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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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오는데..

L이 남편 사업이 부도를 맞아 사정이 어렵게 되었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진다.

집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들어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누가 쿡 찌르면 바로 눈물이 흐를 것 같아

못이기는 척 창을 열고 바람을 쐬었다.

주변이 잘 되어야 나도 좋고 상대도 좋다.

요즘 건설경기가 좋지않다보니 이렇게 무너지는 이들

제법 된다. 곁에서 보고 있자니 내가 더 아파온다.

L은 언제나 베풀던 친구이고 늘 그녀에게 신세를 졌다.

풍덩풍덩 남을 위해 선심을 그리도 잘 썼는데 ..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말에 내가 힘을 실어주기는 했다만

어서 그녀 남편의 회사가 다시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내 기도 제목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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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미국을 다녀오는데 공항버스를 타고 롯데월드에

오라고 알렸다. 버스를 탔다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아

이상하긴 했다. 내가 기다리는 곳은 공항버스가 서는 곳에

아이가 내린 곳은 커다란 대로변 빨간 공항버스가 정차하는

버스정류장이었다.

와야 할 시간이 30분이 지나서야 아들이 내렸다는 연락이다.

알고보니 들릴 곳 다 들리는 조금 저렴한 버스를 비용 때문이

아니라 모르고 탄 것이다.

처음 버스를 탔으니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하겠다.

웃음이 나왔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체 하느라 나름 애썼다.

아들은 갖고 간 용돈을 100불 정도만 쓰고 고스란히 들고왔다.

"아니 돈을 왜그리 안썼니?"

"엄마가 돈 아껴 쓰랬자나~~ 차비만 썼어"

대단한 아들이다. 뉴욕에서 5일간 100불만….허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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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다.

동네에서 한 달간 세차를 해주는 아저씨가있는데

한 달에 7만원인가 했는데 지금은 8만원인지 모르겠다만

그 세차를 하느냐? 아니면 게으른 남편이 주말마다 해주는

공짜세차를 택하느냐 하는 것이다.

남편은 휠만은 열심히 닦더니 이젠 그것조차 싫어한다.

도우미 아줌마를 쓰지말고 자기가 청소할테니 그 비용을

자기를 주면 어떠냐고 해서 도우미를 끊었더니 해주기는

커녕 매일 아프다거나 춥다거나 하면서 침대 속에 있다.

믿을 사람이 따로 있지…

세차를 한 달에 한두번 하다보니 내 차는 늘 뿌옇다.

우짜꼬?

돈을 아끼려니 차가 더럽고, 차를 깨끗이 하자니 돈이 아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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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참 웃긴다.

강의를 들을 게 있어서 갔다가 옆에 앉은 모르는

여자가 백설기를 먹고 있는데 자꾸 눈길이 갔다.

아침을 거르고 나오는 일이 어디 한 두번이랴.

너무나 간절히 내 위가 그 백설기를 원했다.

그때 그 여자가 반을 뚝 가르더니 나를 주는 게

아니라 건너편의 다른 여성에게 주었는데 침이

꼴깍 삼켜졌다.

내가 떡을 좋아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뭐 나이가 들수록 싫은 건 아니고 간혹 떡도 산다.

백설기는 점점 줄어들고만 있었다.

결국내가 못참고 "그 백설기 조금만 주실래요?"

그러자 멀뚱하게 나를 바라보던 그녀가 1/3을 떼어서

주는 게 아닌가, 세상에 얼마나 맛있던지.

결심했다. 조만간에 백설기를 맞추어서 실컷 먹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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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Hansa

    2014년 3월 25일 at 2:57 오전

    와, "백설기 좀 주실래요?"
    좀처럼 말 꺼내기가 어려운 요청을 하셨군요..

    나중에 갚으셔야할 듯, 하하

    요즈음 거대기업 제외하고는 경기가 바닥입니다..
    주위에 하던 일 접는 사람들이 꽤 보입니다..

       

  2. 벤조

    2014년 3월 25일 at 5:20 오전

    ㅎㅎㅎ
    있는 사람은 다르다!
       

