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마음가는대로 간다.
새벽 일찍 일어나 아들을 데리러 수원으로 달렸다.
6시에 일어나 그대로 바지만 갈아입고 나갔다.
요즘 군대는 휴가도 새벽에 나오는지.
6:30분이면 나올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일찍 나오고 싶은 모양이다.
고속도로에는 늘 그렇듯이 불빛이 꼬리에꼬리를 문다.
이 아침에 하루를 여는 부지런한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진다.
얼마나 아침의 그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은 겨울인가.
나도 어쩌다 나오긴 했지만 이미 도로는 새벽내내 달구어져 있은듯.
나는 판교구리를 타고 경부로 빠진다.
경부에서 무조건 간이차선에 초록불 켜진 걸 보고 외길로 달린다.
원주, 영동과 인천, 안산 가는 방향에서 가는 수원 즉, 인천방향이다.
거기도 차들을 쌩쌩 달린다.
나도 그대에 부응하랴 쌩쌩 달린다.
그 와중에 50km로 달리는 의지의 하얀차, 진짜 방해되거덩요.
아들은10분을 기다리고 춥다고 호들갑이다.
얼른 뜨거운 나의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고 손을 맞잡는다.
운전이나 하세요~~어머니.
허걱~~오냐, 알았다.
까칠한 녀석가트니라구.
그래도 24일엔 전화를 해서 크리스마스라며 결혼기념일 축하한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주어 모든 시름이 다 녹더만.
누군 문자에다 이렇게 보냈다.
‘가문이 다르니 명절도 다른가보네요.
아무튼 그 쪽 명절인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고'(큭)
가문이라고 할 게 있었던가 혼자 운전하며 곰곰 떠올린다.
하긴 하버드 나온 사람도 있긴 하네.
가문의 영광, 빛의 영광이여!
요르단으로 떠나기 전에 ‘인터스텔라’를 보고 좋았고
다녀온 직후, ‘무드인디고’를 보고 공드리 감독의 기발함에
다시 한 번 놀랬고(세상에 천재는 많다) 또 압도하던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를 봤는데 정말 할 말이 많다.
그런데그런데 허둥댄다.
뭐부터 시작할지를 늘 모르는 것이다.
집안 청소도 마찬가지다.
빨래개기도 마찬가지다.
사람만나기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버릇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누구부터, 시작해야 순서가 맞지?
지겨운 걸 잠시도 못참는 오드리를 만났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지루함을 못견디는 여자다.
그래서 나의 성격이나 모남과는 상관없이 언니는 나를 만난다.
왜? 재미있으니까.
하긴 요즘 대세가 재미라는데 언니는 미리 빠르다.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경험을 안겨준 여행 속의
세자매 이야기를 했고, 언니는 아시는 시인에 대해말한다.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옷을 하나씩 샀다.
언니는 7부가 넘는 검정의 긴 니트를..
리사는 5부정도되는 짙은 회색의 목이 올라오는 니트를…
내가 약 4만원은 낮은 가격으로 골랐는데 모자를 하나 더 사서
비슷한 가격이 되었다.
언니도 나도 옷고르는 걸 보면 참 싱겁다.
이거..하고 입어보고 바로 샀으니 말인데 세상엔 까다롭게 고르는
사람이 천지거든. 그러니 우린 착하디 착한 손님인거야.
오드리
2014년 12월 26일 at 2:19 오후
이제 그만 만날까? ㅎㅎ
Lisa♡
2014년 12월 26일 at 2:31 오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