는 공간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었다. 저녁까지 간절히 기다리
다가 페트라를 맞이하고, 비로서 함께 하게 되면 더없이 행복했다..
사랑은 이리도 인간을 변화시키는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언제 이런 적이 있었던가 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을 몇 권 읽었지만가장 재미나게
읽은소설이다. 1980년도 동서 베를린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운명적인 남녀가 첫눈에 알아보는 사랑의 이야기
다. 과연 내사랑은 어땠나 하는 의문이 절로 생긴다.
소설에 등장하는 영국인 화가이자 동성애자인 알스테어.
페트라의 전남편인 극작가 유르겐 등 등장인물들의캐릭터
들도 꽤 흥미진진한 내용이다.
세상에 사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한 성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