  3. 김삿갓

    2014년 3월 25일 at 5:47 오전

    백설기 고거이 그냥 쌀 빠서 가루 내던지 아님 갈아논것 사다
    폭푹 찌면 되는것 아니겠습메? 조만간 까지 기다리지시 말고 시리
    고저 집에서 만들어 드시라우요. 한시간 이면 될거이 갔습네다. ㅋ

    내래 오랜만에 올라온 글 읽다 보니 재미 읽고 갑네다. 요즈음 이레
    고거이 감격시대 란 드라마를 보다보니 니북말이 막 나온다 야! ㅋ

    좋은 시간 되세유!! ^_________^ 구우벅!!   

  4. 청목

    2014년 3월 25일 at 7:29 오전

    <돈을 아끼려니 차가 더럽고, 차를 깨끗이 하자니 돈이 아깝고>.
    엄살도 부릴 사람이 부려야지, 원~~
    봄이 훠언 합니다. 꽃구경이나 가시구랴…   

  5. 김술

    2014년 3월 25일 at 7:33 오전

    기름넣고 해 주는 세차하시면
    외관에 기스날까봐?
    언젠가 날 기스 그냥 주유소서 하셔.
    아들이 5일간 100불 썼다면
    누군가가 피해를 보았을 듯.
    그것도 제로섬 아닌감요?    

  6. Angella

    2014년 3월 25일 at 8:02 오전

    세차문제는 차갖고 있는 사람은 항상 신경쓰는 부분이지요.
    저는 휘발유넣고서 그 영수증갖고 3000원을 주고서 세차를 합니다.
    그게 속편하던걸요…
    리사님.아들..참 맘에 들어요 ㅎ
    잘 되는 집안은 자식농사가 잘 되는 것이더라는…
       

  7. Lisa♡

    2014년 3월 25일 at 11:16 오전

    한사님.

    백설기 너무 웃기죠?
    진짜 완전 먹고싶음이 목구멍에 달했거든요.
    후후후…저도 영락없는 아줌마의 표본입니다.
    어쨌든 그 백설기 정말 꿀맛이더라구요.
    요즘 경기가 정말 최악인지…다들 넘어지고 하네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8. Lisa♡

    2014년 3월 25일 at 11:17 오전

    벤조님.

    맞추기가 틀렸답니다.
    ㅋㅋㅋ…
    세차비 정말 아까워요.   

  9. Lisa♡

    2014년 3월 25일 at 11:17 오전

    삿갓님.

    감격시대가 드라마인가요?
    저는 어디선가 들은 제목같긴한데
    이북말이 나오나봐요?
    엄마생각나게.   

  10. Lisa♡

    2014년 3월 25일 at 11:19 오전

    술님.

    본래 뉴욕에 가서 기거할 집이
    친한 형네집인데 결국 그 형의
    신세를 졌고 그 형은 본래 늘 우리애들에게
    베푸는 형이랍니다.
    대신 그 형의 숙제를 마음에 들게 해주었다고 해요.
    노동의 댓가? ㅋ
    그래도 그 형이 쇼핑하는데 따라가서 아이쇼핑만 했다는..   

  11. Lisa♡

    2014년 3월 25일 at 11:20 오전

    안젤라님.

    저 위의 술님이 그냥 그렇게 세차하라네요.
    그냥 막 해버릴까봐요.   

  12. Lisa♡

    2014년 3월 25일 at 11:20 오전

    청목님.

    그러잖아도
    15일에 부석사에 갈까해요.
    동창회에서 간다길래 오랫만에 가려구요.   

  13. Angella

    2014년 3월 25일 at 12:06 오후

    그리고 백설기..정말 먹고싶으면.쌀 반말 정도 따로 맡기세요.
    요새 떡집에서 파는 백설기엔 사카린인가 너무 들어가서 단맛이 강해요.ㅋ
    백설기는 식었어도 맛잇잖아요…^^
    세차는 세차증 주는 거이 5만원 주유하면 5점짜리 주는데 자주 세차하는 것이 아니니깐.
    한달비용으로 맡기고 하느것도 사실 비싼겁니다.
    단지 외제승용차는 세차를 조심해서 해야하니 전용세차장에서 하는 거이 좋기도 할테구..
       

  14. Lisa♡

    2014년 3월 25일 at 12:13 오후

    제일 마지막 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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