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은말히 좋아하는 책 제목이나, 작가나, 노래를 누가 언급한다면 눈이 반짝 뜨인다.
비록 모든 상황이나 가수나 제목이나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내가 엘라 피츠제럴드의 My funny valentine를 듣고 좋아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쳇 베이커를 좋아한다. 뭔가 비극적인 냄새가 나고, 자체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스토리
탓이련가, 쳇 베이커는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어쨌든 누군가 이 노래 제목을 언급해서 글을 썼다.
그게 나는 신기하고, 또 즐겁고, 산뜻하고 왠지 부류에 속하는 언저리라도 간듯해서 좋다.
아침에 엘라 피츠제럴드와 쳇 베이커를 듣다가 내친 김에 마일드 데미비스와 쥴리 런던까지
겹쳐서 듣다보니 왠지 오전보다는 어둠이 내려 깔리는 시간부터 들어야 제 격 같다.
많이 떨어져 있었던 음악들.
한동안 클래식만 들었더니 며칠 전 현대뮤직라이브러리에 가서도 신청할 곡들이 전혀 떠오르질
않아서 남들이 신청한 곡들만 멍청하게 듣다가 왔는데 뭐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시작은 오늘 모짜르트였는데..하다보니 재즈로 바꿔타게 되었다.
작가나, 가수나, 유명 예술가들은 비극적인 결말을 갖고 가면 더욱 그게 승화되어 보인다.
참 이상도 하지, 본래 성격들이 괴팍하고 물질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그런가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좋아하는 팔로워가 있다.
스위스쯤에 사는데 사진이나 그 여자의 아이인 딸이 너무나 귀여운 것이다.
그 여자는 아이가 셋이다.
정말 다 자기 아이인지는 파악한 바가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은 것은 우연하게도 그 여자가 내가 가고파하는 이비자를 이 번 여름에 다녀와서
사진을 올렸는데 내가 막연히 그려본 이비자와는 다른 분위기의 사진들이었다.
화려하고, 볼거리가 가득한 곳 쯤으로 상상했는데 그녀는 다른 길, 다른 장소처럼 빈티지하고
오래 전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장소를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
문제는 그게 또 나의 감성을 자극해서 더욱 더 가고프게 만드는 게 아닌가.
가끔 취향이나 선호하는 물건들이 비슷한 이들을 본다.
대부분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해지는데 그럴 때 참 기분이 좋고 외롭지 않다.
책을 읽다가, 아니면 여행 중에라도 일본에 대한 깊은 놀라움을 가질 때다 많다.
광복절이고 일본의 만행을 듣다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일단 그걸 제쳐두고 보자면
일본은 정말 유명한 작가나 정신을 혹은 다양한 예술적 분야로 세계에 이미 발을 디뎠다.
우리랑 그리 동떨어진 민족도 아닌데 그들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오래 전에 이미 외국문물을 받아들이고, 내 보내고, 일찌기 서둘러서였을까?
어릴 적 부터 시키는 교육이 남다른 탓일까?
뉴욕의 그 유수한 갤러리들에서 일본 작가의 작품을 메인으로 걸거나 바탕으로 하고
생각지도 못하던 시기에 다른 나라들에 자기들의 작품관이나 박물관을 만들고, 이번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만난 강익중의 작품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런가하면 샌프공항의 다른 전시실에서는 일본색이 너무나 뚜렷한 일본작가의 작품을
전시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긴 우리나라에도 없는 이우환 미술관도 만들어주고, 아르헨티나의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음악당도 만들어주고 길 이름까지 외국예술인의 이름을 붙여주는 나라이니 배타적인 우리에
비해 훨씬 앞서가는 부분이 있다.
김삿갓
2015년 8월 16일 at 12:08 오전
망중한 이란 무슨뜻 인지 궁금 하네요.
전 그저 김수희씨 최진실씨 노래만 들으면 시간 가는줄 모르는데..ㅎ
좋으 시간되세유~이쁜탱이 님!! ^___________^
Lisa♡
2015년 8월 16일 at 7:41 오전
늘 바쁜데
와중에 한가함을 즐기는 거요
막일꾼
2015년 8월 16일 at 10:47 오전
이우환미술관이 몇달 전 부산시립미훌관 내에 개관돼 있습니다.
저는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 있는 그분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던 적이, 작년에, 있었습니다.
집으로 전화했더니 일본인 아내가 받는데, 우와, 어찌나 상냥하게 받던지…저가 까빡 넘어갈 뻔 했습니다. ㅋㅋ
저가 우리말로 이우환상 좀 바꿔봐주소 이랬는데도 그녀가 알아듣고는 바꿔줍디다.
저가 왜 당당하게 우리말로 했는가 하면 지 서방님이 한국인인데 싶어서였지요. ㅎㅎ
Lisa♡
2015년 8월 16일 at 10:49 오전
네–저도 부산시립미술관에 개관한 건 알고 있지요.
그래도 우리가 이제 하는데 대구에서도 말이 많았고
일본인이 오래 전에 만들었다는 건 대단하죠? 2015/08/16 19:47:03
김삿갓
2015년 8월 16일 at 11:29 오전
아 그렇군요 리싸님… 망중한 잘 배웠습니다.
그래서 중국말로 바쁘냐 물어 몰떄 니망뿌망? 그러능 구나…
좋은 시간되셔유~ 리싸님!! ^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