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걸어서 녹초가 된 우리일행들은 밤의 페트라를
보기 위해 저녁 식사후, 다시 호텔 앞에서 모여 페트라로 향했다.
왕복 두 시간을 잡고 출발했다.
신기한 건 그 시간에는 말이고 당나귀고 다 사라지고 오로지 촛불에 의지해
걸어가야한다.
가는 길 가에 드문드문 촛불이 그야말로 원시적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움직임
까지 표현하며 켜 있는데 뭔가 두근거리는 마음이 생긴다.
촛불로 낮게 불을 밝힌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신비감이나 고요함을 불러
일으키기 위함이겠지만 페트라엔 전기시설이 없다.
그리고 중요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이었다.
밤의 시크는 정말로 근사했다.
어둡고 높은 바위계곡인 시크사이로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일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 길고 좁은 통로처럼 보이는 하늘엔 하얗게 별들이 깔리기 시작했다.
걸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게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얀 구슬을 빽빽하게 뿌려놓은듯한 광경을 상상하면 된다.
신기한 건 우려했던 달이 그때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목을 뒤로 제껴서 오랫동안별을 바라보느라 일행들과 좀 떨어진 나는
이 신비하고 그윽한 시크를 촛불에 의지해 한 걸음씩 떼었다.
알카즈네는 처음엔 보일듯 말듯 희미했다.
몹시..
그 속에서는은은한 요르단의 전통음악이 들릴듯 말듯 들렸다.
아니 우리로 치면 해금 같은 걸 어떤 사람이 켜고 있는데(누군 피리라고)
그게 또 신비함을 더 했다.
하늘엔 하얗게 별들이 가득한데 이렇게 낯선 이국땅의 밤에 알지도 못하는
처량한 음악을 듣자니 명상으로들어가야하나? 하는동요가 인다.
땅바닥에 담요를 깔고 그 위에 눕고 싶었지만(별 때문에)
분위기가 하도 근엄해서 조용히 앉는다.
이상하게 찍히다보니 (후레쉬를 터뜨려봤다)
두번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찍혔다.
음산하지는 않았지만 뭔가가 경건했고, 젊은 외국청년들은
사진을 멋지게 찍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처음엔 촛불만으로 사진이 나오지 않자 50여명의 사람들이
한데 힘을 모아 누가 "원, 투,쓰리!" 하면 일제히 셔터를
누르며 그때 한꺼번에 터지는 후레쉬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 ‘따라라 라라라~~’ 하면서 반겔리스의 음악인
Conquestof Paradise가말발굽소리와 함께 서서히 울려 퍼지며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좋아하는 반겔리스 음악이 나오자 더욱 흥분이 되었다.
이 때, 작은 전깃불 하나가 알 카즈네 앞에 서서히 켜지고
나는 "어, 이상하게 좀 밝아졌어….뭐지?" 하며 사진을 찍어봤다.
그때사 사진들이 제 모습을 발하는 알 카즈네를 잡기 시작했다.
이제 여기를 떠나면 페트라와는 작별이다.
그리고 이 별과 바람, 촛불, 밤의정막함과 알 카즈네.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나를 가만 꼬집어 본다.
옆의 자매들도 넋을 잃고 앉아있다.
우린 추워서 등을 서로 대고 앉아 멍하니 알 카즈네를 본다.
안내인 같은 사람이 나와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로(소리가 작아서)
5분동안 뭔가를 설명한다.
BC가 나오는 걸 보니 나바테인에 대한 설명인가 한다.
나는 이런 곳에서 (이집트의 피라밋이나 스핑크스에서의 아이다 처럼)
오페라나 굳이 관련없어도 오페라 아리아를 위한 음악회를 열면 아주
근사하겠다는 상상을 한다.
안녕! 페트라!
안녕! 알 카즈네.
안녕! 잃어버린 성배.
두고 나오는 끈이 달린 그 무엇처럼 자꾸 뒤돌아보게 한다.
하늘의 별은 여전히 발걸음을 붙든다.
이렇게 촛불 사이를 걸어나오다보니 달이 올라왔다.
별들이 점점 작아진다.
아래 사진은 다 나올 무렵, 구멍이 난 바위산의 구멍 속에
쏙 들어 간 달을 한 번 찍어봤다.
안녕, 꿈에 그리던 페트라여!
오드리
2014년 12월 26일 at 1:19 오전
새삼, 인류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리사도 대단해.ㅎㅎ
Lisa♡
2014년 12월 26일 at 1:30 오전
방금 휴가나온 아들 보여주느라 켰더니…
ㅎㅎㅎ…인류가 발전해왔다지만 그 옛날
BC7세기에 이 정도라니 놀랍지.
벤조
2014년 12월 26일 at 4:46 오전
아, 나도 덩달아 아쉽네. . .
안녕, 안녕, 하면서 돌아나오는 리사가 눈에 선해. . .
나의정원
2014년 12월 26일 at 6:20 오전
전 미생에서 드라마 효과상 촛불을 켜놓고 일부러 촬영한 것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군요.
신기합니다.
Lisa♡
2014년 12월 26일 at 11:14 오전
벤조님.
ㅎㅎㅎ
제가 다시 가기엔 힘들 거 같아
자꾸 돌아보게 되었어요.
사실 알 카즈네 때문에 요르단 갔거든요.
Lisa♡
2014년 12월 26일 at 11:15 오전
나의 정원님.
그렇게 아셨구나.
밤의 페트라가는 길목의 시크와 알 카즈네에
매일 촛불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