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반, 겨울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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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자녀 결혼식에 한복을 15만원 주고 빌려 입었다.

반면에 사돈댁은 아주 비싼 한복을 입어 친구가 보기에

척봐도 한복이 완전 차이가 나고 사돈댁 한복이 월등히

비싸고 좋아보였다. 결혼식을 마치고 각자의 식사비를

계산하는 자리에 동석한 친구가 놀랐던건 사돈댁의 카드로

그 집 식대를 계산하는데 한도초과가 나와 다른 카드로

부랴부랴해도 역시 한도초과였다고 한다. 기가 막힌 노릇이고

서로 당황을 해서 어쩔줄 몰라하다가 이쪽에서 빌려주는 걸로

마무리 짓고, 나왔는데 그 후에 두 달이 지나도 그 카드비를

돌려주지않아 결국 기분을 버린 A씨가 못참고 전화를 해서

빌려준 식대를 받았다고 한다. 세상에 참 별의별 유형들이

다 존재한다. 화려한 한복을 입었던 그 사돈댁은 사업을 하다

망한 경우의 집인데, 타고 온 차를 봐도 두 대가 다 외제차

였다고 한다. 그런 걸 두고 허세에 쩐다고 하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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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N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N을 제외한 자녀들이

외국에 살다보니 조문객은 주로 아버지의 친구분들이시거나

N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버지가 다니시던 교회의

지인들이 오셨는데 신기한 건 오신 분들거의가 다 노인들

뿐이셨다. 다들 멋쟁이 노인분들이신데 마음들이 착찹해

보이셨고, 삶에서 어떤 부분들은 이해하고도 남아 차라리

체념을 하신 분들인지도 모르겠다. 표정들이 그래보였다.

N은 마지막에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를 보는 걸 힘들어했고

그나마 오랜 시간을 투병하지 않은 걸 되려 다행으로 여기는

마음으로 자신을 위안하는 듯 하다. 며칠 후, 장례식에 와준

예의를 지켜 나와 지인을 멋진 레스토랑으로 초대했다.

내 주변에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와준 분들에게 식사답례를

하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이게 관례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이런 형식에 따라가는 분위기들이다. 필요한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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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멘트가 나온다.

"가을 반, 겨울 반"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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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인지 요즘 주변의 친구들이 다 돈을 벌겠다는

말을 자주한다. 뭘해서 벌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들이다.

누구는 부동산중개인 자격증을 따야겠다고도 하고, 누군

반찬가게를 하고싶다고도 한다. 누구는 심심해서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노후대책을 위한 불안한 심리를 그렇게

표현한다. 나도 돈을 번다고 사회에 나오긴 했지만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이고, 항상 일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니

내심 스트레스를 갖고 불안해한다. 앞으로 40년을 더 살면

어떻게 살아가나 하는 고민들이 팽배해 있다. 그 심리엔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은 유지하고픈 마음들이 자리하고있다.

그러면서 일단은 건강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자옥의

죽음이 충격을 준 건 틀림없다. 건강하게 살되 구차하게는

살고싶지 않다는 게 오늘 모인 친구들의 결론이다. 자신

만만한 노후란 없다. 그리고 건강한 노후라는 말도 없다.

불안해하면서, 여기저기 삐걱대기 시작하는 몸을 안고

사는 날까지 순응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맘대로 삶이 굴러가지는 않는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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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Hansa

    2014년 11월 18일 at 12:36 오전

    남이 하면 별로 어렵지 않게 보여도
    밥벌이 하기가 참 쉽지 않지요…

    60세이후 현직 은퇴후 노후 문제는 대략(재벌 제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숙제일 겁니다.

       

  2. Anne

    2014년 11월 18일 at 12:44 오전

    돈 벌기 어려우니
    몸관리 잘 하고
    그저 아껴쓰는 게 노후대책??   

  3. Lisa♡

    2014년 11월 18일 at 2:21 오후

    앤님.

    그것도 돈을 아끼는 방법이지요.
    65세 이후 병원비가 일인당 약 1억원이 든다잖아요.
    그러니 건강을 유지하는 게 최고의 방어책입니다.
    하지만 60세 이후 사망자 중에 암으로 인한 사망이
    78.1% 라고 해요.   

  4. Lisa♡

    2014년 11월 18일 at 2:23 오후

    한사님.

    지금 베이비붐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잖습니까?
    그 전 세대는 자녀들도 약간의 책임을 지는 시대였지만
    이제 우리시대는 그런 건 어렵게 되어가니 더 힘들죠.
    노인들중에 빈곤층이 79% 정도라니 보통 일 아닙니다.
    갈수록 국민연금 재원은 줄어든다하고 노후도 그렇치만
    우리 아이들의 부담도 커지니 갈수록 팍팍한 삶이 되겠지요…걱정!   

  5. 벤조

    2014년 11월 19일 at 2:13 오전

    나는 아직 가을 반.
    겨울 반에는 들어가기 싫어! ㅎㅎ
    리사님 답글의 통계 숫자, 그 숫자를 어찌 다 기억하세요?

       

  6. Lisa♡

    2014년 11월 19일 at 2:42 오전

    그러게요…근데 더 많이 기억하는 것도 있답니다.

    5,60대 이후의 사망 중에 암원인이 78.1프로라는 것도.ㅋ   

  7. 청목

    2014년 11월 19일 at 8:06 오전

    연륜이 쌓이는 느낌이 이제는 글에서 녹아나는가 봅니다. 진지해지고 사고의 깊이가 훨씬 깊어진 듯합니다.

    결혼은, 양가의 형편이 비슷한 처지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음을 봤습니다. 당사자들의 관계에서도 동향에 동기 동창이 결합에 좋고, 경제적 상황도 서로간 너무 차이나는 건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는 얘기였습니다. 허황되게 허세나 가식을 부려봐야 그게 행복한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가끔 이런 생각도 가져봤습니다. 지금까지의 리사님 지위와 형편과 사상적 배경으로 보아 과연 검소한 자녀 결혼식을 감행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지요. 상위 1%의 은택을 입고 사는 사람이 타인의 시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산다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타인에게는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가 하는 성찰은 누구에게나 필요할 듯 싶습니다. 아마 리사님의 삶을 아마 많은 사람들은 부러워 하고, 내면으로는 시기하고, 닮아 보려는 열성파가 적지 않을 듯 싶습니다.
    요즘 사업(?)이 꽤나 재미있어 보입니다. 잘 벌어 잘 쓰시기를…   

  8. Lisa♡

    2014년 11월 19일 at 2:46 오후

    청목님.

    감사합니다.
    타인의 시선요…
    좀 벗어나고 입습지요~
    아무튼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답니다.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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