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오늘늦을거야아….형님들하고술한잔하고갈께…’
길게늘려서끝머리가흔들거리는것을보니,언쨚은일이생긴것이다.
환하게말하려하지만,남편의음성은내귓가에’나지금속상해’라는소리로들린다.
아니나다를까,
아이들저녁먹이고잠자리준비하는북새통에,남편이얼굴이벌겋게되어서들어왔다.
치아때문에독한소주보단막걸리를마시라일렀지만,그리많이마신것같지않은데도..
옅은소주에남편은지나치게많이취해있었다.
작은두녀석은자리에누워서엎치락뒤치락잠들라하고,
큰녀석은거실에납작엎드려뒤늦게신문을보겠다면서아빠의눈치를살핀다.
‘여보야,나아,라면좀끓여주라,속이느글거리고그러네…’
낮에막둥이데리러학교에가는길에세일하는속까지매운라면이란것을샀었다.
계획에없던라면이었는데….
저녁에남편속풀이라면으로쓰일려고그랬나보다,혼자쓴웃음을지었다.겉으로야방긋웃었지만…
라면에대파와계란을넣어서얼큰하게끓인것을상위에올려놓아주고,
천천히라면을먹는남편의얼굴을그냥…그냥…바라보고있었더니,
젓가락으로가득들어올린라면을내려놓곤씨익웃는다.
남들이보기싫어하는치아를내앞에선마음껏드러내어놓고말이다.
끄억하는소리와함께잘먹었다는표시를내는남편이물한잔을더갖다달란다.
할말이있다는표시,속이터질것같다는무언의표시다.
이럴땐무조건들어주는것이제일이다.
‘낮에점심먹기전에,W선생이사무실로들어오면서미스터황에게다가가더라고,
그러더니미스터H에게진급했으니,진급주를내야되는거아니냐는거야…’
….
‘W선생이진급주내야한다고하니까,미스터H이엊그저께도진급주냈는데또내요?
그러는거야…’
….
‘그래서,내가어?이곳부서에온지일년도안되었는데벌써진급이예요?’
….
‘순간아차한거지,나만모르고있었던거야,한참전에진급한것을내겐아무도알려주지
않았던거지,야아,미치겠더라고…나는한계단올라가는데몇년걸린것을일년도안되어서
두계단이나올라갔어,단지나보다영어소통이어느정도된다는것이이렇게차이나는거야…’
…..
‘내가벌써진급이냐고되묻고나니,갑자기두사람이황급하게사무실을나가더라고..
난,그게더기분이나빠서틀어진거야,아니좋은일이라면언제든지축하해줄수있어,
그것이나보다더급이높든,상을더받든기분좋은일은같이나누면좋쟎아,도대체난뭐냐는거지..’
…..
‘어떻게해서진급에대한서류가통과가되었는지도의문이고,지금부대사정상사실상
모든비용에대한것을인원의충당조차하지않고축소해나가고있는데…
아~!결국내가아무것도없다는것이이런결과가나오는구나생각에참담하더라구,
난,무능력자구나..’
….
남편의두눈의눈가가벌겋게달아오르면서눈물이고인다.금새라도뚝뚝떨어질것같다.
남편의말을듣는내내,내가슴도쿵~~
신문보던큰녀석은슬그머니제녀석방으로들어가선조용히숨죽였다.
가슴이답답한지남편은연신주먹으로쾅쾅,자기가슴을두드린다.
내가무어라말을해야하나…
맘같아선다아때려치우고나오고싶어도,나오지못하는자신의처지가미칠것같다는남편의말에도
나는아무런대답을해줄수없었다.
얼마전신문에서회사에서필요한사람에대한유형을본적있었다.
성실하며,자신의일에적극적이며전문적이고회사에대한애사심과원할한인간관계..
그러나그것은오른손으로만내어보이는유형이다.왼손은뒤로감추고서…
남편은영어공부에시간을더할애해야겠다며말을끝내었다.
다른이들처럼그렇게지갑을열정도의형편도안되고,시간내어서가방들어주는일도아니되니..
그저소처럼묵묵하게그러나포기하지않고살겠단다.
아이들에게도당분간주말시간을아빠와보내는것을어느정도포기해야함을알려주어야겠다.
너의아빠지금뿔났다고!완벽한버터발음이아니더라도된장내나는콩글리쉬라도..
당당하게자신을내어보일정도로해보겠다는아빠의뿔남을자랑스럽게생각하라고…
…
이내코를골며잠든남편의민머리를두손으로감싸며기도하였다.
당신이원하는대로,당신이뜻하는대로다아잘될것이라고..
남편의지갑옆에3만원을더두었다.
점심때3천원짜리국수먹지말고,5천5백원짜리설렁탕먹으라고메모남겼다.
………
핸드폰의메세지가딩동!12시5분이다.마지막막차시간알림이나타났다.