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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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숙과 점심을 했다.

더구나 긴 시간동안 연락이 닿지않던 정희가 느닷없이 연락이 왔다며

놀라운 표정으로 내게 말해주고파 한다.

나 또한 "그래? 어떻게 번호를 알았어?" 하자

그게..하며 시작한 말이 그칠 줄 몰랐다.

처음엔 정희를 자기가 좋아하게 된 동기와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강이 얘기에, 정희가 한 때 사귀었던 석이 얘기에, 그녀의 엄마얘기까지

가다가 자기 집에 놀러올 때마다 오빠가 한 반응까지..

도대체 나는 정희의 근황이 궁금한데 언제 그 얘기가 나오는거야?

중간중간에 알았다며 정희얘기만 하라고 하자 다시 돌아오는 듯 하다가

다시 원위치하며 오래전 추억을 그 쎈 입담으로 계속 썰을 푼다.

엄청나다는 생각을 했다.

30분 뒤에야 들을 수 있었다. 정희가 창원에 살다가 부산으로 이사를

왔고, 지금은 딸 때문에 서울에 잠시 와있다는 걸.

참을 수 없는 존재 중에 오래된 친구이자 수다쟁이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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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장례나 결혼 후에는 찾아오신 분들께 인사를 하는데 짧은 문자나

메일로나 편지로 보내기도 한다.

또는 회사의 경우는 떡을 돌리거나, 수건을 돌리거나 답례를 하고

가까운 사람들은 불러서 식사를 따로 대접하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왔다.

오늘 며칠 전 시모상을 당한 언니 한 분이 떡을 돌렸다. 평소의 우아함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멋지고 맛조차 근사한 흑임자 떡을 포장도 고급지게

해서 돌렸다. 배려와 센스가 들어간 답례품이다.

언젠가 친구가 남편 장례식 후에 돌린 수건이 떠오른다.

그 친구는 그 전에도 우산을 돌리기도 했는데 우산이나 수건이나

60년대 답례품 비슷해 추억을 떠울리게도 했지만 어찌보면 그런 물건은

주지않느니만 못할 경우도 있다. 요즘 유행과 오래 전의 유행은 다르기

때문에 받아서 기분좋게 해주는 선물을 고르는 센스는 있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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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완전한 가면을 쓰고 사는 이가 있다면 무슨 말을 해도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그런 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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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를 전혀 바르지 않다가 며칠 전 처음으로 심사숙고해서 루즈를 하나샀다.

새빨간 색인데 약간의 주황빛이 도는..장미희의 색이랄까? 아님 이사벨라의

색쯤으로 구분지어야 하나.

그런데 늘 고민하리만치 화장품이 많아 넘치는 딸이 갑자기 화장품을 구별하고

버린다고 한 상자를 내어놓는데 거기 루즈도 것뚜 새 것으로 있다.

딸의 말인즉 거의가 다 선물로 받았다고 하는데 내 보기에 많이 구입한 듯 하다.

작년에도 딸이 모아서 버린다고 하는 화장품을 고스란히 내 방으로 갖고 들어와

쓸만한 것을 골라보니 많기도 했다.

이번에도 당연히 거의가 다 쓸 수 있는 것일 게 틀림없다.

화장품을 그닥 사지않는 나도 제법 많은데 화장에 관심이 많은 딸은 어떨까?

정리를 한다니 속이 다 후련하다.

아들 방보다도 늘 딸의 방이 무지 더럽다.

한편으로는 어서 빨리 정리하고 미국학교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방을 쳐다볼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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