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도배일기 18
양지쪽엔 쑥이 제법 새순을 틔웠다 보증금 다 까먹고도 안 나가는 통에 누군가 인생의 한겨울 삭히고 떠나며 남긴 게송치곤 남루하다. – 강병길 ( 1967~ )
Nathan Milstein Beethoven Sonata for violin and piano 5 ‘Spring’ & 9 ‘Kreutzer’
그렇게 한겨울 난 사람 있었구나. 그 방바닥 따뜻했을까? 그가 바라보던 벽, 얼룩이 심했겠지. 그 얼룩의 내용들을 짐작해 본다. 애잔하고, 갑갑하고, 분노 또한 먼지처럼 일어나다 가라앉는다. 운명이나 탓했으려나? 도배로 그 얼룩들, 삶을 가린다. 그 집의 주인은 또 어떤가. 어쩌면 주인집 방의 얼룩이 더 복잡할지 모른다. 모르지 않는 처지에 나가라는 말 꺼내는 심정 어땠을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삶들이다. 남은 자가 대신 읊은 반야심경 닮은 게송, ‘삭을새놈…’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어 양지쪽 쑥의 새순처럼 모두 피어나시라 기원해 볼 뿐. 이 시인은 문막 어딘가에서 도배를 즐기며 시를 짓는다고 한다. 관념놀이 없이 생활로 싱싱한 시다. 출처 :[가슴으로 읽는 시]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 |
김진아
09/04/2012 at 06:26
아침 머그 잔 가득 커피 마시면서 오늘의 ‘시’를 읽었네요.
‘삭을새놈..’저 역시 읊으면서요.
참나무.
09/04/2012 at 06:44
첨엔 제목을 ‘삭을새놈’ 했다가 좀 거시기해서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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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피고 인자 우에 사꼬
문을 열면 능금밭 가득 능금꽃이 아찔하게 피어 있는
그 풍경 아득하게 바라보며 비명을 치는 노파
어깨 한쪽 맥없이 문설주로 무너진다
능금꽃 시부적시부적 다 지고 나면
서리치는 가을까지 몸서리칠 땅강아지 노릇이여
그 모습 힐끗 일별하던 네살박이 손자 놈이
되돌아오는 메아리처럼 중얼거리며 나자빠진다
꽃은 지고 인자 우에 사꼬 – 이 중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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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바다에서 건져올린 시- 고맙습니다아
잘 모르는 시인이라 찾아봤더니 농사 지으며 시를 쓰신다네요
도배 시인이나 농부 시인 성자가 아닐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