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깔깔하고마음이 유리같아 보이는 여성을 만났다.
물론 소개해주신 분의 배려와 폭풍칭찬이 먼저 따랐지만.
그녀는 중국에서 인정하는 몇 안되는 차(茶) 선생님이다.
시간이 지나도록 차를 같이 하면서 홍차에서 보이차, 철관음에
이르기까지 차마시는 법부터 세차과정과 얽힌 이야기들을 같이
나누면서 대화를 하고 차를 격조있게 마셨다.
차 하나를 배우는 과정도 만만치 않고 그 예의와 맛을 알아가기란
집중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뭐든 스치고 지나가면 바람이 스쳐간 듯 잊고 마는 요즘이라
배움에 있어 자신이 믿음도 가지않고, 바로 앞의 5분전 일을
황망히도 기억하지 못하는지라 스스로 자신없어 하지만 그래도
입 안에 감도는 차의 그 맛과 향만은 또렷이도 기억한다.
나는 보이차를 좋아한다. 오래된 이끼들로 축축한 향이 숲 속을
감싸는 그 깊이있는 맛 때문이다. 대부분 유통되는 보이차가 속고
사는 가짜가 많다고 하는데 차선생은 그 부분에서 입을 다문다.
보이차 후의 그 명쾌한 철관음의 맛도 참으로 기억이 난다.
차로 몸의 모든 기운을 다스리기도 한다는데 보이차의 경우는
폴리테놀 성분이 있다보니 살을 빼면 안되는 분들은적당히
마셔야 한다니 살을 빼고자 하는 분들에겐 좋겠다.
와인처럼 차를 마시면서도 그 차향에 견주어 오만가지의상념들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뭔가를 스스로 즐기거나 깨닫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차를 마시려고 하는 것이다.
며칠 전 어느 드라마에서 성공한 회장님이 급박한 순간에도 차를
준비하고마시면서 "경매에서 구한 귀한 보이차야" 했다.
귀한 차, 유비가 가장 귀하게 여긴 것은 어머니에게 드릴 귀중한
차였다. 차를 들고 달려가던 유비의 모습이 마치 본듯 그려진다.
차를 마시면서 보낸 그날의 오전 시간은 참으로 귀중했다.
네이버블로그 sunny000421.blog.me
혹은 <김민선 차문화연구소> 로 들어가보면 공부도 된다.
차선생을 내게 소개해준 M을 내가 만난 건 약 5-6년 전이다.
시누이를 따라서 간 불교지인들 모임에서 알게 되었는데 있는 듯
없는 듯 미소를 띈 모습에서 난 단박에 그녀가 좋은 자질을 갖춘
여자라는 걸 알아챘다. 겸손하기 이를데없으며 조용하고 은근히
못하는 게 없는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는 열성을 소리없이 갖춘 여성이었다. 만났다가 별 일없으면
소식을 그냥 전하지도 않고 살아갔지만 어느 날, 우리는 같이 스페인
여행을 각자의 아들을 데리고 같이 갔으며 그리고는 또 소식없는 몇 년을
흘러보내기도 했지만 끊어지지않고 이어지는 인연의 끈은 늘 있었다.
그 인연의 끈이라는 것 중에는 그녀가 살짝 내 블로그를 늘 다녀간다는
점이다. 내 블로그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그 가족들이 다 알 정도이다.
그런 그녀가 소개한 사람은 늘 틀림없다. 그 날도 차와 함께 마실
샌드위치를 일부러 반포까지 가서 입맛에 맞는 발효빵을 준비했다면서
정성을 가득 담아서 세련된 포장지에 싸인 샌드위치를 내놓았다.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란 참으로 매력적이기도 하다.
더러는 한 번 만나고 다시는 볼 일이 없는가 하면 더러는
계속 인연의 끈을 놓치않고 이어지게 하고 있으니 그것은
우리가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싶다. 이미 누군가의
힘으로 만날 인연이었고 계속 이어나갈 인연이거나 5년짜리
인연이거나 혹은 알기만 하고 있다가 10년 후부터 대면할 인연
이라거나 뭐 각자가 분분히 다르다.
요즈음 동아리처럼 아들으로 인해 만나게 된 인연들이 있다.
분주히도 카톡방을 하고 하루에 몇 백개 문자를 날리고는 하는데
내 경우는 당최 그런 일에는 맞지않다.그게 나의 고민거리다.
내가 딱히그 모임에 있어야 하는지…무엇 때문에 모이는지.
단 친목때문인지, 그런 고민이 바쁜 와중에도 생기게 된다.
그만큼 모임이나 관계를 지속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오래도록
지속되는 관계란 정말 누군가는 참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같은 꽈라고나 할까, 그래야 모임이 지속된다. 마음에 맞지않아도
이해하는 마음이 있고, 속여도 속아주는 그런 사람들이 거기에
따라 어떤 매력이나 배울점이나 감동이 있기에 만나는 것이다.
이런 나를 이해하고 만나주는 게 그 얼마나 고마운가 말이다.
더러는 어떤 모임에서 상처를 받았다고말하는 이도 있는데 과연
자신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않았는지도 배려해볼 일이다.
그런 면에서 M은 배려가 지나칠 정도라 되려 배려를 자제해주었으면.
후후후…그만큼 사려깊고,사람좋은 드문친구라는 의미이다.
Hansa
2014년 11월 4일 at 12:41 오전
인연 따라 사람을 사귀는 리사님을 보면 참 신기해요.
리사님만의 특별한 재능일 테지요. 하하
Lisa♡
2014년 11월 4일 at 1:09 오후
한사님.
살다보니 오랜 인연이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고
새로운 인연이라도 아예 오래된 우정보다 더 맞는
경우가 종종 생기더라구요.
인연이라는 게 참으로 어렵고 만들기도 쉽지않지만
나와 인연인 사람은 늘 따로 있는가 합니다.
ㅎㅎ…..한사님과 저도 블로그 인연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