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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인가….우연히 은행에서 윤을 만났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나이가 들어보이는 외모에 까칠하고 몸도 약해보였다.

본래 그랬다.

그녀와 친한 D의 소식을 물었다.

"아직 만나고 있지?"

"응, 근데 걔 너를 너무 싫어해"

"왜?"(눈이 동그래졌다)

"몰라, 문제는 그 애가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대부분 다 싫어해"

병주고 약준다.

그렇구나.

나를 너무 싫어하는 사람도 있구나.

내 기억속의 그녀는 화를 수시로 내고, 모든 것에 퉁명하며, 대걔의

사람들을 욕하고, 나무라고 다 나쁜 사람이고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다던 아이였다. 그래도 귀여웠는데..늘 화를 내고 있는 얼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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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 그동안 자신이 압구정에서 카페를 남편과 같이 했었다고 했다.

처음엔 3개였던 그 골목의 카페가 2-3년 안에 15개로 늘었단다.

그래서 결국 접었는데 바리스타도 웨이터도 웨이츄리스도 문제가 다

예뻐야 했단다.

그러더니 날더러 "너도 카페 해봤지? 물장사해서 손해 안봤어?" 한다.

"응 손해 좀 봤어"

"넌 쪼그맣게 했잖아"

"응"

듣자하니 자기가 한 건 카페, 내가 한 건 물장사다. 완벽하게 나눈다.

그녀의 남편은 기억만으로도 즐거워지고 웃음이 나는 좋은 남자다.

남편은? 아들은?

"응 남편은 회사에 들어갔고, 아들은 아산병원에 레지던트야"

"아..잘 됐네, 근데 네 남편 보고싶다야, 꼭 안부 전해줘" 하니
"내 남편 너 모른다" 했다.

"그래도 누군가 기억하고 보고파하더라, 순수함도 ..그리 전해줘"

아이고, 단도직입적이기도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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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그리고 나 시월드 탈출했다"

아~~그래?

"응, 그동안 괜한 고생했어"

어떤 걸 두고시월드를 졸업했다고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명절에도, 생신에도, 어버이날에도 모두 모른 척 하는 거란다.

전화도 않고, 용돈도 안 드리는 거란다.

"너무 한 거 아니니?"

내가 묻자 그녀왈 남편이 용돈에서 쪼개서 한 달에 얼마씩 용돈을

드리는 게 끝이란다.

내 알기로 그리 고생스럽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너무 인색한 거 아냐?

"남편은 뭐래? 괜찮대?" 하자

그 착한 남편도 온라인 모임에서 대화 끝에 모두 의견이 그리로

흐르자 알겠다면 수긍하였단다.

세상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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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그래도 다음에 D 만나면 내가 보고싶다하더라 전해줘"

그러자 그녀가 말하길 아예 말 않는 게 낫겠단다.

" 왜 그 정도지? 내 기억 속에는 화를 낼 사람은 나일텐데 이상타야"

그러자 그녀왈

"너 애인 셋 쯤 있니? 아직도?" 한다.

엥?

10년 전 기억 속으로 시간이 소용돌이치며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언젠가 D와 아이들 피아노 선생과 함께 맥주를 마시다가 아는 오라버니들이

들어와 같이 앉아서 마신 적이 있다.

그때 누구냐고 해서 장난삼아 ‘애인’ 이라고 했다.

D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윤에게 그대로 전한 것이다.

고지식한 사람이 그래서 무섭고 위험하다는 건데 말하는 사람이나 그걸

엉터리로 전한 사람이나 다 참 나이와 비견해볼 때 대단하다.

그래도 애인이 샛씩이나 있는 여자라니 그게 어딘가? 후후후.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고와 말투와 태도를 가진 그녀.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양한 모습들로 살아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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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벤조

    2015년 6월 22일 at 3:02 오후

    아, 이건 진짜 재밌어!
    신경숙이꺼 베낀거 아니지요? ㅋㅋ
       

  2. 안영일

    2015년 6월 22일 at 5:12 오후

    내용이 이곳에서 소개되는 Game of Thrones . 입니다, 딸과 식구 둘이서보는 연속극

    입니다, 여름 벌써 반딧불 나오고 매미 지나면 금년도 지나 가는것 같습니다,   

  3. 김술

    2015년 6월 23일 at 7:38 오전

    ㅋㅋㅋㅋ
    암튼 리사님은 주변도 참 다양하십니다.
    D도 윤도 리사님과는 차원이 다르시군요.
    물장사… 봉이 김선달이 원조?
    애인이 셋? 그 정도 미모? ㅎㅎㅎ   

  4. Lisa♡

    2015년 6월 24일 at 4:02 오후

    벤조님.

    재밌어요?
    ㅋㅋㅋ
    앞으로 그럼 기대하세요.
    뭔가 사건이 있어야 하는데..   

  5. Lisa♡

    2015년 6월 24일 at 4:02 오후

    안영일님.

    내용이 비슷한 사람들이 있나보네요.
    드라마 내용과 비슷하다니 말이지요.
    ㅎㅎㅎ   

  6. Lisa♡

    2015년 6월 24일 at 4:03 오후

    술님.

    미모야 그 정도 되지요.
    게다가 그녀가 날더러
    "너 왜그리 피둥피둥해졌니?"도 했답니다.
    그래도 그런 스타일 좋아하는 애인 잇지 않겠어요?   

  7. まつ

    2015년 6월 25일 at 1:04 오전

    헐, 리사님,
    바빠서 댓글은 거의 안달지만,
    여기에는 뭔가 말을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저의 느낌은 윤 이라는 친구도 리사님을 안좋아하는 것 같아요.ㅋㅋ
    마음이 꼬였거나 리사님한테 열등감을 많이 가지고 있는듯…
    거기에 서로 부합되는 친구가 D 인가 봐요.
    나는 커피숍, 너는 물장사 라거나,
    남편이 너를 알지도 못한다거나,
    너, 아직도 애인이 셋이냐거나,
    왜 그렇게 피둥피둥해졌냐거나,
    끙~!
    모두 리사님에 대한 열폭이옵니다.ㅋㅋ
    리사님 주변은 참 드라마틱합니다.

    언제나 잘 지내세요.
       

  8. Lisa♡

    2015년 6월 25일 at 10:59 오전

    まつ님.

    오랜만..ㅎㅎ
    그쵸?
    제 생각에도 그래요.
    그러면서 스타벅스로 들어가자더니
    아이스커피에 커다란 케익까지 주문해서
    먹더군요.
    잘 먹었단 말도 없이..ㅋㅋㅋ
    오래전 기억이라 잘 떠오르진 않지만 제가
    먼저 끊었던가..하는 기억이 있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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