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받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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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픈 k 샘이 여행을 가고 싶으시다는 전화가 왔다.

일주일에 3번을 투석하시는 분이 가고 싶다는데 어떻게

시간을 짜보자 싶었다.

금요일 이른 투석시간을 잡은 샘, 나도 일을 보고 바로

합류해서 우린 오후 2시경에 하동으로 떠났다. 하동에는

k 샘이 먹고싶다는 참게가리장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늘 자신의 인생에서 나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분을 위해 살아계실 때 뭐든 다 해주고싶은 심정이다.

가까이 살면서 언제나 여행콜에는 응하는 李와 함께 떠났다.

입이 삐죽 나온 남편이 뒷덜미를 당겼지만 그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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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받쳐주고

바람은 살랑살랑

햇살은 속깊이 피부를 파고드는 날이었다.

처음엔 여행계획을 잡고 구례화엄사 앞의 한화콘도를

예약하려고 했으니 연휴라 여의치가 않았다. 잠시 골똘히

고민하던 나는 지인의 빈 집이 하동에 있다는 말에 염치불구하고

부탁을 해서 악양면으로 달렸다.

빈집은 시골의 어느 돌담길의 골목길 안으로 있었는데

커다란 알루미늄 대문을 열면 주차공간까지 넉넉한 곳이었다.

우린 전화 속 주인이 시키는대로 집을 열고 불을 켜고 보일러를

올린 후, 배고픔에 근처 10분거리인 돌팀이식당으로 달려갔다.

역시 참게가리장은 맛있었고 좋은데이도 달디 달았다.

동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봉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밭이

어디로 눈을 돌려도 자리한 조용하고 고즈녁한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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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감들이 떨어져서 제법 익은 감들은 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터져버리고 나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주워서손에 감칠을 해가며먹곤했다. 우린 감을 하도 봐서

이리봐도 감이, 저리봐도 감이,질릴까봐도 감이..하며 웃었다.

정말 아침부터 눈을 뜨며, 밤에 간식으로까지 감을 먹었다.

바닥에 떨어진 감들은 병이 든 감도 있고 새들이 먹다가 떨어지는

감도 있으며 미리 익은감들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떨어지는

감에는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혹시 나의 팔이 담넘어

가면 니 팔이야~~ 하는 문제로 함부로 밭에서 감을 주워 나오기도

눈치가 보였다. 자그마한 할머니 한 분이 그냥 주워가라고 했다.

방치된 건 아니지만 지붕 위로 늘어진 감나무부터 커다란 개울

위로 늘어진 감나무하며, 아주 잘 가꿔진 농장 구경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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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이 간 일행 두 사람은 나보다 손위로 한 분은 많이

불편한 몸이고, 한 분은 또 늘 병치레에 약을 달고 산다.

이들 사이에서 나만 지나치게 건강한 체질이라 잠도 혼자만

잘 자고, 먹는 것도 거침없고늘 나만 세상을 맘껏 사는 기분이다.

투석하는 분은 짜게 먹어도 안되고, 국물을 많이 먹어도 아니되고

과일도 마음대로 먹질 못한다. 또 한 사람은 췌장염으로 고생을

하고 있고, 늘 소화가 안되어서 항상 먹는 걸로 고생인데 두 사람

다 몸무게가 45키로가 넘질 않는다. 나만 돼지다.

여행을 할 때도 건강해야만 다 즐기고 볼 수 있다. 가까운 순천만에

한 번도 가질 못했다는 k샘 청에 우린 순천만을 가게 되었는데

제대로 빨리 걷질 못하는 상황이라 갈대만 보고 李와 나는 재빨리

뛰다시피해서 용산전망대까지 내처 달려가서 보고왔다. 그러니

건강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섬진강변을 거닐 때도, 햇살이 내려쬐는 섬진강의 은모래 해변도

그녀는 늘 조심스러워했고 나도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오래도록 내 곁에 있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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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푸나무

    2014년 10월 12일 at 3:37 오후

    내가 옆에서 돼지 동무를 해줘야 햇는데…ㅎㅎ   

  2. 김삿갓

    2014년 10월 12일 at 4:44 오후

    그분 보고 포타블용 접이식 휠체어 하나 구하라 하세요.
    그럼 다는 아니겠지만 웬만한덴 휠체어 타고 나닐수 있지
    않을까요? ^________^    

  3. Lisa♡

    2014년 10월 13일 at 3:24 오전

    푸나무님.

    맞아요.
    우린 먹는 면에선 죽이 맞죠?
    잘 먹으니.
    그나저나 제 사진보니 잘 나와서
    고맙고, 누가보면언니집이라해서
    우리집인 줄 알겠더라구요. ㅎㅎ
    고맙게도….ㅋ   

  4. Lisa♡

    2014년 10월 13일 at 3:26 오전

    삿갓님.

    아직 그 정도는 아니구요.
    빨리 못걷고, 많이 못걷고
    무리하면 절대 안되고 그래요.
    두 사람 다 몸이 건강하질 못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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