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악 다른 연주’ 들으며

세상이 온통 리우올림픽 열풍이다.

멕도날드에도 리우햄버거를 새로 출시했고

토요일 방송되는 KBS 출발 FM과 함께

음악칼럼니스트 류태형씨가 소개하는 프로에도

브라질 출신 연주자 위주로 진행을 한다.

같은 음악을 다른 연주자들과 비교하며 들려주는

주말 특집으로 오래전부터 듣는 프로다

지금은 쇼팡  녹턴, 비교해서  듣는 중이다.

같은 곡이어도 연주자에 따라 다르듯

같은 경기 관전 기사도  쓰는  사람에 따라 참 많이 다르다

조선일보에서 글 잘쓰기로 유명한 한현우 기자의 올림픽 감상법

어찌나 재밌는지 나는 안 본 경기여서 찾아보고 싶게까지 한다.

오늘도 불볕더위 가마솥더위라는 데  혼자 읽기 아까워 드르륵 해왔다.

잘 쓴 글은 잠깐 더위도 잊게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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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hy] 올림픽 감상법2016. 8. 13 (토) 한현우· 주말뉴스부장

[마감날 문득]

리우올림픽은 지구 정반대에서 열리고 있어서 주요 경기가 대개 우리나라 새벽 시간에 열린다. 이상하게도 새벽 4시 못 미쳐 눈이 떠지고 한 번에 벌떡 일어나게 되며 그 길로 아침 출근 시각이 될 때까지 TV 올림픽 중계를 보게 된다.

일찍 일어나 경기를 보다 보니 예상과 달리 허무하게 지는 경기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고 접전(接戰)을 생중계로 볼 때도 있다. 그 가운데 지금껏 본 최고의 경기는 남자 탁구 개인전 정영식이 중국 마룽과 붙은 경기였다. 세계 랭킹 1위라는 마룽도 몰랐고 한국의 신예 정영식도 모른 상태에서 달리 볼 만한 경기가 없었으므로 보게 된 게임이었다.

마룽은 주성치 영화에 나오는 점잖지만 코믹한 캐릭터처럼 생긴 젊은이였는데, 그의 8대2 가르마보다 더욱 확실한 인상을 준 것은 우리나라 해설자의 말이었다. 그의 해설에 따르면 마룽은 난공불락의 완벽한 선수이며 애초에 예선전에 나올 필요도 없이 바로 결승에 가도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해설자는 이렇게 말했다. “탁구계에서는 마룽 선수를 중국 대표가 아니라 ‘지구 대표’라고 부르죠. 지구에서 한 명 탁구선수를 뽑는다면 마룽이라는 뜻이에요.”

지구 대표 마룽을 상대하기에 한국의 정영식은 너무 헐렁해 보였다. 다리미로 다린 뒤 풀을 먹인 듯한 마룽의 얼굴, 아무리 땀을 흘려도 밀랍인형처럼 흐트러지지 않을 것 같은 그의 표정과는 달리 정영식은 경기 전 워밍업을 마쳤을 뿐인데 이미 3세트를 내리 지고 4세트 매치 포인트를 맞은 사람처럼 보였다.

기적은 1세트부터 일어났다. 정영식은 마룽의 약점인 백핸드 쪽으로 엄청난 스피드의 공을 쏘아붙였고 마룽은 그것을 받아내면서도 머리가 흐트러지면 어쩌지 하는 표정으로  허둥지둥했다. 정영식은 1세트와 2세트를 내리 따냈고, 마룽은 양복 입고 마라톤 뛰는 사람처럼 어색하게 초췌해졌다.
경기는 결국 마룽의 4대2 승리로 끝났다. 아깝게 탈락한 정영식은 샤워타올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그러나 그의 눈물은 패자(敗者)의 도랑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륜(五輪)은 그런 도전자의 땀과 눈물로 이뤄진 순환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빌라로보스: 브라질풍의 바흐 No.5

2 Comments

  1. 데레사

    13/08/2016 at 08:56

    글을 정말 구수하게 쓰는군요.
    앞으로 한기자의 글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우리선수듵의 경기 보는 재미로 삽니다.

    • 참나무.

      13/08/2016 at 09:20

      주말 아침 이 글 읽다 풉!웃었어요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전부터 좋아했던 기자였어요
      방금 음식물쓰레기 버리고 왔는데
      바람은 제법 불던데요
      데레사님 조금만 더 참으셔요 이 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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