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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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미디어 출판.

에릭 호퍼지음.

단숨에 읽어버리게 되는 좋은 책이다.

에릭 호퍼의 모든 책을 다 읽어보고 싶게 만들고,

헬렌과 릴리가 상상속으로 그려지며, 조엘을 키우고 싶어지고

이토록 쉽게 그 어려운 난제들을 설명할 수 있다니 놀랍다.

글로 설명되어지기도 어렵던, 말로도 정리하기 힘들었던

과제들을 그는 편하게도 쉽게 설명해 만족함을 준다.

내가 이 책을 들고 다니다가 커피를 마시며 옆에 두자

몇 장 들추더니 k샘이 말한다.

" 이 책 참 좋은 책이네 "

바로 한 권 사드렸다.

덩치 큰 이 남자.

참으로 매력적이다.

얼마나 마음을 내려놓고 살았으면.

경험의 절대치가 그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그가 부두 노동자, 농장 등을 떠돌며 막노동꾼으로

일하며 지냈던 그 오랜 시간에 그는 사색을 하고 글을 쓰고

수많은 책을 읽었으며 많은 이들을 만나고, 그들을 깊게 관찰하고

그 속에서 남들이 알 수 없는 것들을 끌어내어 정제시켰다.

몇 문장은 읽고 또 되풀이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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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스스로 어떤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지 못할

경우, 자유는 성가신 부담이 된다. …우리는 개인적인 책임을 회피하

기 위해 젊은 나치의 말 그대로 "자유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대중운동

에 가담한다. 자신들이 저지른 극악한 행위에 대해 나치의 말단 병사들

이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주장한 것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명령에 따

른 책임을 져야 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은 속았고 무죄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나치 운동에 가담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할 근거가 약할수록 자신의 국가나 종

교, 인종의 우월성을 내세우게 된다.

..절대 권력은 선의의 목적으로 행사될 때에도 부패된다. 백성들의목자를

자처하는 자비로운 군주는 그럼에도 백성들에게양과 같은 복종을 요구한다.

..우리는 주로 자신이 우위에 설 희망이 없는 문제에서 평등을 주장한다.

절실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절대적 평등을 내세우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런 시험에서 공산주의자란

좌절한 자본주의자라는 것이 드러난다.

..떠돌이와 개척자 사이에 그런 친족적인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떠돌이나 개척자를 서로 연관짓지 않고

표면적으로 관찰해 왔던 내용과 그런 사실이 내 머릿속에 뒤엉켜 있었다. 그로

인해 나는 그때까지는 아무 관심도 갖지않았던 주제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인간이 유례없는 존재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다른 형태의

생명들을 지배하는 패턴과는 대조적으로 인간ㅇ라는 종의 경우 약자가 살아남을

뿐 아니라 강자를 이길 때도 있다. "주님은 힘쎈 자를 멸하기 위해 세상의 약한

것들을 선택했다."는 바울의 과장된 말에는 냉정한 현실주의가 존재한다. 약자

속에 내제하는 자기혐오는 일상적인 생존경쟁에서 유발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에너지를 드러낸다. 약자들에게서 분출되는 강렬함은 말하자면 그들에게 특수한

적응력을 부여해 주는 것이다. 약자의 감화력에서 퇴폐나 퇴행으로 이뤄지게 될

속성을 보았던 니체나 D.H.로렌스와 같은 이들은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있다. 인간

을 유례가 없는 종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그 약자들의 특이한 역할이다.

따라서 인간의 운명을 한 형태로 결정짓는 데약자가 하는 지배적 역할을 자연적 본

능과 원초적 충동의 도착행위가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과 결별하고 자연을

능가하게 만드는 일탈의 출발점으로 -퇴행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 창조의 산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시장에 늘어놓은 채소는 얼마나 아름답고 또 다양한가! 피라미드처럼 쌓인 윤기나는

토마토와 검은 에나멜의 광택과 잠자는 미인의 신비를 지닌 가지 무더기, 깃으로 덮힌

파슬리로 테두리를 한 서양 무 조각들, 자루처럼 쌓인 완두콩 깍지들, 번쩍이는 방울

후추 더미는 색체와 형태의 축제를 연출해 낸다. 그러나 요리는 형태와 색체로 이루어진

그 모든 영광을 사라지게 했고, 때로는 맛도 없는 덩어리로 만들고 만다. 접시에 담기게

되면 채소는 죽은 시체처럼 보이고 맛도 하나같다…

..다른 사람을 기꺼이 용서하는 것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도가 될 수

있다. 내가 불만 품은 걸 내키지 않아 하는 것은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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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Anne

    2014년 4월 27일 at 11:33 오후

    부두에서 일하면서
    모든 순간을 사유하며
    예리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놀라운 글을 보며
    나 자신이 좀 부끄러웠죠.   

  2. Lisa♡

    2014년 4월 28일 at 12:52 오전

    저두요.
    다같은 사람일 수는 없지만
    닮고픈 부분이지요.   

  3. Hansa

    2014년 4월 28일 at 1:51 오전

    작년에 오드리님이 소개하시더니(호평과 함께),
    올해는 리사님까지 이책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군요.

    읽어봐야겠습니다..
    이 양반 그림이 슬퍼서, (책도 그럴까봐) 좀처럼 책에 손이 가지 않더군요..

       

  4. まつ

    2014년 4월 28일 at 8:57 오전

    에릭 호퍼는 어떻게 봐도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예리하지요.
    귀한 독후감, 잘읽고 갑니다.^^
       

  5. Lisa♡

    2014년 4월 29일 at 10:15 오전

    아..한사님.

    화가는 에드워드 호퍼 말씀 하시는 거죠?
    그림이 아주 고독하죠?
    이 분은 그 분과 이름이 비슷해서 자주들
    혼동하곤 해요. ㅎㅎ   

  6. Lisa♡

    2014년 4월 29일 at 10:15 오전

    마츠님.

    너무 좋은 책 출간하신 거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
       

  7. Hansa

    2014년 4월 30일 at 1:40 오전

    오, 그렇군요.
    저는 화가 호퍼씨가 글도 쓴 줄 알았답니다.

       

  8. Lisa♡

    2014년 4월 30일 at 3:15 오후

    그러시죠?
    그런 분들 많거든요.
    ㅎㅎㅎ
    저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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