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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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알쫑알~~

아침에 잠실에서 회의를 마치고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쪽으로 가서 계약,

부지런히송파구 올림픽 아파트로 와 친구를 태우고, 청담동SSG로 가서

친구가 사주는허세스런 잡화들을 사들고( 예를 들면 쨈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에두아르 망고쨈과 라스베리쨈, 피나무와 때죽꿀, 또 각종 육포)

압구정으로 가서 오리엔탈 음식들을 먹고는 논현동 어떤 사무실에 가서

수다를 떠는 걸 듣다가, 사무실로 다시 와서 안흥찐빵을 박스채 들고 내려와

(이때 서두르다가 탭을 떨어뜨려 액정은 멀쩡한데유리가 쫘악 금이 가면서

파손) 다시 친구를 내려주고, 신장투석을 하는 권샘을 모시러 병원으로

가서 태우고 저녁을 같이 먹으로 갔다가 집으로 왔다. 머릿속에는 온통

깨진 액정, 아니아니 유리 생각으로 가득…어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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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이 같이 입사를 했다.

지금 2명 남았다.

1명도 간당간당한다.

일하는 건, 아니 남의 돈을 버는 건 이리도 힘들다.

1년도 안된 내가 계약을 잘 해서인지, 혹은 리더쉽이

있어보여서인지 아니면카리스마 때문인지 팀장을

하란다. 허걱~~~어떠케~~~어떠케~~~~그런 어려운 일을.

며칠 말미를 주면 생각 좀 해본다했다.

겁난다. 오래된 그 깐깐한 선배님들의 모습과 과묵함과

냉정함과 옆을 돌아보지도 않는 그 분위기들이.

여태 회사에 입사해서 단 한번도 저녁에 회식을 한 적이 없다.

단 낮에 두어번 팀끼리 식사를 해본 것 뿐이다.

여긴 단체회식 이런 게 없어서 서로 이름도 모른다.

아직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어쩌나.

거기서..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나도 흉내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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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도로를 달리는데 진달래? 철쭉? 잘못봤나?

잔뜩 피었다.

까칠하게 마른겨울가지들 사이로 한무더기가

분홍색을 뽐내면서 … 뭐지?

계절을 잘못 인지한 그네들 꽃이 미리 나온거란다.

다시 추워지면 지고 이듬해 봄엔 핀 자리에 꽃이

나오지 않게 된단다.

"언니…꽃이 피었어요~~뭐예요?"

식물도감쯤은 머릿 속에 넣고 사는 그 언니는

아무렇치도않게 노련히 설명한다.

자기네 베란다에도 철쭉이 여러송이 피었단다.

그녀는 길에서 밟힌 콩도 주워다 꽃을 틔우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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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결혼식을 앞둔 신부엄마가 얼굴이 활짝 피었다.

예뻐지고 푸근해보인다.

사위가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가보다.

무엇보다 내 보기에는 사돈을 잘 만난 듯 보인다.

아들이 변호사임에도 무엇하나 내세우지 않고 예단도

서로 하지않기로 하고, 고마워하고 한복도 두 집 다

빌려입는데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빌리는 한복은 각 24만원씩 들었다고 한다.

신랑과 신부가 똑같이 돈을 반반씩 내어 전세집을 마련하고

반지 하나씩으로 예물은 끝내고, 알뜰살뜰하게 한다.

친구는 스스로 돈을 좀 모아서 제법 쏠쏠하게 돈이 있는데도

이번 결혼식은 딸이 그동안 회사다니면서 모은 돈으로 한다.

정말 부럽고, 외모가 아주 예쁜 그 딸이 마음도 곱구나 싶다.

친구는 자기딸이 자기에게 시집가면서 선물 하나 않는다고

불평이다. 그런 불평은 듣기에 처음이다. ㅎㅎㅎ

내가 볼 때는 효녀두었구먼… 자식복이 많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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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Hansa

    2014년 11월 28일 at 2:40 오전

    20명 입사해 두 명 생존했군요..
    돈 버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한국도 조끔씩 결혼 문화가 합리적으로 변화해가는 듯보입니다.
    똑똑한 계층부터요.. 하하

       

  2. Anne

    2014년 11월 28일 at 7:31 오전

    하늘이 아주 좋군요.
    깝깝하면 한 번씩 올려다보고
    침 꿀꺽! 까짓거.
    생존을 축하합니다.   

  3. Lisa♡

    2014년 11월 28일 at 10:29 오전

    한사님.

    생존은 어디서나 어려운 과제입니다.
    남자들 사회생활 참 힘들었겠어요.
    느끼는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4. Lisa♡

    2014년 11월 28일 at 10:29 오전

    앤님.

    멋져요.
    까짓 꺼…..꼴깍!! ㅋㅋ   

  5. 김삿갓

    2014년 11월 28일 at 9:55 오후

    에구구구~! 흑석동서 송파 청담 논현….글을 읽는데 너무 바빠서
    제 머리가 막 돌아 가네여…ㅋ 넘 부지런 한 우리 리사님~!
    팀장~!! 축하드립니다. 능력이 되니 그쪽서도 부탁 하는 거겠죠.
    암튼 보기 좋아요…

    부부는 일심동체 라 하는데 결혼 문제 누가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것
    보다 본인들이 알아서 하는게 저는 정상이라 봅니다. 하긴 소속된
    사회라는게 있어 그풍습을 역행 하긴 힘들겠지요. 암튼 또 한 부부의
    정상? 적인 맺음 소식 반갑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유 리사님… ^____________^   

  6. Lisa♡

    2014년 11월 29일 at 11:01 오전

    삿갓님.

    팀장이 너무 이른 감이 있어
    미룰 예정입니다.
    아직 제 일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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