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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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병도 아닌 병치레를 하고 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고보니 다른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 세상의 다른 한부분을 보게 되는 경험을

한다. 당해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내가 지나친 어지럼증에 놓이고

보니 지난 날 어지럽다고 늘 하소연하던 엄마 생각도 나고

내 일이 되고보니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본다.​

두통에 늘 시달리는 친구의 입장도 되어보고 참으로 사람은

모를 일이다.

늘 건강하다고 자랑스레 뽐내던 내가 아니었던가.

물론 이석증은 건강과는 그렇게 상관관계가 없다만 그래도.

좀 괜찮아지나해서 서서 걸어다니고 밥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나면 다시 어질어질해지면서 드러눕게 되고 누우면 다시 세상이

빙빙 돌면서 미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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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언니는 시집살이를 해본 적도 없고 친정엄마인 내 엄마가 아플 때도

그닥 나타나지도 않고 사실 따지고 보면 자신 밖에 모른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여성이다.

내가 아파서 어지러움에 시달리니 나를 돕긴 해야하는데 어쩔 줄 모른다.

나보다 더 늦게 일어나고, 내가 나가서 밥을 해도 느리게 행동한다.

남을 위해 일해보거나 솔선수범 하지않은 이들은 여전히 그렇게 밖에.

엄마에게도 효도를 하지않았지만 그런 행동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

나는 언니를 이해하곤 했다.

그래도 자식을 기를 때도, 언제나 언니는 뒷전이고 내가 오히려 조카를

더 위하고 엄마처럼 행동하곤 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애정표현도 다르지만 작은 언니는 애정표현이

거의 없고, 그건 속으로만 하는 게 아닌 본래 그 정도라고 밖에는 ..

느낌이 없다고나 할까, 그래도 내게는 언니가 늘 가엾어 보인다.

엄마에게 받지 못한 애정의 결과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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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누워서 내 방의 면면을 보니 책장이 제법 큰데 그 책장에

책 외에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어지러운 와중에도 일어나 그 잡동사니들을 치우고 싶은 마음에

박스를 하나 가져와 쓸어담아 놓았다.

나으면 바로 정리에 돌입할려고.

책만 있는 책장에 인형이니 약통이니 테이프니 이것저것을 눈에

띄게 올려 놓으니 방이 더 복잡해 보인다.

조용헌씨의 말에 방이 복잡하면 에너지가 소모되어서 한 곳으로

모이기 힘드니 방은 되도록 간소하게 살라고 했다.

그 많은 잡동사니에게 다 에너지가 분산되면 나에게 오는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방의 拌쓰잘데기를 다 치우고 안쓰고 다시 산 것들의 천지인 내 방과

화장실의 물건들을 어서어서 쓰고 버려야 할 과제로 머릿속에 등록.

언니가 있는데 또 사고, 또 사고 한 내 물건들을 보고 눈이 둥그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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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입양한 딸이 결혼식을 하면서 양부모를 초대하지

않았다고 해외뉴스에 나온다.

이런 경우 양부모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그래도 톰 크루즈는 많이 아쉬워 하면서 결혼식 비용을 다 내었다고 한다.

결혼하는 신랑이 사이언 톨로지교를 싫어해 아빠인 톰 크루즈는 초대하지 않았는데

우리의 입장으로는 참으로 대단하게 여겨진다.

아마도 양부모가 둘 다 지나치게 유명인사라 초대하면 결혼식이 갑자기 성대해지거나

유명세를 타게 되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서양인들의 사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어찌보면 나쁘다고만은 보기도 그렇다.

자기들의 행복추구권과 부모들의 초대로 인한 방해가 싫을 수도 있겠다.

과연 나의 아이들도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각오라는 걸 조금은 하고 있어야겠지.

늘 마음을 비우고 있다고는 말하지만 그래도 진실로 비우기엔 힘든 일이라

내심 각오를 하고, 또 하고는 한다.

대신 결혼을 하던 하지않던 다 그들이 바라는대로 따르기는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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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cecilia

    2015년 10월 7일 at 7:53 오전

    Take care of your health please!

       

  2. 벤조

    2015년 10월 7일 at 5:53 오후

    걱정 많이 되지요?
    기도 할게요.
    전능하신 하나님 손길이 리사님과 담당 의료진에게 함께 하시기를…
       

  3. 미뉴엣♡。

    2015년 10월 8일 at 4:07 오전

    지금은 괜찮으세요..? 건강 관련해서
    문제가 없어보이는데..어쨋든 건강은
    건강할때 지켜야한다는 말, 진리에요
    젊은 연배지만 건강관리 잘 하시길요

       

  4. Lisa♡

    2015년 10월 8일 at 8:02 오전

    세실리아님.

    눈물 날려고 해요.
    아무래도 좀 쉬긴 해야할까봐요.   

  5. Lisa♡

    2015년 10월 8일 at 8:02 오전

    벤조님.

    기도해주세요.
    저 이석증 아니라니까
    갑자기 무서워진답니다.   

  6. Lisa♡

    2015년 10월 8일 at 8:03 오전

    미뉴엣님.

    반가워용.
    늘 건강하다고
    자랑처럼 떠들었더만..
    나이는 못속인다고..이젠 제 나이가
    그럴 나이네요.   

  7. TRUDY

    2015년 10월 9일 at 2:40 오전

    친딸이 결혼식에 나타나지 말라고 으르장을 놓아서
    안 갔어요.. 그때 한국에 있었지요. ㅋ
    가시나를 낳은지 반년이 돼 가지만 아직 안 봤고
    보고 싶지도 않네요. 저도 미국서 40년 살아서 그런지
    이기주의자가 된네요.   

  8. Lisa♡

    2015년 10월 9일 at 2:19 오후

    어머…..세상에…이해가 안되어요.

    많이 섭섭하시겠어요.

    분명 어떤 이유가 있겠지만 말입니다.
    먼저 아기 보러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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