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시간에간신히도착했다.
한티역에서내려,강남세브란스로걸어가는길..
한쪽엔곧철거될아파트가,또다른한쪽엔겁도없이하늘을향해삿대질하듯올라가는아파트로..
아이들은일년이넘어이년이되가도록,이곳강남세브란스가영마음에들지않는단다.
콘크리트숲이뭐가좋으냐고,
마치붕어빵틀속에서적당히익어벗겨져나오는붕어빵같다면서..
저희들은자라서어른이되어도조금불편해도흙냄새맡으면서살고싶단다.
…
이층의정신과창구에다가가진료카드를내밀고얼굴아는간호사와눈마주치며인사나누고,
익숙하게비어있는의자에짐을내려놓고앉는다.
오늘따라왜이리비좁게느껴질까싶을정도로진료가밀려있다는것을알수있었다.
벌써한시간째기다리는내옆자리그녀와난겨우이십여분좀지났을까..
덩치가커다란아들을아기다루듯이계속해서말을건네는..
나와같은얼굴을한그녀와잠깐동안이야기를나눌수있었다.
서로이름을주고받지않아도,
그저잘알고있는사람처럼별것아닌시작도끝도없는대화였지만,
그녀의눈가에맺힌눈물을보면서,
그녀와난동일한감정을품고있다는것으로도충분히서로를위로해주고도남음이었다.
인천에서왔다는그녀,
난성남에서왔다고하고..
신촌에서강남으로잠깐와계신신의진선생님을따라,옮겨다니는이야기중에..
처음진단을잘못받아지금껏힘들다는이야기에서잠깐동안목이메여왔었다.
나역시,준혁이가초기진단에자폐증진단이내려져서얼마나마음고생이심하였던가,
잘못된진단과치료에뺏긴시간이야기에잠시..말을내려놓았다.
그녀의아들을바라보면서내옆자리에조용히천장을응시하고있는준혁이를바라보면서,
난그녀에게미안한마음이들어똑바로얼굴을바라보지못했었다.
그녀의아들을보며난그나마운이좋구나..
잠시그생각이들었기에..
…
곧준혁이를부르는소리가들리고,
진료실앞의자에서앉아기다리며잠시그녀의아들을위해화살기도를하였다.
미안하고미안해서..
…
문을열고들어가니,
신의진선생님은반가이준혁이의이름을부르며맞아주었다.
전에비해한결의젓해진녀석의변화를금새도알아채시는선생님,
처음으로칭찬까지받았다.
어리석은엄마에서애쓰고훌륭한엄마라고하신다.
내가준혁이로하여금내마음의상처를덜어내어가고있다는것을누구보다더잘알기에
그런말씀을하신다는것을안다.
펑펑소리내어울던때가엊그제같다.
솔직하게내감정을누군가에게발가벗겨지는느낌이들정도로고스란히내어보였던사람이였다.
그게치료의시작이였다는것을곧알게된후,난엄마가되어가고있었던것이다.
선생님과의짧은대화를나눈후,
창구에서다음예약일자를건네받고뒤돌아나오려는데여전히힘겨웁게아들을토닥이며기다리는그녀와
눈이마주쳤다.
그냥갈수가없어인사라도나누고파다가갔다.
이름도물어보지도않았다.
그럴필요가없었다고할까,굳이…
손을마주잡고그저바라보고서로가똑같은말을동시에나누었다.
‘기운내요,우리..’
아이들이불러뒤돌아내려가려는순간채놓지않은손을잡으며
그녀가그런다.
‘…있죠..고마와요…’
집으로돌아오는지하철안에서표시나지않게울었다.
Elliot
2009년 10월 21일 at 5:04 오후
힘내라두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