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센티는 되어보이는 明이 갑자기 쓰고온 모자를
휙하고 빛의 속도로 내던지며 마이크를 잡고는
쥐어짜는 목소리로 "나~~~~~~안 바보처럼 살았군요~~"
하고 괴성을 지른다.
그 큰키가 아코디언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면서 코믹의
정점이라도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 노래한다.
오랜만의 힐링이 다 되는 기분이랄까?
요즘 맥주도 노래방도 다 꺼려지는 분위기에서 느닷없이
소주, 맥주(딱 한잔씩) 그리고 복분자 한 병씩을 후다닥
해치운 후, 우린 요즘 젊은 애들이 간다는 B비어를 갔다.
팔에 문신한 장정들이 앞뒤를 둘러싼 채 머리가 벗겨진
키큰 남정네와 동글동글한 몸을 가진 두 아줌마를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온 울란바토르 사람처럼 힐끗거린다.
明은 작년에 운명을 달리 한 훈의 절친이다.
그 절친과 간만에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하고프다며
숙이 불러낸 자리에 내가 동참을 했다.
훈에겐 明, 숙에겐 리사가 떠오르는 절친이라
우린 처음엔 이런저런 세상이야기를 하다가 급기야는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는 눈물어린 明의 봉사를
다소곳이 받으려고 노래방을 같이 가게된 것..
구두가 날아가고, 모자가 날아가고 벽을 타고
대학학장이 저래도 되나싶게 잘 논다.
진짜 오랜만에 눈물 흘리면서 웃었다.
그 웃음과 눈물과 대화의 중심에는 세상 떠난 훈이
있었고 우린 훈의 미망인을 위로한다.
모든 걸 다 알아서해야하던 남자가 그걸 못하는데
어찌 두고 떠났는지 정말 신기하다고 했다.
그의 임종은 어땠냐고 明이 묻자 내가 대답한다.
성질대로 한껏 성질부리다가 갔다고..
사람은 세상을 하직할 때도 성질대로 하직하는 걸까?
어디선가 흘러듣는 말로 그렇다고 하는 말도 있었다.
남편이 죄다 알아서 처리해주던 그녀는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 엄마의 바다같이 굴더니 며칠 지나지않아
완전 우뚝 섰다.
자식이 있으니 그러지않고는 베기지 못했지 싶다.
그리고는 이젠 어엿한 CEO다.
나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고.
우린 결국 내년 6월 별을 보러 몽골에 가기로 합의를 봤다.
언제나 약속은 앞서고 행동은 미치지 못할지라도 일단은
약속이나 즐거운 상상을 하고본다.
6월까지는 그 기대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
남편의 빈자리를 그녀가 무엇으로 메꾸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 나와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녀는 슬퍼만 할
시간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았을 것이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늘 부지런히 깨어있어야 한다고.
어쩌다 젊은이들처럼 새벽에 집으로 들어왔다.
새벽 3시가 다 되어갔다.
아들은 내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하다가 뒤척이다가 잤나보다.
6시였다. 오래된 인연들.
나무와 달
2014년 8월 26일 at 12:56 오전
배우자의 죽음이 정신적으로 제일 큰 충격을 받는다고 하는데요…친구분…자주 연락 드리도록 하세요…+_+
슬퍼할 시간도 없이 살아가는데 전력을 다할진 몰라도, 안됐네요…(물론, 언젠간 이별해야 하는거겠지만…)
Lisa♡
2014년 8월 26일 at 11:04 오전
누구나 겪는 일을 조금 빨리 겪었을 뿐이라고
말하곤 하지요.
그리고 배우자가 있고 없고는 큰문제이지만
크게 행복을 좌우하는 것만은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둘이 오래오래 백년해로하는 것이 누가봐도
최고이긴 합니다.
안영일
2014년 8월 26일 at 11:15 오후
낭연 -마두금 – 탱그리 -:몽골에대한 생각입니다,
혼자서 가는길 -가고나면 끗이아닌지 !
군더더기없는 자유로운 삶 늙은이들의 주위입니다,
누가 껌처럼 매달려 생활을 하는가 —
사람은 추하게 살지말자 ?
부부간이라도 –!
그집도 학교 개학과는 무관한지 ?
두새깽이 군대생활 잘끗내겠고 —
모두가 즐거운 염려만 있는것 같습니다, —
동네이웃이 글을 보았읍니다,,
Lisa♡
2014년 8월 27일 at 12:47 오후
네—둘이 학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