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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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친구 동생을 만났다.

그녀는 군산에 둥지를 틀었고 그 곳에서 유명한 영어교사다.

날보고는 살이 너무 쪄서 몰라보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녀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내가까칠했고

날씬했을 때 보다 지금이 성격이 훨씬 후덕해 보인다는 점이다.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모르겠다만 좋게 생각하자. ㅎㅎㅎ

아이들이 좀 까칠한 게 나를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역시 피는 못속인다니까.

그 동생의 언니인 내 친구가 말하길.

외모가 까칠해 보일 때는 성격이 좋았는데 오히려 지금이

더 까칠하다는 것이다.

엥~~~~?

하긴 내가 나를 생각해도 나는 좀 까칠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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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4명이 같이차를 타고 멀리 갔다.

한 명이 거의 독점하며 떠들었다.

큰 목소리로..남의 말은 전혀 듣지도 않고, 할 기회도 주지않고

예쁘지 않은 목소리로.

한 시간이 지나자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 지나자 멀미가 나려고 했다.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배까지 아팠다.

모두 미치려고 하는 눈치가 보였다.

그래도 전혀 개의치않고 혼자 떠들어댔다.

다 아는 이야기를 혼자만 아는 것 처럼.

게다가 연예인 이야기가 나오자 완벽하게 모든 역사를 뀄다.

그 이야기의 끝은 없었고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누가 그녀에게 말 시키면 때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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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어떤 무리? 어떤 세상? 에서 내가 멀어지는 걸

느끼는데 그럴 때마다 어딘가 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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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동네로 가면 이런 곳에서 살면 욕심이 적어지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도심의 중심에 있는 것과 시골에 사는 건 확연한 차이가 있다.

보는 것, 듣는 것도 다르고 모든 것에서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나는 도시에서만 살았다.

그 탓에내가 욕심이 많은건지도.

특히 아이들에 대한 욕심이나 기대는 누구보다 더 했다.

하지만 요근래는 많이 달라졌고 내려놓게 된다.

주변에서 봐도 아이들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 상처를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식도 내 맘에서 자유롭게 털어내야겠단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대를 한다고 미치지 못할 게 뻔하고, 어떤 기대에 도달할 때는

부모의 나이가 이미 꽤 들어있기에 별반 느낌도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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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청목

    2015년 5월 20일 at 10:28 오후

    욕심이 시골에 가면 버려지나요? 도회에 살면 욕심이 가득해지나요?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독방에 홀로 갇혀 있어도 자유로운 영혼이 있는 법이지요. 욕심과 내려 놓음 모두가 한 순간의 마음의 작용이고, 한 순간의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만들어내는 듯 합니다. 끊임없이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교회나 성당에 가서 아무리 하나님과 하느님을 부르짖어도 이 하나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다는 것을. 그럴 땐 오히려 깊은 자아를 찾아나서는 불교적 명상이 도움이 될 때가 더 많은 듯합니다.
    어째 요즘은 覺者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후훗~   

  2. Angella

    2015년 5월 21일 at 1:04 오전

    ㅎ 저도 산에 들어가서 2달있어보니.
    아직도 욕심과 걱정을 못 내려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지 뭡니까?ㅎ
    얼마나 상처받고 배신당하고 환란을 당해야 버리고 내려놓게 될는지…^^::
    리사님이…한 까칠 하셨구낭..
    그런데 혼자 독식하듯 떠드는 친구만나면 대략난감인건 동감이네요.
    내 친구들중엔 그런 애가 없어서 다행이라는…ㅋ
       

  3. Lisa♡

    2015년 5월 21일 at 1:00 오후

    안젤라님.

    산에 2달이나…대단하세요.
    내려놓는다는 건 어찌보면 거짓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점점 실망 비슷하게 뭔가를 내려놓게 되는 건
    자신감을 잃어간다는 점과도 같아보입니다.   

  4. Lisa♡

    2015년 5월 21일 at 1:02 오후

    청목님.

    맞습니다.
    마음을 늘 갈고 닦지 않으면
    스스로 상처도 더 받고, 고립되는 것 같습니다.
    신을 부르짖기보다는 조용히 명상하면서
    더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학자 같으신데요…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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