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전에 요세미티를 봤으면 그렇게 감동하거나 좋다고 느끼지 못할 거라고 누군가 tip을 주었다.
그래도 유명한 공원이고 크고 온통 그대로 자연적인 곳이라는데.. 기대를 버리기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였고, 경관의 빼어남이 상상이 가는 것 아니겠는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잭슨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잭슨공항은 일단 내리면 공항근처의 산들 절경으로 이미 그 자리에서 반하고 만다는 곳이다.
나에게 잭슨공항은 밤에 도착했고, 새벽에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오가며 잭슨공항 근처의 절경은 감상을 하고 반하기도 했고 아침 7시 비행기를 타면서도 눈에 쏙쏙 넣었다.
잭슨까지는 샌프공항에서2시간 30분이 걸렸고 시간 차이는 한 시간이었다.
앞자리 중국인 여자 두 명의 수다는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고, 그 일행들과 렌트카까지 같은 회사를 예약해
밤 10시까지 계속 그들의 수다를 들어야만 했다.
렌트카도 좀 저렴한 곳으로 하느라 공항이 아닌 셔틀을 타고 잭슨홀까지 나가서 빌렸다.
숙소 첫날은 잭슨홀의 모텔 6 로 아주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었고 둘의 숙박비는 180불이었다.
잭슨공항은 작은 공항이지만 디자인이나 청결함이 상위권이고 럭셔리한 공항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내게 옐로우스톤은 감동으로 다가오거나,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거나, 어마어마함으로 다가온 건 아니다.
안나푸르나의 그 숭고함도 엘로우스톤은 미치지 못했다.
마차푸차레의 절대적인 감동같은 것도 없었다.
하지만 저으기 다가오는 카리스마와 절대미, 고요한 숭고미는 서서히 내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천국을 표현하라면 아마도 옐로우스톤이라고 말할까?
올드페이스풀이나 맘모스가 아닌 관광객들이 많이 밟고 다니는 그런 땅이 아닌 몇억년을 그대로 지켜온 자연과
평화와 넓디넓은 호수들, 그리고 수없이 쓰러지고 다시 자라나는 잡목들과 고요, 그런 것이 날 감동시킨다.
그 속에 마음껏 뛰어노는 wild life.
날 것 그대로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싱싱하고 퍼렇게 살아 숨쉬는 곳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만치 넓고 평화롭고 한방울 한방울마다
생명력이 넘치는 계곡들에 햇살이 비치어 들면 그게 슬픔도 아닌 즐거움도 아닌 반짝이는 추억 같은 것으로
형용키 어려운 감정으로 변한다.
아퀴나스가 그랬다던가?
아름다움이란 즐거움(pleasure) 이라고.
그랬다. 마음에 온통 즐거움이 넘치고 그게 부유한 감정으로 스며들어 다른 어떠한 것에도 눈 돌릴 상황이
아니었다.
플라이피싱을 내내 떠올렸고, 건장하고 아름다운 육체와 그런 인간과 더불어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어딜가나 곳곳에 수십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평원과 태고적부터의 숨소리가 있었다.
물줄기는 작으나 크나 살아있는 생명력 그 자체였고, 평원이 주는 평화로움은 부드러움으로 변하였고
쓰러진 나무들은 순환이라는 새로운 탄생을 예고했다.
순간을 즐기되 그 순간이 영원하기를 빌고 싶었다.
떠나고 싶지않고 그냥 속하고 싶어 스며들기를 원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모든 것이 오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날씨도 오묘했다.
스치는 사람들의 표정들도 다 한결같이 순수함 그 자체였다.
좋았다.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돌았다.
마음같아서는 어디 차를 세우고 트레킹을 하고 싶은 구간들이 있었건만 아들이 원하지 않는다.
야생의 무리들이 나타나 자신을 해칠까봐 겁을 먹는 눈치였다.
더구나 그들을 방해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들은 그냥 조용히 왔다가고 싶은 모양이다.
동물을 너무나 사랑하니까.
어느 한 곳.
어떤 풀 한포기도 소중하지 않는 게 없다.
옐로우스톤에서는 야생화를 일부러 찍는다는 것이 죄스러울 뿐이다.
지천에 야생화에 자연스런 모습들이 태반이니까.
가다가 차들이 몰려있으면 무조건 우리도 스톱.
반드시 거기엔 동물들이 오갔다.
안개낀 아침 멀리 수십마리의 동물들이 고요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래~ 저 거야, 저런 모습 말이야.
나 언제 다시 그 곳으로 가게될까만은 마지막으로 들린 곳인양 가슴으로 눈으로
마구마구 흡입하느라 하루가 매일 바빴다.
우리는 3박4일을 옐로우스톤에 머물면서 가운데 8자 형을 천천히 즐겼다.
어딜가나, 잘못들어서도 다 아름다움이 넘치는 순수함 그대로인 지형이라 그 어딜 눈을 돌려도
숭고함과 평화로움은 그 거기에 머물고 있었다.
