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아 이틀 연이어 공연을 보게 되었다.
아….내 생애 봄날같은 기분이었다.
음악이라는 심연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을 이틀간 즐겼다.
첫날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 부터’는 묵직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아니 날렵하게도 연주되었는데 이렇게 좋은 곡이었던가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너무나 아름다워 설레이기까지 했다.
누군가에게 내 가슴속 깊은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주고픈 심정이었다.
두번째 곡인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또한 각 성부의 음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잘근잘근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랬다.
금관악기들의 활약을 하나하나 눈여겨 보면서 아주아주 행복했다.
쳄발로와 탐탐의 소리를 귀깨인 듯 들으면서 마냥 높이 올라갔다.
19일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주앙’과 ‘장미의 기사’를 먼저
연주했는데 내가 앉은 좌석이 합창석이어인지 음이 일사분란하지
못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도 내 자리 탓이런가 했다. 그러나웬걸~
둘째곡인 쇼스타코비치교향곡이 연주되자 완전 매료되었다.
각 악기들의 매력을 한껏 발견하게 만들던 지휘자 얀손스는 힘들어
보였지만 나는나는 흠뻑 취해서 헤롱거렸다.
합창석에 처음 앉았는데 지휘자의 표정을 하나하나 볼 수 있음에 갑자기
캬라얀을 여기서 보았더라면 하는 상상도 잠시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기립을 하고(나도) 바라지도 않게 되던 앵콜곡 한 곡이
연주되었는데 그리도 깔끔한 그리그의 페르귄트 ‘솔베이지의 노래’는
절로 눈물이 나게 만드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완전 감동앵콜이었다.
전날의 기교적인 짧은 앵콜 피치카토 폴카나, 드볼작의 슬라브 무곡에
비해 마무리를 근사하게 하면서 사람들을 자리에 들러붙게 만들었다.
내가 근사해는 마법의 향수를 온몸에 뿌린 듯, 사람을 변하게 했다.
그동안 내가 감상했던 뛰어난 오케스트라보다 더 낫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얀손스만의 기술로 거듭난 연주를 느끼게 되었다.
끊어질듯 이어지는, 들릴듯 말듯 움직임없이 연주되던 바이올린의 연주는
몰입시키는 재주가 뛰어났고오보에의 음에 반했다. 잉글리쉬 호른의 멋진
연주, 은근하던 바순의 연주, 겸손하던 첼로, 부드럽게 움직이던 하프…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다.
합창석에서 악보들을 자세히 보니
각 악기마다 악보가 다 다르다.
유명인사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던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