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르장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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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말이 짜증이 섞이거나, 혹은 야멸차거나, 냉정하거나

재수없게 내뱉을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나의 가장 나쁜 습관 중에 하나인데 바로 알게된다.

마음과 다르게 말이 나갈 때도 있는데 그때도 나의 실수를 알아채지만

수습하기엔 시간을 놓친 경우가 있다.

그게 나의 성찰이 부족한 탓인데 그건 내 무식한 비밀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말을 줄이고 그냥 가만있는 이들을 보면 거의가 다 나보다 영리하고 나은

인간형이다.

내일부터 남의 말만 듣기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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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라고 하기엔 하늘이 밝고 맑고 예쁘다.

구름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장마철 즈음.

가장 하늘색에 가까운 청초한 하늘색이 구름 사이사이로 보인다.

곧 전역을 앞둔 아들의 말년 휴가날.

짐도 많고, 러시아워에 걸릴 아들을 몸소 데리러 가는 행복.

먼훗날 거의 엄마들의 과거지향적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라면

아들 면회가거나 아들 휴가때 가는 것이라던데 나도 그럴 것이다.

잠이 부족해도 정신 바짝 차리고 가게된다.

유쾌한 마음으로.

하늘이 종일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간에 따라 모양까지, 색까지 바뀌는 매력적인 하늘이 종일 함께 했다.

그러나 비는 오지않고 쥐어짜는 습기만이 후덥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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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렇게 몸과 마음으로 베푸니 네가 복이 많은가봐"

라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있으면 뭐든 베풀고 싶다.

그건 내 약한 마음을 드러내는 말인데 언제나 뭘 팔러오는 사람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마는데 사무실에 어느 날 몸이 불편한 남자가 보기에 미안한 모습으로

양말을 팔러 들어왔었다.

매번 사줄 수는 없는 노릇.

그러나 나는 아무도 사지않는 오후에 그냥 다시 사주고 만다.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사도 아프고, 사지않아도 아프다.

눈빛이 슬픈 사람에겐 언제나 마음을 주게되고 뭐라도 하나 주고파진다.

그렇게 늘 베풀고만 살 수 있다면 늘 즐거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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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을 데리고 닭발을 먹으러 갔다.

닭똥집과 닭발을 3인분 시켜서 먹는데 정말 단 한 입도 못먹었다.

굽자마자 바로 순식간에 없어지는데 내가 어찌 한 젓가락을 먹나.

어찌나 잘 먹는지 보기만해도 배가 부르다.

유자맛이 나는 순하리를 먹으며 요즘은 자몽맛이 나는 소주와 유자맛이

나는 소주가 인기가 많다나?

나는 아무리 봐도 그냥 소주가 좋던데.

뭔지 싸구려같은 맛이 느껴지기에 순수한 맛이 더 좋은 듯.

아들들에게 레몬을 넣고 토닉을 섞어 먹는 쏘토닉을 마시라고 권하자

웃는다.

레몬을 넣고 먹으면 비타민 탓인지 마셔도 그 다음날 끄덕없다.

나올 때까지 오이 썬 것 두 개 먹고 나오는데도 기분이 좋고 배부르다.

어쩌면 한 번도 엄마 드세요~~라는 말 한 번 없던지.

쯧!

버르장머리 없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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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나를 찾으며...

    2015년 7월 9일 at 3:35 오후

    버르장머리 없기는,,,하시면서도 기분 좋아하시는 모습 선~합니다.ㅋㅋ

    사진은 며칠째 계속 배꼽~???
    사실 뭐,, 사진보다는 글이죠~!
    리사님 포스트는!!!^^*   

  2. Lisa♡

    2015년 7월 9일 at 3:41 오후

    사진 ?

    아…진짜?   

  3. Hansa

    2015년 7월 9일 at 9:52 오후

    하하, 아들들이 잘 먹는군요..
    행복한 리사,,

       

  4. 청목

    2015년 7월 10일 at 3:36 오전

    〈엄마〉에서 〈어머니〉로 변신되어 가는 단계인가 봅니다. 아직도 자식에 대한 애착과 기쁨이 넘쳐나는 듯해서 아름답긴 합니다. 그러나 성장해 가는 남아를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보람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요즘 엄마들은 어찌나 아들들을 감싸안을 줄만 알지 홀로 늠름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여유가 없는 듯해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다 큰 자식을 차를 갖고 모시러(?)가는 엄마의 마음도 물론 사랑은 사랑이겠지요?   

  5. 김삿갓

    2015년 7월 10일 at 8:38 오전

    난 리사님 화내는걸 상상을 할수 없어요.
    (칭찬 임다!!) 너무 좋은 사람 같아요.
    순수하면서도 까진것도 같고, 이쁜탱이고 바닥부터 윗선 까지 다 알고 (심리학)
    일반적 으로도 모른것 뺴고 다 잘 알고… 암튼 팔방미인 인건 맛는구먼이라.

    좋은시간 되새유~ 이쁜탱이 님!!! ^___________^   

  6. Lisa♡

    2015년 7월 10일 at 1:03 오후

    네 한사님.

    정말 굽자마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던 걸요.
    내가 한 쪼가리도 먹지 못해도 신경도 안 써요.
    대단한 20대죠?   

  7. Lisa♡

    2015년 7월 10일 at 1:04 오후

    그러게요.

    청목님.
    날더러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많더라구요.
    제가 아들을 옹야옹야 키우는 엄마도 아닌데
    이상하게 군대에는 나온다하거나 면회 얘기만 나와도
    달려가게 되더라구요.
    근데 정말 짐이 무겁습니다.
    피아노를 좋아해서 길다란 건반도 있거든요. ㅎㅎ   

  8. Lisa♡

    2015년 7월 10일 at 1:08 오후

    삿갓님.

    저는 사실 화 잘 안냅니다.
    거의.
    근데 좀 무섭게 잘라서 말할 때가 많습니다.
    모지라서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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