김삿갓
2015년 8월 14일 at 2:11 오전
엇 저족에 댓글 쓰고 오니 새글이 올라왔네요.
아마 와싱턴주 (디씨가 아닌 "주") 나 오리곤 주 그리고 캘리포냐
사는 사람들은 그리 큰 감동을 받지 못 하리라 봅니다. 저쪽 동부 중부 남부
사시는 분들 한텐 멋진 풍광 이지만요. 서부쪽은 저런 곳 이 많습니다.
투어 버스들이 잘 안다니는 데죠. 캘리포냐 만 해도 미국 본토에서 젤
높은산 (위트니 산)이 있는 씨에라 네바다 대산맥이 있고 윗 쪽으론
또다른 대 산맥인 케스케이드… 만설에 활화산들이 즐비 하기 때문에
처녀성을 같고 있는 자연들이 장난이 아닙니다. 요새미티만 해도
관광객들이 안다니는 그러니까 그 바위산들 바로 위로 하이웨이 120
이 네바다로 가는 길에 거대한 계곡이 있는데… 그런데 자동차로
운전 해서 내려갈때 기분이 꼭 계곡에 빨려 들어 가는 기분 이라
겁이나 발이 저절로 부레이크를 잡을 적이 많쵸…ㅋ
그나 저나 전 리싸님 온천 목욕하는 사진 기다리는데…
엄써요? ^____________^ 좋은시간 되셔유~ 리싸님!!
김삿갓
2015년 8월 14일 at 2:16 오전
아 그리고 아셨는지 모르지만… 잭슨홀 2-3 년전 ? G8 정상들 만난 자리 입니다…
나라마다 자연경관 이 제일 좋은 데서 머리 식혀가며 한다 하던데…
Lisa♡
2015년 8월 14일 at 3:04 오전
아….잭슨홀이 그렇군요.
어쩐지 너무 세련되었더라구요.
막일꾼
2015년 8월 14일 at 9:47 오전
미국의 자연은 하나같이 어마어마하고 영겁의 세월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많지요.
각각 특징도 있고.
저는 다 가보지는 않았으나 엘로우스톤, 요세미티, 몬타나의 풍광, 레드우드 숲, 그랜드캐년, 록키마운틴(에스펜 쪽)..다 좋았습니다.
안 가보고는 말 못하는, 가보고도 다 말 옷하는 그런 곳들이지요. ㅎㅎ
모두 죽기 전에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입니다.
막일꾼
2015년 8월 14일 at 9:51 오전
삿갓님이 온천이야기를 하기에 생각나는 일.
저가 처음 엘로우스톤에 갔을 때 온천을 해볼라꼬 인적 드문 곳에 차를 세우고
타월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갔지요.
월풀 같은 온천이 숱하게 많으니까 그 중 한 곳에 들어가 몸을 좀 녹이려고.
적당한 곳을 발견하고는 옷 벗고 손을 살짝 넣었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느 정도면 온천을 했지요.
90도 이더라고요.
모르고 들어갔더라면, 삶은 달걀, 아니지 곰국 될 뻔 했습니다. ㅋㅋ
Lisa♡
2015년 8월 14일 at 12:10 오후
ㅋㅋㅋ..세상에…
막일꾼님.
가보신 곳이 저랑 너무나 비슷하네요..ㅎ
김삿갓
2015년 8월 14일 at 4:42 오후
리싸님 저 흐르는 물들이 모여서 스네이크(뱀) 강이 되여 아이다호 주를 가르고
와싱톤 주로 잠깐 올라간 다음 오리곤 주 로내려와 콜롬비아 강과 만나 태평양 바다로
흘러 나가는데 일년에 한번 그 강줄기를 젯트스키로 일주일간 태평양 까지 타고 가며
곳곳 강변에서 켐핑도 하고 하는 구릅투어가 있습니다. 가격이 1200 불. 대신 젯트스키는
본인들이 갖고 가고 그쪽선 연료 와 음식 그리고 중간 중간 건너 뛰어야 하는 부분서
젯트스키를 차로 옮기는 편리사항을 부담 하는 겁니다. 예전에 한번 하려 했다가 2006년
미국 경제공황을 직격탄 으로 맞아 포기 했어야 했죠. 와 생각만 해도 너무 좋을것 같죠?
막일꾼님 큰일 날뻔 하셨네요…ㅋ
리싸님 막일꾼님 좋은 주말 지내세요… ^____________^
Lisa♡
2015년 8월 14일 at 11:15 오후
그 투어 참 좋으네요.
가격도 비싸지 않고..
멋진 곳에 살고 계시네요.
그 스네이크 강을 늘상 끼고 며칠간 다녔답니다.
김삿갓
2015년 8월 15일 at 12:52 오전
ㅎㅎ 가격은 그렇치만 집에서 부터 젯트스키 운송비가 왕복 1500불 정도 하고요
또 뱅기 값 숙박비 까지 따지면…지금 형편 으론 그돈이면 모국 방문 하는게 더
나을듯 합니다. ㅋ
좋은 주말 지내세요 리사님 ^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