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드르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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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을 뛰는 경이 말한다.

"언니, 먹고 살기 힘들어요"

결혼도 안한 노처녀인 네가 그러는데 난 어쩌겠니?

경제적으로 마음 놓고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니?

하지만 그것 외에도 우리에겐 즐거운 일이 많잖아.

그래도 다 살아진단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보장못하니 지금 열심히 벌어놔.

나이 들어서 비참한 건 정말 그래~~

예전에는 집 하나 믿고 살았지만 이젠 그것마저 힘든 일이다.

집은 반토막 날 판이고

두둑한 통장은 없고, 돈은 벌기 힘들고 나이든 이에겐

일자리는 더욱 없을테고, 사회보장은 완벽하지 못하니

남아있는 젊은이들에게도 미안하다. 세금은 갈수록 더

많이 낼테니 그들에게도 좋은 사회라 하기엔 미안타.

"그래도 너는 투잡을 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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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비타민을 팔겠다고 설명하는조가 건성으로

듣다가 가만히 보니 정말 괜찮은 애라는게 보인다.

유럽으로 유학까지 다녀와 바이올리니스트인데 아이를

셋을 나아 기르다보니 생활비는 만만찮고, 대학강사인

남편 월급은 거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레슨자리는 그닥

많지않아 이 일을 하는가 마음 속으로 짐작은 한다.

조근조근 설명하는 폼이 믿음이 가고 안스럽다.

의사인 아버지, 오빠, 언니들에게 싫은 소리 하기싫어

스스로 버는 모양에 나를 오버랩 시키게 된다.

내가 뭐그리 잘났다고 여태 퍼지르고 놀았나 몰라싶은게

한없이 부끄럽고 그녀를 돕고 싶다는 마음에 미친다.

필요하다면 필요하고, 필요없다면 필요없는 비타민인데

먹으면 더 좋겠단 마음에 갖다 달라고 했다.

기분이 좋다. 웃으며 가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를 알게 되어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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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어제 3편의 영화를 몰아서 봤다.

-디테치먼트

-엘리펀트

-인사이드 르윈

세 편 다 우연히 우울하게 만드는 영화를 골랐다.

디테치먼트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엘리펀트는 미국에서 일어난 고교 총기난사 사건을 다룬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무명가수의 풀리지 않는 생활 이야기다.

다 내 이야기일 수 있고, 내 주변 이야기일 수 있다.

고교생을 통해 바라보는 사회의 많은 문젯점들도 사고케 하고

루저로 살아가는 비참한 인생들의 수습되지 않는 삶도 그렇다.

해결은 없다.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며 사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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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뚱뚱한 여학생이 자살한다.

어린 마음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살은 운동해서 빼고, 예술적이고 어두운 그녀의 사진들은

아버지에게서 무참히 짓밟히지만 거기서 더욱 발전시키면

될 일을 견디지 못하고 노력하지않고 그냥 무너진다.

사람들은 노력을 하지않고 그저 편하게만 지내려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는 듣기싫고 책임을 전가한다.

나 또한 그런 사람부류에 들어갈 행동이나 사고를 가지고

살았을 수도 있다. 영화속 어린여자애는 길에서 몸을 팔며

연명하는데 그녀도 아르바이트 자리가 좋은 게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살며 자신을 학대하고 비참해하는지 모르겠다.

해결책은 사방에 있다. 지난 날의 상처에 얽매여 늘 우울해할

필요도 없다.그 상처의 크기가 얼마나 크던 간에 그건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그것으로 인해 지금의 생활을 옭죄는 건 없다.

그래도 주인공은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트라우마 속에 헤맨다.

누구의 탓일까?

내가 너무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건가?

슬퍼만 하기엔 세상에 너무 할 일이 많다.(특별하지 않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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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김진아

    2014년 5월 17일 at 11:11 오전

    슬픔 마음이야,괴로운 마음이야 누구에겐들 없겠어요. 그렇지만,
    살아 숨쉬는 시간 동안은 그죠. 세상에 할 일이 정말 많거든요.
    그 일이 각인 되지 않는 소소한 일이라도 말이죠. ㅎ

    슬퍼도 다시 한 번,
    만화 캔디 주제가 있쟎아요. 요즘 그 노래가 뜬금없이 기억 속에서 툭!
    튀어 나와요. ^^   

  2. Lisa♡

    2014년 5월 17일 at 11:35 오전

    괴로워도 슬퍼도~~그거요?

    정말 일하려면 할 거 많거든요.
    돈을 많이 벌려고 하지만 않으면.
    ㅎㅎ   

  3. 오솔-길

    2014년 5월 17일 at 5:52 오후

    신새벽,,,가로등도 졸고 있는
    한적한 길을 가다가 불켜진 창문을 보고
    잠깐 멈추어 서서 그녀의 독백을 듣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 하다는,,,’   

  4. Lisa♡

    2014년 5월 18일 at 1:48 오전

    살만하구 말구요.

    마인드를 바꾸어야 하구요.
    늘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감을 알아야 하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 지나치게 감각적이면서
    포기나 슬픔의 전도율이 빨라요. ㅎ
    오솔-길님.
    솔과 길 사이를 띄어서 읽어야 하죠?   

  5. 오솔-길

    2014년 5월 18일 at 9:09 오전

    항상 폭넓은 교양과 지성을 느낌니다.
    말씀 듣고 보니,,,
    ‘행복을 원하거던, 지금 감사할 일이 무언가를 찾아보라’
    그 감사함이 곧 행복이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숲속 오솔-길 산책이 심신을 치유해 주는 것 같아
    닉을 그렇게 해 봤습니다.
    사전에 ‘오솔-길’이라 돼있으니까
    띄어 읽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만,,,,,^^**   

  6. Lisa♡

    2014년 5월 18일 at 11:58 오전

    아….오솔-길
    이군요.
    고맙습니다.   

  7. 고운

    2014년 5월 18일 at 1:02 오후

    번드르하지못하다고 생각한 까닭에..

    한사코 안오셔도 된다고 괜찮다고 리사님을 언짢게 해드린 때가

    벌써 5년전이네요 곧 그만둘줄 알았어요ㅜ,ㅠ   

  8. Lisa♡

    2014년 5월 18일 at 1:14 오후

    갈께요.

    늦었지만..5월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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